[WSF 2012]위기의 진원은?..유럽인 vs 미국인 `인식차`

by권소현 기자
2012.06.12 20:17:35

세계전략포럼 2012 기조연설
유럽인 자크 아탈리 vs 미국인 로버트 먼델

▲왼쪽부터 전광우 국민연금 이사장, 자크 아탈리 유럽부흥개발은행 초대 총재, 로버트 먼델 미 컬럼비아대 교수, 마이크 무어 전 뉴질랜드 총리(사진=권욱 기자)


 
[이데일리 권소현 기자]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는 미국 서브프라임 모기지에서 시작됐다는 데에는 큰 이견이 없다. 하지만 유럽 출신과 미국 출신 전문가 사이에 미묘한 인식차이가 드러났다.

12일 이데일리가 개최한 `세계전략포럼 2012` 기조연설에 나선 두 석학이 신경전을 벌였다.

먼저 발제에 나선 자크 아탈리 유럽부흥개발은행(EBRD) 설립자 겸 초대 총재는 "글로벌 위기는 미국 서브프라임 모기지에서 발생한 것"이라며 "결국 위기의 쓰나미는 유럽이 아니라 미국에서 파생된 것"이라고 선제공격했다.

이어 "유럽연합은 미국에 비해 경상수지가 흑자고, 공공부채는 적고, 실업률도 더 낮다"며 "유럽의 상황은 미국보다 훨씬 양호하다"고 쐐기를 박았다.

아탈리 전 총재는 알제리에서 태어났지만 14살 무렵 프랑스로 건너와 영재양성기관인 그랑제콜과 프랑스 최고 지도자 양성소인 국립행정학교를 거쳐 명문 소르본 대학에서 경제학 박사학위를 취득하는 등 프랑스 정통 엘리트 코스를 밟은 인사다. 뼛속까지 유럽인인 셈이다.



두 번째로 발제에 나선 로버트 먼델 미국 컬럼비아대 교수는 자본주의 역사를 설명하는 과정에서 "2008년 위기는 자본주의 위기라기보다 부동산 거품, 파생금융상품, 주택관련 대출로 인한 유동성 위기"라며 2007년 유럽중앙은행이 950억유로로 개입해 큰 위기로 이어졌다"고 말했다.

2007년 8월 9일 유럽중앙은행(ECB)이 BNP파리바 등 위기에 빠진 금융회사에 950억유로(1500억달러)를 투입하면서 금융위기기 시작됐다고 본 것이다.

먼델 교수는 "ECB의 개입 이후 리먼 브러더스를 비롯해 프레디맥 등이 파산하면서 금융위기가 닥쳤다"고 진단했다.

먼델 교수는 캐나다와 유럽, 미국 등 여러 국가에서 수학하고 거주했지만 대부분을 미국에서 보냈다. 미국 시카고대와 스탠퍼드대, 존스홉킨스대 교수를 거쳐 1974년 이후 30년 넘게 컬럼비아대에서 강의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