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박병석 "정기국회는 국민의 시간…대선 전초전 안 돼"

by이성기 기자
2021.09.01 14:37:46

21대 국회 두 번째 정기국회 개회사
정치개혁·코로나극복·부동산대책·글로벌 백신허브 특위 신속 출범 요청
"품격 없는 국회, 고질적 정쟁 국민 비판 면치 못할 것"

[이데일리 이성기 기자] 박병석 국회의장은 1일 “비상한 상황에서 열리는 정기국회가 결코 `대선의 전초전`이 돼선 안 된다”고 강조했다.

박 의장은 이날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21대 국회 두 번째 정기국회 개회사를 통해 “정기국회가 대권 경쟁의 여파로 국론 분열의 증폭기가 되어서는 더더욱 안 된다. 품격 없는 국회, 고질적 정쟁은 국민의 비판을 면치 못할 것”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박병석 국회의장이 1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제391회 정기 국회 개회식에서 개회사를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박 의장은 또 “비록 대선이라는 중대 사안을 앞두고 있지만, 국민은 여야가 민생 협치를 통해 위기에 빠진 국민에게 든든한 다리를 놓아주기를 간절히 기대한다”면서 “눈앞의 이해에 매달리는 `작은 정치`, `분열의 정치`가 아니라 미래의 희망을 여야가 함께 개척하는 `큰 정치`, `통합의 정치`를 한번 해 보자”고 당부했다.

이에 박 의장은 여야에 △정치개혁특위 △코로나극복 민생특위 △부동산 대책 특위 △글로벌 백신허브 특위를 신속히 출범시킬 것을 요청했다.

박 의장은 “의회 민주주의는 대화와 타협이다. `민주주의는 일방통행이 아니다. 쌍방 통행`이라는 고 김대중 대통령의 말씀을 떠올린다”며 “21대 국회가 그간 이뤄낸 합의의 소중한 새싹, 이 싹을 아름드리 협치의 새 정치로 꽃피워 나가자”고 제안했다.

아울러 권력분산형 개헌을 통해 국민통합의 제도적 완성을 이룰 것을 주장했다.

박 의장은 “국민통합을 제도적으로 완성하기 위해선 승자독식의 권력구조는 혁파돼야 한다”면서 “대통령과 의회 간 상호견제 시스템을 갖춰야 하고 중앙과 지방의 불균형도 해소돼야 한다. 이를 위해선 반드시 헌법과 선거법 개정이 뒤따라야 한다”고 지적했다.

마지막으로 박 의장은 “민생경제회복, 모든 국민의 안전, 모든 국민의 희망, 다시 말해 민생경제, 국민안전, 민생 미래를 위한 ‘삼민(三民)국회’를 만들어가자”면서 “삼민 정기국회는 국민과 헌법의 명령이다. 앞으로 정기국회 100일은 온전히 국민을 위한 국민의 시간이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다음은 개회사 전문이다.

존경하는 국민 여러분!

국회의원 여러분!

김명수 대법원장, 유남석 헌법재판소장, 김부겸 국무총리,

노정희 중앙선거관리위원장 그리고 국무위원 여러분!

오늘부터 21대 국회의 두 번째 정기국회가 시작됩니다.

해마다 맞이하는 정기국회지만, 이번 정기국회에 임하는 마음가짐은 여느 때와는 다릅니다. 지금의 상황이 엄중함을 모두가 절감하고 계시리라 믿습니다.

최근 보도된 사진 한 장을 보는 순간 가슴이 먹먹했습니다.

폐업한 음식점에서 나온 냉장고와 싱크대, 고깃집의 원통형 양철 의자 같은 주방기구가 고물상 마당에 산처럼 쌓여있습니다.

견디고 견디던, 버티고 버티던 음식점 사장님들이 벼랑 끝에 몰려 고물상 문을 두드리고 ‘눈물의 폐업’을 하고 있는 가슴 아픈 모습입니다.

비상한 시기입니다. 코로나로 인해 국민의 삶이 2년 가까이 흔들리고 있습니다.

절박한 위기입니다.

첫째도 민생, 둘째도 민생, 셋째도 민생입니다.

‘여기 국회가 있습니다, 국회에 희망이 있습니다’라고 국민을 대표하는 우리 국회가 응답해야 합니다. 벼랑 끝에 몰린 국민들에게 따뜻한 위로와 응원과 회복의 손을 내밀어야 합니다.

존경하는 의원 여러분!

저는 지난해 정기국회 개회사에서 ‘실사구시 정신으로 국회가 위기의 강을 건너는 다리가 되자’고 말씀드렸습니다.

