홀덤 대회 가장해 판돈 380억 불법도박…경찰, 216명 검거(종합)

by황병서 기자
2024.07.11 12:59:01

홀덤대회 개최 운영사 대표 구속 첫 사례
47차례 대회에 5만명 참가
“홀덤펍, 현금화 가능한 시드권 상금 진행 불가”

[이데일리 황병서 기자] 현금과 동일한 가치를 갖는 시드권(대회 참가권)을 사전에 판매·유통하고, 이를 홀덤펍 대회를 통해 베팅하게 한 일당이 경찰에 붙잡혔다.

11일 서울경찰청 광역수사단 형사기동대는 현금 대신 시드권을 걸고 하는 홀덤 대회를 개최한 혐의로 40대 초반 대회사 대표 A씨와 직원 11명을 검거했다고 밝혔다. 이 중 구속된 A씨와 공범인 직원 2명은 6월 초 송치됐으며, 나머지 직원 9명은 12일 송치될 예정이다. 대형 홀덤 대회사의 위법행위와 관련해 관계자가 구속된 사례는 이번이 처음이다. 시드권을 상금으로 걸고 실제 게임을 운영한 홀덤펍의 업주와 딜러·대회 홍보자·시드권 판매상 등 204명도 도박장소개설 방조 혐의로 검거됐다.

A씨 등은 2022년 1월부터 2023년 1월까지 서울 등 수도권 일대 대형 호텔에서 총 47회 걸쳐 현금과 같은 가치를 지닌 시드권을 판매·유통한 후 시드권을 베팅하는 홀덤 대회를 설계하고 개최한 혐의를 받는다. 이 대회에서 참가한 이들은 중복인원을 포함해 5만명인 것으로 확인됐다. 이들은 시드권 판매 대금의 80%를 상금으로 책정해 참가자들에게 지급하고, 나머지 20%는 대회사 수익으로 챙긴 것으로 밝혀졌다.

이들은 대회 개최 비용과 회사 운영 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1장당 현금 10만원과 동일한 가치의 시드권을 판매·유통한 것으로 조사됐다. 홀덤 대회 참가를 희망하는 개인이나 제휴·가맹 홀덤펍이 판매 대상이었다. 시드권을 구매한 개별 홀덤펍에서는 방문객들에게 참가비를 받고 자체 홀덤 대회를 열었고, 승자에게 A씨가 주최하는 대회에 참가할 수 있는 시드권을 상금으로 지급했다. 시드권을 받은 이들은 시드권 제출 수량을 모아 A씨가 주최하는 대회에 참가했다. 또 오픈채팅방 등에서 개인 간 거래를 통해 현금으로 시드권을 구매해 대회에 참가하기도 했다.

A씨 등은 자신들이 판매, 유통한 시드권을 간접 베팅하는 방식의 홀덤 대회를 설계하고 지난해 6월 서울의 한 호텔에서 대회를 열었다. 이 대회에 참가하려면 시드권 500장을 제출해야 했다. 이들은 이러한 방식으로 참가자 206명에게 시드권 총 1만 300장(시가 10억 3000만원)을 받았다. 이른바 ‘텍사스 홀덤’ 게임을 토너먼트 방식으로 진행한 뒤 시드권 판매 금액의 80%인 총 8억 2400만원을 순위에 따라 상금으로 제공했다. 1등 참가자는 1억 7000만원 상당을 가져간 것으로 확인됐다.



A씨 등은 상금의 판돈이 되는 참가비를 현금으로 직접 받지 않고 사전에 현금과 같은 가치를 지닌 시드권을 판매해 간접 베팅하도록 하는 방식을 사용했다. 홀덤 게임 자체는 불법이 아니지만, 간접적으로 재산적 가치가 있는 물품이 유통될 경우 도박으로 규정한다. A씨 대회사의 시드권은 2021년부터 2022년 9월까지 종이로 된 쿠폰 형태의 실물로 발행·유통됐으며, 이후 시드권 거래는 앱을 통해 전자로 발행·유통된 것으로 확인됐다.

A씨 대회사는 유튜브 등을 통해 ‘누구나 참가해 1등 할 수 있는 게임’, ‘재물을 거는 행위가 없어 불법 도박과는 다르다’는 취지로 참가자들을 유인했다. 또 대형 호텔에서 공개적으로 대회를 개최해 불법대회를 합법인 것처럼 홍보했다.

경찰은 지난해 4월 호텔 등을 빌려 허가받지 않은 채 카지노처럼 대규모 홀덤 도박을 한다는 첩보를 입수해 수사에 착수했다. 대회사 운영수익 46억원에 대해 기소 전 추징보전하고 임대차 보증금 1억원과 차량 1대를 몰수보전 조치했다.

경찰 관계자는 “도박이란 참여한 당사자가 재물을 걸고 우연한 승부에 의해 재물의 득실을 다투는 것을 뜻한다”면서 “현금이 아니더라도 재산적 가치가 있는 시드권 등을 제출하고 홀덤 게임에 참여해 상금을 나누는 행위는 그 자체로 도박에 해당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