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 의회, 오세훈 예산은 가로막고 지역구 예산은 줄줄이 증액

by김기덕 기자
2022.04.05 13:03:06

청년 대중교통비·서울런 등 전액 삭감
자치구 거리 조성·지역행사 등 증액돼
5~7일 예결위서 심사서 최종 결정될 듯

올 1월 서울시 민생지킴 종합대책을 발표한 후 오세훈 시장(오른쪽)과 김인호 의장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제공)
[이데일리 김기덕 기자] 오세훈 서울시장의 주요 공약 사업이 시의회 추가경정예산안 심사 과정에서 대폭 삭감된 반면 시의회 의원들의 지역구 관련 예산은 되레 증액된 것으로 나타나 빈축을 사고 있다. 오는 6월 1일 지방선거를 앞두고 오 시장과 민주당이 의석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서울시 의회 간 예산충돌은 더욱 심화될 것으로 보여 합의에 이르기까지 적잖은 진통이 예상된다.

5일 서울시와 시의회에 따르면 시의회 각 상임위원회는 지난 1일 추경안 예비심사 회의에서 청년 대중교통비 지급 78억원, 영테크(재무상담) 운영 7억원, 서울형 교육플랫폼(서울런) 구축 예산 32억원을 모두 전액 삭감했다. 올 1월 오 시장이 SNS에 올렸던 ‘지못미(지켜주지 못해 미안해) 예산 시리즈’에 포함됐던 사업들이다.

이에 대해 오 시장은 SNS를 통해 “‘오세훈 사업’이라는 이유로, 청년들을 위해 꼭 필요한 사업들이 다시 벽에 부딪친 것 같아 안타깝다”며 유감을 표했다.

시회의는 오 시장의 주요 공약 사업은 줄줄이 삭감했지만 자신들의 각 지역구 관련 사업 예산은 대거 늘린 것으로 나타났다. 시의회 교통위원회는 코로나19 장기화로 재정 악화가 누적된 시내버스 지원 예산은 절반(500억원)을 삭감한 반면 일부 자치구의 지하철역 에스컬레이터 설치와 도로개선 사업 등의 예산으로 182억원을 증액했다. 문화체육관광위원회도 각 자치구의 문화예술거리 조성 등의 명목으로 168억원을 증액했다. 보건복지위원회는 구로노인종합복지관의 물품 교체 비용 등을 포함해 9개 사업 21억원을 증액했다.



서울시 의회 의석 110석 중 99석을 차지하고 있는 더불어민주당 소속 의원들은 지난해 연말 서울시와 예산 전쟁을 벌일 당시에도 소상공인 지원을 명목으로 코로나19 생존지원금 3조원 편성을 주장하며 서울시와 강하게 맞붙었다. 서울시가 재정 건정성 악화를 이유로 난색을 표했지만, “지역구 예산도 포기한다”며 밀어붙인 바 있다.

익명을 요구한 관계자는 “6월 지방선거에서 민주당 소속 시의회 의장을 비롯해 다수의 시의회 의원들이 구청장직에 도전하는 만큼 지역구 예산 확보를 위해 사활을 걸고 있다”며 “이전과는 다르게 서울시와 시의회 간 일정 부분 양보하는 분위기는 전혀 찾아볼 수 없다”고 말했다. 시의회는 5일부터 예산결산특별위원회 본심사를 거쳐 8일 본회의에서 예산안을 처리할 예정이다. 김호평 시의회 예결위원장은 “상임위에서 삭감된 사업이나 일부 지역구 관련 지원 사업은 예결위 심사 과정에서 일부 변경될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서울시의회 본회의 전경.(사진=뉴시스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