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극세종기지 대원들, 오이·토마토 신선채소 키워 먹는다
by이진철 기자
2020.09.22 12:28:19
농진청, 10년 만에 식물공장 남극에 보내 신선채소 생산
| 허태웅 농촌진흥청장이 22일 경기도 평택시에 위치한 스마트팜 기업을 방문해 남극 세종과학기지에 보낼 식물공장 내부를 살펴보고 있다. 농진청 제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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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종=이데일리 이진철 기자] 남극세종기지 대원들이 오이·토마토·호박 등 신선채로를 키워 먹을 수 있게 된다.
농촌진흥청은 극지연구소와 협력해 식물공장을 쇄빙연구선인 아라온호에 실어 보낼 준비를 마치고, 남극으로 출발할 날을 기다리고 있다고 22일 밝혔다.
남극 세종과학기지에 식물공장을 보내는 것은 2010년에 이어 10년 만이다. 코로나19 영향으로 식물공장을 실어 보낼 항공이나 배편을 구하는 데 어려움을 겪으면서 자칫 무산될 위기에 처했던 ‘남극에 식물공장 보내기’ 프로젝트는 극지연구소의 과감한 결정 덕분에 빛을 보게 됐다.
남극 세종과학기지 대원들에게 신선채소를 공급하게 될 식물공장은 국제규격인 40피트 컨테이너(12×2.4m) 형태로, 지난 2010년에 보내진 식물공장보다 규모가 크다.
엽채류(잎채소류) 이외에도 기존 식물공장에서 재배가 어려웠던 고추, 토마토, 오이, 애호박 등 과채류(열매채소)까지 동시에 재배할 수 있도록 새로운 기능을 추가했다.
농진청은 식물공장을 보내기에 앞서 식물공장 전문 산업체 주관으로 세종과학기지 월동연구대원들에게 신선채소 재배법을 교육했다. 엽채류와 과채류를 동시에 재배할 수 있는 식물공장이 본격 가동되면, 하루 1.5∼2kg 정도의 엽채류를 생산할 수 있다.
식물공장에서 수확한 신선채소는 여름철에는 칠레에서 공수한 채소를 먹을 수 있었다. 하지만 겨울철에는 운송수단이 없어 거의 6개월 동안 세종과학기지 대원들은 채소를 먹지 못했다.
식물공장은 발광다이오드(LED)를 인공광으로 이용해 에너지 소모를 최대한 줄이고, 빛의 세기를 식물의 종류와 생육단계에 따라 조절할 수 있도록 설계됐다. 또한 재배환경 조절과 생육상황 영상을 원격으로 모니터링 할 수 있는 스마트팜 기술을 적용해 농촌진흥청 전문가와의 상담이 원활하도록 구성했다.
농진청은 식물공장과 함께 월동연구대원들이 채소가 재배되는 광경을 투명창을 통해 볼 수 있도록 컨테이너형 휴게공간도 보낼 계획이다.
허태웅 농진청장은 “코로나19로 어려운 여건 속에서도 남극이라는 특별한 곳에 우리의 기술과 경험을 담은 식물공장을 보낼 수 있게 된 것을 뜻깊게 생각한다”면서 “상황이 좀 나아지면 전문가를 파견해 부족한 부분에 대한 기술지원을 추진할 예정”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