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산층도 하이엔드 주거환경 누릴 수 있는 롤모델 제시할 것”

by박지애 기자
2023.06.27 17:35:01

[만났습니다]'스타 건축가' 유현준 유현준건축사무소 대표①
광장아파트·압구정3구역 재건축 설계맡아
“주거 공간은 다양성과 공유의 공간
도시의 삶, 해체 아닌 융합할 수 있어”
“돈줄 쥔 건설사 탓, 설계변경 비일비재
금융지원 등 파이낸스 시스템 개선해야”

[이데일리 박지애 기자] “우리나라 주거 형태의 60%가 아파트인데 다 거기서 거기인 형태입니다. 여의도 광장 아파트 재건축 설계를 맡은 것은 중산층도 누릴 수 있는 ‘하이엔드 주거 환경’의 롤모델을 제시하고 싶어서입니다.”

유현준 유현준건축사사무소 대표는 27일 ‘이데일리가 만났습니다’에서 이같이 밝히고 재테크 수단으로 변질한 우리나라의 아파트가 다양성의 가치를 살리고 공간의 구분을 줄여 계층 간의 융합을 실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특히 유 대표는 많은 사람이 질적으로 높은 수준의 주거 생활을 영위할 수 있도록 집을 지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데일리 이영훈 기자]유현준 유현준건축사사무소 대표(홍익대 교수)가 27일 ‘이데일리가 만났습니다’에서 다양한 주거문화와 공유 공간의 가치 등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최근 여의도 광장아파트 1·2동 조합추진위원회는 설계업체 공모에 참여한 업체 6곳 가운데 하이퍼 엔드 초고급 아파트 설계안을 제시한 유현준건축사사무소를 최종 선정했다. 하이퍼 엔드는 하이엔드를 한 단계 뛰어넘어 더욱 고급스럽고 더 고가인 주거 상품을 일컫는 단어다. 유현준건축사사무소가 아파트 재건축 설계에 참여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재건축 설계 수주전이 한창인 압구정3구역에서도 유 대표를 ‘총괄 설계관리자’로 선임했다. 압구정3구역 재건축 조합이 유 대표를 영입한 것은 유 대표가 강조한 질적으로 높은 수준의 주거 생활, 즉 ‘최고급 단지’에 대한 의지가 강하기 때문이다. 이데일리는 유 대표를 만나 그가 생각하는 ‘이상적인 주거 공간과 실현 방법’에 대해 들어봤다.

다음은 유 대표와의 일문일답이다.

△그동안 언급해 온 부분이 ‘꿈꾸는 주거(공간)의 조건’이었는데 이를 최대한 반영하고자 노력했다. 이번에 맡은 광장아파트 재건축 설계는 하이엔드를 넘어 15가지 콘셉트를 담은 하이퍼 엔드 주거지 콘셉트다. 현재의 두 개 동을 세 개 동으로 늘리고, 최고 14층에서 49층으로 층수를 높이면서 고층부에 스카이브릿지를 설치할 계획이다. 저층부는 테라스·경관 등의 특화 디자인을 적용하기로 했다. 일부 부유층만 누리던 하이엔드 주거 환경을 일반 중산층에도 적용해 주거 공간을 설계하겠다는 게 목표다. 이전에는 하이엔드만 가능하던 주거 환경을 중산층의 삶으로 확장하고 싶다. 제도와 인식적인 개선 그리고 행정적인 노력이 함께 동반된다면 이번 설계를 통해 ‘우리도 가능하다’는 롤모델을 제시하고 싶다.

△송도는 이상적인 주거의 조건을 현실에서 실현하는 첫 실험대가 될 것이다. 모두의 삶이 더 나아질 수 있도록 전시 등의 특별한 목적이 담긴 디자인을 할 예정인데 이렇게 되면 토지 비용을 ‘딜’ 할 수 있는 여지가 생겨 더 많은 이들에게 윤택한 주거 환경을 제공할 방법론이 생긴다. 한번 성공하게 되면 또 다른 성공이 생길 거라 믿고 우리나라에도 다양한 가치가 담긴 주거공간이 가능하단 인식이 생겨나리라고 믿는다.

△아파트 외관이 천편일률적 일 수밖에 없는 이유는 공급자(건설사) 중심에서 지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용적률, 건폐율 등 상업성을 고려하면 건설사 입장에서는 최소 비용이 드는 효율적인 방향을 생각할 수밖에 없다. 자기 돈을 더 들여서 더 질 좋은 아파트를 만들 건설사가 어디 있겠나.

분양가 상한제가 있던 시절에는 집값이 상한가로 정해져 있으니 건설사는 비용을 거기에 맞출 수밖에 없어 아파트 질이 떨어질 수밖에 없고, 상한제가 없어졌다고 해도 당연히 시장경제 논리에 의해 비용을 줄이는 방향으로 결정을 내릴 수밖에 없는 구조다.

△그렇다. 처음에는 아파트 조합이 설계사무소에 설계를 의뢰한다. 그런데 설계를 다 마쳐도 설계사무소는 설계비를 받지 못한다. 이후 조합은 입찰경쟁을 통해 A·B· C 중 건설사를 선정하는데 건설사를 선정한 후에야 이주비 대출이나 설계비 지급 같은 자금 문제가 해결된다. 결국 조합에 돈이 없다 보니 자금줄을 쥐고 있는 건설사가 좌지우지한다. 선정된 건설사는 비용 등의 문제를 들어 설계를 변경하는 일이 비일비재하다. 그나마 재건축이 나은 것은 택지분양부터 시작하는 신축과 달리 건설사가 설계와 시공까지 다 하지 않지만 사실상 지금의 시장 구조에서는 결과물에서 큰 차이가 없다.

△결국 자금이다. 파이낸싱 시스템을 개선해야 한다. 정부에서는 재건축 시 조합원에게 미리 돈을 빌려주는 파이낸스 시스템을 만들어 설계사무소가 조합으로부터 돈을 받아 일을 끝까지 마무리한 후 시공사를 선정해 공사를 시작하는 구조로 바꿔야 한다. 현재처럼 건설사가 개입해야 설계사무소도 대금을 받고 조합도 돈이 생기는 시스템 안에서는 건설사의 입맛대로 설계가 변경될 수밖에 없다.

△중요한 가치를 요약하자면 ‘다양성과 공유의 공간’이다. 1층에는 마당 같은 발코니가 있는 아파트를 만들고 인근에는 지역과 지역을 이어 주는 선형 공원을 주민과 함께 공유해야 한다. 또 내 집 가까이에 있는 작은 공원과 도서관을 다닐 수 있는 공간 등 진화한 주거공간을 함께 마련해야 한다. 이 같은 공간으로 각 주거 공간은 개별의 고유성이 생기고 이는 도시 안에서 다양성의 가치로 이어질 것이다. 다양한 공간을 공유한다면 도시에서의 삶은 ‘해체’가 아닌 ‘융합’으로 나갈 수 있을 것이다.

△1969년 서울 △서울 영동고 △연세대 건축공학과 학사 △매사추세츠공과대 대학원 건축설계 석사 △하버드대 대학원 건축설계 석사 △홍익대 건축대학 교수 △홍익대 건축대학 학과장 △스페이스컨설팅그룹 대표 건축가 △연세대 의대 객원교수겸 홍익대 건축도시대학 교수 △유현준건축사사무소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