李 "당당히 맞설 것"…檢, 부정청탁·대가성·개입 여부 집중 추궁

by성주원 기자
2023.01.10 14:04:23

이재명 대표, 10일 오전 수원지검 성남지청 출석
제3자뇌물죄 혐의…李 "잘못한것·피할 이유 없다"
성남FC 후원금 대가성·부정청탁 여부·인지 관건
중앙지검, ''대장동 사건'' 관련 李소환 여부 주목

[이데일리 성주원 기자] ‘성남FC 후원금 의혹’ 사건과 관련해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10일 검찰에 출석했다. 검찰은 이 대표가 성남FC 후원금과 관련해 기업들에 제공한 편의가 부정한 청탁이었는지, 대가성이 있었는지 이 대표가 직접 개입했는지 등을 집중 추궁할 것으로 보인다. 윤석열 사단 검사들과 전관 출신 변호사들의 향후 법리 대결에 눈길이 가는 가운데 검찰이 ‘대장동 개발비리 사건’과 관련해서도 이 대표 소환에 나설지 관심이 모아진다.

이재명(가운데)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성남FC 후원 의혹’과 관련해 10일 경기도 성남시 수원지방검찰청 성남지청에 출석하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수원지검 성남지청 형사3부(유민종 부장검사)는 이날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제3자뇌물 공여 혐의로 이 대표를 소환해 조사했다. 제1야당 대표가 검찰 소환조사를 받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재명 대표는 성남지청 앞에서 “저와 성남시 공직자의 주권자를 위한 성실한 노력을 범죄로 조작하려는 것은 용납할 수 없다”며 “특권을 바란 바도 없고 잘못한 것도 없고 피할 이유도 없으니 당당하게 맞서겠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어 “검찰은 정적 제거를 위한 조작수사로 영장을 남발하고 수사 기소권을 남용하고 있다”며 “검찰 공화국의 횡포를 이겨내고 얼어붙은 정치의 겨울을 뚫어내겠다”고 말했다.

이날 아침부터 성남지청 앞은 이 대표 지지 측과 보수단체 간 맞불 집회로 매우 혼잡했다. 이 대표가 성남지청 정문에서 지지자와 인사하며 도보로 본관 앞까지 이동하는 데만 15분 이상 소요됐다.

검찰은 이날 조사에서 성남FC 불법 후원금 의혹과 관련해 제3자뇌물죄 혐의 입증에 필요한 부정 청탁 여부, 대가성 여부, 직접 개입 여부 등을 집중적으로 캐물을 것으로 보인다.

성남FC 후원금 의혹은 이재명 대표가 성남시장으로 재직할 당시 성남FC 구단주로 있으면서 두산건설, 네이버(035420), 차병원 등 기업들로부터 160억여원 상당의 광고 후원금을 유치하고 그 대가로 이들 기업의 건축 인허가나 토지 용도 변경 등의 편의를 봐줬다는 내용이다.

검찰은 앞서 지난해 9월말 성남시에 인허가 현안이 있는 두산건설로 하여금 성남FC에 50억원을 공여하게 한 전 성남시 전략추진팀장 A씨를 제3자뇌물수수에 따른 특정범죄가중처벌등에관한법률위반(뇌물) 혐의로, 공여한 전 두산건설 대표 B씨를 뇌물공여 등 혐의로 재판에 넘겼다. 이들의 공소장에는 A씨가 이재명 대표와 그의 측근인 정진상 전 당대표 정무조정실장 등과 공모했다고 적시됐다.

검찰은 이 대표가 자신의 정치적 이득을 위해 기업들에 편의를 제공하고 후원금을 받은 것으로 보고 있다. 이 대표에 적용된 혐의가 제3자뇌물 공여죄인 만큼 성남시가 기업들에게 제공한 편의가 부정한 청탁이었는지 여부가 유무죄를 가를 관건이다. 또한 기업들이 낸 후원금에 대가성이 있었는지, 이같은 청탁과 대가가 오가는 과정을 이 대표가 인지했거나 직접 관여했는지도 핵심 체크포인트다.



‘성남FC 후원금 의혹’ 사건과 관련해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10일 오전 경기도 성남시 수원지방검찰청 성남지청에 피의자 신분으로 조사를 받기 위해 출석하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윤석열 사단 검사와 전관 출신 베테랑 변호사간 벌어질 치열한 법리 맞대결은 흥미로운 관전포인트다.

법조계에 따르면 성남지청을 관할하는 수원지검을 이끄는 홍승욱(사법연수원 28기) 검사장은 대표적인 윤석열 사단 검사다. 홍 검사장은 문재인 정부에서 조국 전 장관이 피의자인 ‘유재수 감찰 무마’ 의혹을 수사하다 좌천된 인물로 윤석열 사단으로 분류된다.

이창수(30기) 성남지청장과 조상원(32기) 성남지청 차장검사 역시 윤석열 사단 검사로 알려져 있다. 이 지청장은 추미애 전 법무장관이 주도한 ‘윤석열 총장 징계’ 당시 대검찰청 대변인을 지냈다. 박영수 특검 멤버였던 조 차장검사는 엄희준(32기) 서울중앙지검 반부패수사1부 부장검사와 ‘라임 수사’를 함께 했다. 엄 부장검사는 현재 ‘대장동 개발비리 의혹 사건’을 수사중이다.

이에 맞선 이 대표 변호인단은 판·검사 출신으로 꾸려졌다. 이 대표는 LKB앤파트너스 대표변호사를 지낸 김종근(18기) 전 서울고법 부장판사를 변호인으로 선임해 검찰 수사에 대응해 왔다. 이 대표와 김 변호사는 사법연수원 동기다. 최근 검찰 출석을 앞두고 문재인 정부 검찰국장 출신 박균택(21기) 전 광주고검장이 이 대표 변호인단에 합류했다. 박 변호사는 작년 7월부터 민주당 정치보복수사대책위원회 부위원장으로 활동해왔다.

각종 의혹에 얽혀있는 이 대표가 처음으로 검찰 조사에 응한 가운데 ‘대장동 개발비리 사건’을 수사중인 서울중앙지검이 뒤이어 이 대표 소환에 나설지 주목된다.

이미 관련 수사 과정에서 이 대표의 최측근인 정 전 실장과 김용 전 민주연구원 부원장이 구속기소됐다. 이들 공소장에는 이 대표의 이름이 수십차례 언급됐다.

특히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기획본부장과 남욱 변호사 등 대장동 일당의 잇단 폭로로 이 대표가 대장동 개발비리에 관여했을 가능성이 부각됐다.

다만 검찰이 이들의 진술을 입증할 물증을 확보했는지는 아직 확인되지 않았다. 핵심인물인 화천대유자산관리 대주주 김만배 씨는 남 변호사 등의 진술을 거짓이라고 반박하기도 했다. 극단적 선택을 시도한지 23일만인 지난 6일부터 다시 소환조사를 받고 있는 김씨의 검찰 조사 내용에 따라 이 대표에 대한 소환 여부 등이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서울 서초동 서울중앙지검. 사진= 이데일리 방인권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