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자시티 포위하며 하마스 압박…연료 반입 불허
by이소현 기자
2023.11.03 14:33:10
이스라엘군 "가자시티 포위 완료" 밝혀
민간인 피해 커지자 국제사회 ''휴전'' 요구
美 "휴전 아닌 교전 일시 중지 옹호" 선 그어
연료 바닥난 가자지구 병원…"재앙에 직면"
[이데일리 이소현 기자] 이스라엘이 가자지구의 최대 도시인 가자시티를 포위하는 등 팔레스타인 무장 정파 하마스를 전멸시키려는 작전을 강화하고 있다. 사실상 임시 난민촌이 된 가자지구 내 병원에 연료 공급 등이 논의됐지만, 이스라엘 측이 하마스가 사용할 우려에 최종적으로 허락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지며 가자지구의 생존 위기는 커지는 모습이다.
|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무장 정파 하마스 간의 전투가 계속되는 가운데 2일(현지시간) 가자시티의 알 시파 병원에서 팔레스타인 난민들이 피난처를 찾고 있다. (사진=AFP)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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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일(현지시간) 가자지구에서 대규모 폭발이 발생한 가운데 다니엘 하가리 이스라엘군 대변인은 “하마스의 중심지인 가자시티 포위를 완료했다”고 밝혔다.
위성사진 등에서 이스라엘이 세 방향에서 진격한 것으로 나타났다고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는 보도했다. 전차들이 가자지구 북쪽 해안에 집결해 있는 가운데 병력이 가자시티 북동쪽에서 밀고 들어가고 추가 기갑부대는 가자시티 남쪽 해안으로 향했다. 이스라엘군이 가자지구를 둘로 나눠 인구가 밀집한 가자시티 일대 북부 지역을 고립시켰다고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전했다.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도 이날 성명을 내고 “지금이 전투의 정점”이라며 “우리는 인상적인 성공을 거뒀고, 가자시티 외곽을 통과했다”고 밝혔다.
하마스는 곳곳에 지뢰와 부비트랩 등을 설치해 놓고 지하터널에서 치고 빠지는 공격으로 저항한 것으로 알려졌다.
국제사회에서는 팔레스타인 민간인 사상자가 증가하고 식량과 물, 의약품, 연료가 극심하게 부족해지면서 휴전 요구가 거세지고 있다. 가자지구 보건당국에 따르면 이스라엘이 보복 공격을 시작한 이후 가자지구에서 최소 9061명이 사망했다고 밝혔다.
유엔 등 국제기구는 팔레스타인들이 대량 학살의 심각한 위험에 처해있다고 경고했다. 유엔은 “이스라엘과 그 동맹국들이 즉각적인 휴전에 돌입할 것을 촉구한다”며 “시간이 얼마 없다”고 밝혔다.
그러나 이스라엘과 미국은 휴전 요구를 일축했다. 이스라엘은 하마스가 의도적으로 민간인과 민간 건물 사이에 숨어 ‘인간 방패’로 활용한다고 주장했다. 이스라엘은 지난달 7일 하마스의 기습 공격으로 민간인 1400명이 사망하고 240명 이상 인질을 붙잡아 갔다고 지적했다. 미국도 이스라엘의 방어권을 지지하며 전투 중단은 일시적이며, 국지적으로 이뤄져야 한다고 선을 그었다.
존 커비 백악관 NSC 전략소통조정관은 “우리는 휴전 아닌 교전을 일시 중지하는 것을 옹호한다”고 밝혔다. 전면적인 휴전이 아닌 인도주의적 원조를 지속하며, 인질을 포함한 사람들을 안전하게 구출하기 위해 노력하는 데 필요한 정도로만 전쟁을 잠시 멈출 수 있다는 얘기다.
또 미국은 인질을 찾기 위해 가자지구 상공에 정보 수집용 드론을 띄우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익명을 요구한 관계자는 로이터에 “일주일 넘게 드론 비행을 해오고 있다”고 말했다.
난민촌 공습 이후 국제사회의 우려가 커지자 미국은 민간인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한 논의를 위해 앤서니 블링컨 국무장관을 이스라엘 현지로 급파했다.
이런 가운데 가자지구에서 벌이고 있는 전쟁이 본격화하며 병원과 난민촌에 이어 학교까지 공습을 당해 민간인 피해가 걷잡을 수 없이 커지고 있다.
이에 가자지구에 있는 팔레스타인 민간인들은 식수와 식량, 의료품, 연료 부족으로 고통이 심화하고 있다. 줄리엔 투마 유엔 팔레스타인 난민구호기구(UNRWA) 대변인은 “물이 전쟁 무기로 사용되고 있다”고 말했다.
가자지구 보건부는 성명을 통해 이날 오전 가자 북부에 있는 베이트 라히아의 인도네시아 병원에서 발전기가 멈췄다고 밝혔다. 보건부 측은 “대부분 병실이 전등을 꺼야 했고, 산소 발생기 대신 실린더에 의존해야 하며, 시신 보관소의 냉장고도 전원을 꺼야 하는 상황”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앞으로 전기나 연료를 확보하지 못한다면 재앙에 직면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스라엘군은 가자지구 병원 가동을 위한 연료가 고갈되면 철저한 감독을 전제로 연료 반입을 허용할 수 있다고 논의했지만, 결국 이스라엘 총리실은 네타냐후 총리가 연료 반입을 승인하지 않았다고 발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