절박한 민생을 돕는 일에 다행히도 여야가 손을 잡았습니다. 개원 1년여 동안 우리 국회는 여야 합의로 다섯 차례 추경을 편성했습니다. 헌정사상 유례없는 일이었습니다.

지난해 코로나 극복 등을 위한 예산안을 법정 시한을 지켜 여야 합의로 통과시켰습니다. 6년 만에 처음 있는 일이었습니다.

코로나 위기 속에서 고통을 겪고 있는 소상공인과 자영업자들에게 분명, 소중한 버팀목이었습니다.

그러나 지금은 버팀목 하나로는 견뎌낼 수 없는 차원이 다른 상황입니다. 많은 소상공인과 자영업자의 어려움은 한계상황에 이르고 있습니다. 골목상권은 더욱 어두워졌습니다. 취약계층과 청년실업의 고통은 우리 모두의 아픔입니다.

다시 한번 흔들리지 않는 버팀목을 튼튼히 세우는 데 여야가 손을 잡아야 할 중차대한 시기입니다.

국민이 어려울 때 국회는 국민이 기댈 수 있는 언덕이 돼야 합니다. 모든 판단과 결심의 기준은 ‘국민’이 돼야 할 것입니다. 오로지 국민의 편에 서서 예산안 심사에 만전을 기합시다.

내년 예산은 새 정부 임기 첫해에 사용될 예산입니다. 당리당략을 떠나 국민을 위한 ‘중립예산’을 편성해야합니다.

예산도 제때에 쓰여야 약효가 있습니다. 정부가 제출한 내년 예산안을 꼼꼼히 따지되, 올해도 지난해와 마찬가지로 법정시한 내에 여야 합의로 통과시킵시다.

예산안을 법정 시한 내 여야 합의로 통과하는 것을 21대 국회의 확고한 전통으로 정착시켜 나갑시다. 그러면 국회를 향한 국민들의 시선도 한결 달라질 것입니다.

법안 심사는 균형 있게 합시다. 국민의 생업과 권익을 보호하겠다는 법안이 되레 국민의 자유에 부담을 주어선 안 되겠습니다. 새로운 법안이 규제의 담장을 더 높이 쌓는 일이 없는지 전후좌우를 면밀히 살펴봅시다.

대통령 선거전이 이미 시작되었습니다.

여야의 대선후보가 정기국회 기간 중 가려질 것입니다. 국민들은 국회가 대선 전초기지로 각 정당의 첨예한 격전장이 되지 않을까 걱정하고 있습니다. 분열과 갈등을 증폭시켜 국민통합을 어렵게 하는 정쟁의 장이 될까 우려합니다.

존경하는 의원 여러분!

우리 이런 우려와 통념, 시원하게 깨봅시다. 여의도의 상식을 깨고, 국민의 상식으로 돌아갑시다.

정기국회 100일은 헌법이 명령한 국회의 시간입니다. 오직 국민을 위한 100일이 되어야 합니다. 대선 국면이기에 바위처럼 단단하게 중심을 잡는 국회가 됩시다.

불가피한 코로나 방역대책으로 민생경제가 입은 타격은 너무도 엄중합니다. 방역과 민생경제는 궤를 달리할 수 없는 수레의 두 바퀴입니다. 촘촘한 방역과 빠른 접종으로 민생경제가 속히 회복될 수 있도록 해야 합니다.

국민안전과 민생경제를 위해선 백신주권 확보가 당면한 국가적 과제입니다.

백신주권이 바로 국력인 시대입니다.

충분한 백신 확보는 물론 국산 백신 개발이 결실을 맺을 수 있도록 국회가 온힘을 다해 지원합시다.

백신주권을 확보해야만 격변하는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 한발 앞서 대비할 수 있을 것입니다. 백신 개발 예산을 뒷받침하고 관련 제도도 손질합시다. 신속한 백신주권 확보를 뒷받침 하는 ‘국민 안전’ 정기국회를 만듭시다.

저출생·고령화, 기후변화에 따른 탄소제로 구현. 녹색경제와 디지털 사회의 접목. 계층·진영 간 갈등 극복을 위한 국민통합. 항구적인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

국가 대전략에서 빠져서는 안 될 중요한 국정과제지만 우리 정치는 눈앞의 현안에 묻혀 있습니다.



국제정세도 급변하고 있습니다.

미국과 중국의 갈등이 전면화 되고 있습니다. 국제 공급망이 허물어지기 시작했고 탈(脫)동조화도 가속화되고 있습니다.

가보지 않은 낯선 미래를 마주하고 있습니다. 국제질서의 변화에 한반도 좌표를 제대로 설정해야 합니다.

