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법관대표회의 의장 "사법행정 남용 사죄..관련자 엄정 조치 촉구"

by노희준 기자
2018.05.30 11:39:41

최기상 부장판사 법원 내부전산망에 게시
"재판 거래로 헌법적 가치 스스로 부정"

김명수(왼쪽) 현 대법원장과 양승태 전 대법원장. (사진=이데일리DB)
[이데일리 노희준 기자] 박근혜 정부 양승태 전 대법원장 시절 법원행정처가 판사 ‘뒷조사’를 벌이고 재판을 미끼로 청와대와 거래를 시도한 정황히 드러나자 전국법관대표회의 의장이 30일 “대법원장께 헌정유린행위의 관련자들에 대해 그 책임에 상응하는 엄정한 조치를 취할 것을 촉구하겠다”고 밝혔다.

전국법관대표회의는 전국 법원에서 선출된 판사들로 구성된 일선 판사들의 대표적인 의견 수렴 창구다. 대법원장의 제왕적인 권한을 견제·감시하고 일선 판사의 의견을 모아 사법행정에 반영하기 위한 협의체적 성격을 띤다.

최기상 전국법관대표회의 의장은 이날 법원 내부전산망에 게시한 ‘사법행정권 남용에 관해 드리는 말씀’에서 “잘못된 과거에 대한 철저한 진상규명과 이에 상응하는 조치 없이는 더 이상 국민 여러분의 신뢰를 받는 사법부의 미래를 기약하기 어렵다”며 이 같이 말했다.



그는 “(대법원 특별조사단의)조사결과에는 사법행정에 비판적인 법관들에 대해 성향과 동향, 심지어 재산관계까지 파악하고 좋은 재판을 향한 법관들의 학술활동의 자유를 침해하는 반헌법적 행위가 포함됐다”며 “법원행정처가 재판을 정치적 거래나 흥정의 대상으로 삼는 행위를 통해 주권자인 국민의 공정한 재판에 대한 기대와 사법권의 독립이라는 헌법적 가치를 부정함으로써 사법부 스스로가 그 존재의 근거를 붕괴시키는 참담한 결과에 이르렀다”고 강조했다.

최 의장은 “저는 사법부의 일원으로서 이러한 사법행정권 남용사태를 방관하지는 않았는지 견제와 감시의 책임을 다하지 못한 것은 아닌지 반성하고 그 책임을 통감한다”며 “사법부의 사법행정권 남용행위로 인해 직접 고통을 겪으신 분들, 그리고 사법부와 법관에 대해 신뢰를 보내주신 국민들께도 깊은 사죄의 말씀을 올린다”고 강조했다.

그는 전국법관대표회의도 법관 사회의 다양한 의견을 수렴하고 논의해 조사결과의 후속조치를 마련하겠다고 설명했다. 전국법관대표회의는 내달 11일 오전 10시 일산 사법연수원에서 회의를 열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