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년간 고통에 허덕였다”…문성근·김미화 등 예술인, MB에 위자료 소송

by김미경 기자
2017.11.28 13:55:00

28일 34명 법원서 기자회견
1인당 500만원 청구키로 해
“향후 청구금액 확대할 계획”

배우 문성근과 방송인 김미화를 비롯한 34명의 문화예술인이 28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 정문 앞에서 MB정부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 국가배상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사진=뉴시스).


[이데일리 김미경 기자] “영문도 모르고 9년 동안 비를 맞았고 집에 물이 차서 고통에 허덕였다.”(개그우먼 김미화) “국가의 잘못을 법적으로 확인하고 역사에 기록해야 한다.”(문성근)

이명박정부 국가정보원이 작성한 블랙리스트에 올라 현업에서 배제당했던 문화예술인들이 이명박 전 대통령 등을 상대로 한 민사소송전에 돌입한다.

배우 문성근씨와 방송인 김미화씨 등 MB정권 블랙리스트 예술인 34명은 28일 서울중앙지법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블랙리스트 관련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제기한다고 밝혔다. 이들은 이 전 대통령과 원세훈 전 국정원장, 이종명 전 3차장, 김주성 전 기획조정실장 등 MB국정원 주요 인사 3명, 대한민국 정부를 상대로 1인당 위자료 500만원을 청구키로 했다.

이날 소장 접수에 앞서 이들은 “민주주의를 수호하고 국민의 기본권을 보호해야 하는 대통령이 문화예술계를 조작하려 한 것이 확인됐다”며 “범죄행위를 저지른 책임이 얼마나 막중한지 확인하기 위해서 소송을 제기한다”고 밝혔다.



김미화는 “지난 시절 잘못한 일이 있었다는 말을 하기가 그렇게 어려운가”라며 “적어도 지난 정권에서 잘못한 일은 사과드린다고 하는 게 상식이 아닌가”라고 반문했다. 이어 “한 국회의원은 블랙리스트 논란이 일자 ‘대통령이 그렇게 한가한 자리가 아니다’, ‘물 들어오니까 배 띄운다’고 말했다”며 “그러나 우리는 영문도 모르고 9년 동안 비를 맞았고 집에 물이 차서 고통에 허덕였다”고 토로했다.

문성근은 “국민에게 권력을 위임 받은 이명박, 박근혜 전 대통령은 정치적 견해가 다르다는 이유 때문에 문화예술인들의 밥줄을 끊었다”며 “국가의 잘못을 법적으로 확인하고 역사에 기록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소송을 대리하는 법무법인 양재 측은 “총 40명이 소송 의사를 밝혀왔고, 위임장을 취합하는 대로 이날 중 소장을 접수하겠다”고 말했다. 또 “문화예술인의 인격권까지 침해했다고 생각해 위자료를 청구했다. 추가로 피해 사실이 밝혀질 때마다 청구 취지와 재산상 손해배상 청구 금액을 확장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국정원 개혁발전위원회에 따르면 국정원은 이 전 대통령 시절인 2009년 당시 기조실장 주도로 ‘좌파 연예인 대응 TF’를 구성했다. TF는 정부 비판성향 연예인들을 배제하기 위해 소속사 세무조사, 프로그램 편성 관계자 인사조치 유도 등 전방위적 퇴출 압박을 벌인 것으로 조사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