최근 아프가니스탄 사태는 국제사회의 냉엄한 현실을 다시 한번 각인시켜준 교훈입니다. 우리가 누리는 자유와 번영은 우리 스스로 지켜야 한다는 사실을 일깨워 주었습니다. ‘자주국방’과 ‘초당적 외교’, ‘전략 외교’에 대해서도 이번 정기국회에서 지혜를 모아 국민이 안심할 수 있게 합시다.

안보가 민생입니다. 여·야가 아닌 바로 우리 대한민국 국회와 정부의 책무입니다. 한발 앞서 내일을 준비하는 국가만이 미래를 선도할 수 있습니다.

5년 단임의 행정부에만 맡겨둘 일이 아닙니다. 국민의 대표기관인 국회가 긴 안목을 갖고 희망의 씨앗을 뿌려야 합니다. 국회가 미래 민생을 향한 밝은 등불을 제시해야합니다. 비상한 시국이지만 우리 국민을 지켜내면서 다음 세대의 먹거리 창출이라는, 미래 청사진을 준비해야겠습니다.

국회의장 직속기구로 ‘국가중장기어젠다위원회’와 ‘국민통합위원회’를 두고 정치·경제·사회 각 분야 전문가들의 지혜를 모으고 있습니다. 5년 단임의 정부를 뛰어넘는 국가전략을 다듬고 있습니다.

이 자문위원회가 9개월간의 활동을 정리 중입니다. 가까운 시일에 국민 여러분께 ‘한반도 경영의 미래 청사진’을 보고드릴 것입니다. 여야 지도부, 각 당의 대선 후보들과 토론하는 기회도 가질 것입니다.

존경하는 의원 여러분!

21대 국회를 출범하면서 우리는 제대로 일하는 국회가 되겠다고 국민께 약속했습니다.

그래서 국회법을 개정했습니다. 국회가 언제든지 열릴 수 있도록 상시국회를 표방했습니다. ‘일하는 국회’가 정착돼가고 있습니다. 21대 국회는 오늘까지 2,774건의 법안을 처리했습니다. 같은 기간 동안의 20대 국회 보다 96% 늘었습니다. 처리율도 20대 국회와 비교했을 때 6.8%포인트 증가한 23.1%에 이릅니다.

코로나 상황으로 인해 국회가 멈추지 않도록 비대면 영상회의 제도도 갖춰놓았습니다. 대한민국 국회는 어떤 경우에도 상임위원회와 본회의에서 법안심사와 표결이 가능합니다. 국회는 어떤 위기 상황에서도 작동해야 합니다.

일하는 국회의 기틀을 마련했으니 이제 일 잘하는 국회로 발돋움합시다.

지난 7월 말 여야는 공석 중인 국회부의장 선임과 상임위원장 재구성에 합의했고, 어제 마무리 지었습니다. 협치의 소중한 토대가 마련된 것입니다. 오랫동안 멈칫거렸던 세종 국회의사당 건립도 여야 합의로 상임위원회를 통과했습니다.

또한 여야는 ‘언론중재 및 피해구제 등에 관한 법률’ 개정이라는 난제를 앞에 놓고 한발씩 양보해 협치의 정신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의회민주주의는 대화와 타협입니다. “민주주의는 일방통행이 아니다. 쌍방통행이다”라는 김대중 대통령의 말씀을 떠 올립니다.

21대 국회가 그간 이뤄낸 합의의 소중한 새싹. 이 싹을 아름드리 협치의 새 정치로 꽃피워 나갑시다. 여야가 4개의 특별위원회를 구성해 민생을 돌보기로 공감대를 이뤘습니다. 실천에 옮겨주십시오.

개헌과 선거제도 개편을 다룰 정치개혁특위, 코로나극복 민생특위, 부동산대책특위, 글로벌 백신허브 특위는 일하는 국회의 표상이 될 것입니다. 4개 특위를 신속히 출범시킬 것을 요청합니다.

권력분산형 개헌에 대해 한 말씀 드립니다.

국민통합을 제도적으로 완성하기 위해선 승자독식의 권력구조는 혁파돼야 합니다.

대통령과 의회 간 상호견제 시스템도 갖춰야 합니다. 중앙과 지방의 불균형도 해소돼야 합니다. 이를 위해선 반드시 헌법과 선거법개정이 뒤따라야 합니다.

이번 국회에서 뜻깊은 첫 발을 떼어주십시오.



국회 세종의사당 설치는 국가균형발전의 상징이자 행정복합도시 완성의 핵이 될 것입니다. 올해 설계예산을 집행할 수 있도록 제대로 준비합시다.

존경하는 국민 여러분!

정기국회가 시작되는 오늘, 삼육서울병원의 간호사 이수련 씨를 떠올려봅니다.

