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반도체 뿌리 자르려는 美…"저사양 AI칩도 금지"

by김정남 기자
2023.10.16 14:36:12

로이터 "美, 이번주 신규 수출 규제안 발표"
中 맞춤 수출용 반도체 H800까지 금지할듯
엔비디아 실적 우려에도 美 정부 의지 강해

[이데일리 김정남 기자] 미국이 이번주 중국을 겨냥한 인공지능(AI) 반도체 추가 규제안을 공개할 것으로 알려졌다. 엔비디아가 중국 수출을 위해 사양을 낮춘 모델인 A800과 H800까지 규제 대상에 포함시킬 것으로 전해졌다. 미중 정상회담이 임박한 것으로 알려진 상황이어서 더 관심이 모아진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오른쪽)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사진=AFP 제공)


로이터통신은 15일(현지시간) 미국 정부 소식통을 인용해 “미국 정부는 지난해 10월 발표한 대(對)중국 수출 통제에 더해 미국 반도체 기업들이 정부 통제를 우회하는 것을 막으려는 조치를 할 것”이라며 “이번주 발표할 것”이라고 보도했다.

미국 상무부는 지난해 10월 7일 미국 기술을 사용한 첨단 반도체 장비와 AI 칩 등의 중국 수출을 포괄적으로 제한하는 통제안을 발표했다. △18㎚(나노미터·1나노=10억분의1m) 이하 D램 △128단 이상 낸드플래시 △14㎚ 이하 로직칩 관련 기술·생산 장비 등을 중국 기업에 판매할 경우 허가를 받도록 했다.

그런데 이같은 규제에도 화웨이 스마트폰에 첨단 반도체가 탑재된 것으로 알려지면서 미국은 충격에 빠졌고, 추가 규제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비등해졌다. 지나 러몬도 상무장관은 최근 상원 상무위원회 청문회에서 “믿을 수 없을 정도로 충격적”이라며 “(중국에 대한 반도체 수출 통제에 있어서) 추가로 다른 도구들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번 조치는 지난해 규제에서 나타난 허점을 보완하는 방식으로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새 규제안은 엔비디아의 중국 수출용 저성능 칩까지 겨냥한 조치인 것으로 전해졌다. 로이터통신은 “이 정부 인사는 어떤 반도체가 수출 금지 대상인지는 밝히지 않았다”면서도 “번도체업계 소식통들은 정부가 엔비디아의 H800의 수출을 차단하고 싶어 하는 것으로 보고 있다”고 전했다. 엔비디아는 지난해 미국의 수출 통제안으로 인해 AI용 첨단 그래픽처리장치(GPU) A100과 H100 등의 중국 수출에 제동이 걸리자, 성능을 낮춘 중국 수출용 모델인 H800과 A800을 만들어 수출해 왔다.

이런 상황에서 저성능 모델까지 금지 대상에 포함하겠다는 것이다. 특히 H800의 경우 미국 제재로 AI 칩을 구하기 어려워진 바이두, 알리바바, 텐센트 등 중국 주요 기업들이 클라우드 컴퓨팅 사업을 위해 적극 사들였던 반도체다. 엔비디아를 비롯해 인텔, 퀄컴 등 반도체 기업들이 추가로 중국 시장을 잃게 돼 실적 저하 우려에 반발할 게 뻔해 보이지만, 미국 정부의 대중국 규제 의지가 워낙 강하다.

미국 정부는 아울러 첨단 데이터센터용 AI 반도체에 대한 새로운 통제를 발표할 것으로 알려졌다. 아울러 중국 기업들이 수출 제한 조치를 받지 않는 다른 국가들로 우회해 수입하는 것을 막는 방안도 포함할 것으로 점쳐진다. 다만 관련 업계의 요청을 받아들여 노트북 컴퓨터와 같은 소비재는 추가 규제에서 빠질 것이라고 미국 정부 관계자는 로이터통신에 전했다.

이번 규제는 미중 정상회담이 임박한 것으로 알려진 와중이어서 더 주목된다. 워싱턴포스트(WP)는 최근 “백악관이 다음달 캘리포니아주 샌프란시스코에서 열 미중 정상간 대면 회담 계획을 세우기 시작했다”고 보도했고, 그 직후 조 바이든 대통령은 “(시진핑 국가주석과의 회담은) 가능성이 있다”고 답했다. 다음달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를 계기로 회담을 열 가능성이 거론된다. 실제 미중 정상이 만난다면 반도체 이슈는 가장 중요하게 다뤄질 것으로 예상된다.

바이든 대통령과 시 주석은 지난해 11월 인도네시아 발리에서 열린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를 계기로 첫 대면 회담을 가졌다. 이번 회담이 성사될 경우 1년 만에 처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