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지로 내몰린 환자들…"집단 진료거부, 절망적이고 참담"
by송승현 기자
2024.06.13 14:58:51
92개 환자단체, 울분…"의료계, 집단휴진 즉각 철회해야"
"누구도 환자 목소리 듣지 않아…재발방지책 마련 필요"
정부 "환자 동의·구체적 치료계획 변경 없는 일방 취소 불법"
[이데일리 송승현 이유림 기자] “환자들은 이제 각자도생(生)을 넘어 각자도사(死)의 사지로 내몰리고 있다.”
| 중증아토피연합회, 한국유방암환우총연합회, 한국환자단체연합회 등 환자단체 회원들이 13일 오전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동 국회 앞에서 환자의 건강을 위협하는 의료계 집단휴진 철회를 촉구하며 공동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사진=노진환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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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형병원 소속 의대교수들이 오는 18일 집단 진료거부(휴진) 동참 의사를 내비친 가운데 92개 환자단체가 한자리에 모여 의료계의 집단휴진 철회를 촉구했다. 정부도 집단휴진 피해가 커질 경우 의료법을 적용해 처벌할 것을 시사했다.
중증아토피연합회, 한국유방암환우총연합회, 한국환자단체연합회, (사)한국희귀·난치성질환연합회 등 92개 환자단체는 13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의사당 정문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환자의 생명과 건강을 위협하는 의료계의 집단휴진 철회를 촉구한다”고 호소했다.
환자단체가 이날 모인 건 개원가를 넘어 중증 환자들이 모이는 대형병원 소속 의대교수들도 집단휴진을 예고하고 있기 때문이다. 현재 국내 5대 대형병원(빅5) 가톨릭성모병원, 서울대병원, 서울삼성병원, 서울아산병원, 세브란스병원 소속 교수들 모두 집단 휴진을 결의했다. 전국 40개 의대 소속 교수가 속한 단체인 전국의과대학교수협의회(전의교협)도 전날 휴진 참여를 선언했다.
더 나아가 서울대병원과 세브란스병원 소속 의대교수들은 각각 17일, 27일부터 무기한 집단 진료거부를 결의했다. 응급·중증·필수 의료를 제외한 의래진료 및 정규수술을 거부하겠단 얘기다. 여기에 서울아산병원을 수련병원으로 둔 울산의대 교수 비상대책위원회도 무기한 또는 한시적 파업을 내부에서 논의 중인 상태다. 아울러 서울성모병원을 수련병원으로 둔 가톨릭의대 비대위도 오는 27일 무기한 파업을 논의하는 등 규모는 더 커질 것으로 보인다.
| 중증아토피연합회, 한국유방암환우총연합회, 한국환자단체연합회 등 환자단체 회원들이 13일 오전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동 국회 앞에서 환자의 건강을 위협하는 의료계 집단휴진 철회를 촉구하며 공동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사진=노진환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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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에 대해 이날 환자단체들은 “넉 달간의 의료공백 기간 동안 어떻게든 버티며 적응해 왔던 환자들에게 의료진의 연이은 집단휴진 결의는 절망적인 소식”이라며 “환자에게는 더 이상 기다릴 시간이 없다. 제발 환자의 고통을 외면하지 말아 달라고 호소해왔지만, 누구도 환자의 목소리를 듣지 않아 참담한 심경”이라고 답답함을 드러냈다.
환자단체들은 정부를 향해 이번 사태가 더 이상 발생하지 않도록 방지책 마련을 촉구했다. 이들은 “환자들은 지금 사태의 빠른 종결뿐 아니라 재발 방지를 원한다. 혹시 다시 이런 일이 생기더라도 환자 피해가 최소화될 수 있도록 진료지원 인력을 합법화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아울러 환자단체들은 의료계의 집단 진료거부에 대해 고소·고발도 검토하겠단 방침이다.
정부도 의료계의 집단휴진 양상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의대교수들의 집단휴진에 대해 당장은 아니더라도 상황에 따라 의료법을 적용한 처벌도 시사했다.
전병왕 보건복지부 보건의료정책실장은 이날 ‘의사 집단행동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브리핑’을 통해 “이미 예약이 된 환자에게 동의와 구체적인 치료계획 변경 없이 일방적으로 진료예약을 취소하는 것은 의료법 제15조에서 금지하고 있는 진료 거부에 해당할 수 있다”고 밝혔다. 의료법 제15조에 따르면 의료인 또는 의료기관 개설자는 진료 요청을 받으면 정당한 사유 없이 거부하지 못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전 실장은 이어 “교수는 기본적으로 의료법을 떠나 집단행동이 금지돼 있다. (집단 진료거부로 인해) 제때 수술을 받지 못해 병이 악화하는 등의 피해가 발생하면 그에 따른 조치가 있을 것”이라며 “소비자 또는 환자단체가 집단 휴진에 대해 고발하는 경우에도 처벌이 적용될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