전신 방호복을 입은 채로 병실 바닥에 매트리스를 깔고 앉아 중증 치매에 코로나 확진까지 겹친 백발의 아흔세 살 치매 할머니와 화투로 그림을 맞추던 이수련 간호사. 이 장면은 많은 국민에게 커다란 울림을 주고 있습니다.

좀처럼 수그러들지 않는 코로나 대유행 속에서도, 공동체를 위해 헌신하는 아름다운 모습이 울림을 준 것이 아니겠습니까.

도쿄 올림픽과 패럴림픽에서 우리 국민들은 인기·비인기종목을 가리지 않고 감동적인 분전에 따뜻한 응원을 보냈습니다. 충분하지 않은 지원에도 순간순간마다 최선을 다한 선수들, 그리고 이들의 분투에 메달과 관계없이 더 큰 박수를 보낸 국민들의 모습까지 모두가 감동적이었습니다.

이렇게 수준 높은 국민들에게 이제 국회가 희망을 주는 정치를 해야 할 때입니다.

지금 우리 앞에는 두 갈래의 길이 놓여 있습니다.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또다시 정쟁과 분열의 길을 답습할 것인가, 아니면 국민 통합을 이뤄내는 민생과 협치의 새로운 길을 갈 것인가.

국민의 대표기관이며 헌법기관인 우리 국회의원들의 손에 달려 있습니다. 정권 창출도 국민의 생명과 재산보호가 목적이라는 당연한 교훈을 다시 새깁시다.

총선 당시 국민들께 한 약속. 이 자리에서 의원선서 때 자신에 대한 다짐을 늘 상기합시다.

비상한 상황에서 열리는 이번 정기국회가 결코 대선의 전초전이 되어서는 안 됩니다. 정기국회가 대권 경쟁의 여파로 국론 분열의 증폭기가 되어서는 더더욱 안 됩니다. 품격 없는 국회, 고질적 정쟁은 국민의 비판을 면치 못할 것입니다.

정치의 중심은 국회입니다. 어떤 상황 속에서도 국회는 중심을 잡고, 국민을 지켜내야 합니다. 국난을 극복하는 일을 한시도 게을리 할 수 없습니다. 선진국 반열에 오른 대한민국의 품격을 지키고 내실을 다져야 합니다.

비록 대선이라는 중대 사안을 앞두고 있지만, 국민은 여야가 민생 협치를 통해 위기에 빠진 국민에게 든든한 다리를 놓아주기를 간절히 기대합니다. 정쟁과 분열의 길을 택하기에는 우리 앞에 놓인 위기가 너무나 심각하고, 치러야 할 대가는 너무도 큽니다.

눈앞의 이해에 매달리는 ‘작은 정치’, ‘분열의 정치’가 아니라 미래의 희망을 여야가 함께 개척하는 ‘큰 정치’, ‘통합의 정치’를 한번 해봅시다.

그것이 고통을 감내하면서 오랜 사회적 거리두기에 협조하고 있는 우리 국민들에게, 그리고 수많은 또 다른 이수련 간호사들에게, 코로나와 싸우는 의료진에게, 자원봉사자들에게, 눈물의 폐업을 하는 자영업자들에게 국회가 응답하는 길입니다. 이것이 오늘 우리가 이 자리에 모인 이유이고, 국민들이 우리를 선출해 국회로 보내주신 이유이기 때문입니다.

‘진정한 민주정치’를 부활시킵시다.

여당은 포용력을 보여주십시오. 야당도 초당적 협력을 실천해 주십시오.

제1야당은 총선결과로 나타난 여당의 180석을 존중해야합니다. 여당은 제1야당이 총선에서 득표한 41%의 득표율을 존중해야합니다. 비교섭단체와 무소속 의원들도 모두 국민들로부터 선택받은 국민의 대표들입니다. 이 토대위에 대화와 타협을 통한 진정한 민주정치를 부활시킵시다.

국회의 결정과 국회의원의 선택은 오직 역사와 국민에게 책임을 다하는 것이어야 합니다. 모든 결정과 선택의 기준은 오직 국민과 국익입니다.위기의 강을 마주친 국민에게 위기의 강을 건널 수 있는 희망의 다리를 놓아주는 정기국회가 되도록 합시다. 이는 헌법의 준엄한 명령입니다.

결코 대선 전초전이나 대리전을 치르는 품격 없는 국회가 되지 맙시다. 우리 국민 모두의 민생경제회복, 모든 국민의 안전, 모든 국민의 희망, 다시 말해 민생경제, 국민안전, 민생 미래를 위한 ‘삼민(三民)국회’를 만들어 갑시다.

삼민 정기국회는 국민과 헌법의 명령입니다. 앞으로 정기국회 100일은 온전히 국민을 위한 국민의 시간이어야 합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