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경찰, 부실대응 논란에…’범죄 위험 대응 AI시스템’ 도입
by정두리 기자
2021.12.09 14:49:31
112 신고유형 및 코드의 자동 분류 한 번에
신고 내용 관련 치안정보 매뉴얼도 시스템화
“신임경찰관 빠른 현장대응 가능할 것으로 기대”
[이데일리 정두리 기자] 최근 잇따른 강력사건 부실 대응으로 뭇매를 맞고 있는 경찰이 현장 대응력 강화의 일환으로 ‘범죄 위험 대응 AI시스템’을 도입한다. 새로운 신고 접수 시 과거 경찰관이 어떻게 접수했는지에 대한 학습 데이터를 바탕으로 신임 경찰관의 현장 대응이 보다 신속해질 전망이다.
8일 경찰 등에 따르면 경찰은 정보통신기술(ICT)을 바탕으로 경찰관이 현장에 출동하기 전 적절한 대응을 할 수 있는 ‘범죄 위험 대응 AI 시스템(가칭)’을 개발 중이다.
각종 민원부터 실종, 강력사건에 이르기까지 일선 경찰서의 업무는 언제 어디서 어떤 상황이 발생할지 모르기 때문에 매우 광범위하다. 그렇다고 매 신고와 사건마다 동일한 수준의 경각심과 위험을 감지한다는 것은 쉽지 않은 게 현실이다. 여기에 최근 인천 층간소음 흉기난동 사건과 신변보호 여성 피살사건 등 부실 대응이 입방아에 오르면서 현장 대응력 강화에 대한 국민 요구도 높아지고 있는 상황이다.
이에 경찰은 ICT 기반으로 경찰관이 처한 현장 상황을 조기에 인지해 그에 따른 적절한 대응을 할 수 있는 기술 개발에 돌입했다. ‘범죄 위험 대응 AI 시스템’은 112 신고유형 및 코드 자동 분류가 특징이다. 신고를 받는 경찰관이 신고 내용을 임의로 입력하면 시스템이 자동으로 위험도에 따라 C0에서 C4까지 분류되는 5종의 코드와 함께 강간, 절도, 살인 등 56종의 신고 유형을 추천해준다. 신고 내용 입력 후 관할서 내에서 관련 신고 내용과 유사한 과거 신고 내용도 조회가 가능하다.
예를 들어 신고 내용 중에 ‘층간소음’, ‘살해 협박’ 등의 내용이 있을 시, 사건 접수 경찰관이 키워드를 입력하면 자동으로 가장 비슷한 최근의 사건들을 시스템 화면에 제시한다. 해당 내용에 대응하는 매뉴얼을 시스템이 제시하고 담당 경찰관은 그간의 사건을 종합해서 대응에 참고할 수 있다.
경찰 관계자는 또 “현재 112 신고 500만건 이상을 학습, 데이터화했으며 누적 정보를 활용해 가장 유사한 결과물을 제공한다”면서 “담당자가 바뀌어도 학습 데이터를 통해 후임 경찰관의 빠른 현장 대응이 가능해질 전망”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인천 사건도 당시 살인이 날 정도로 문제가 커지지 않을 거라고 생각하고 당황한 측면이 있다”며 “유사 사건 매뉴얼을 통해 출동하는 경찰관들이 적절히 대응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 경찰이 개발중인 ‘범죄 위험 대응 AI시스템(가칭)’.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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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이 신고 내용과 관련된 처리 절차가 기술된 매뉴얼을 확인할 수 있는 ‘치안정보 통합 검색 시스템’도 함께 제공할 예정이다. 신고 내용과 관련된 처리 절차가 기술된 매뉴얼을 손쉽게 검색할 수 있는 것이다.
지난 2016년 서울 강북구 오패산터널 인근에서 전자발찌를 찬 40대 남성이 자신이 만든 사제 총기로 출동한 경찰관을 사망케 했다. 당시 신고자가 ‘이상한 총소리가 난다’고 해서 출동했지만 현장 경찰관들은 그런 정보를 전혀 모르고 갔다가 총에 맞았던 것이다.
경찰 관계자는 “만약 이런 사건들이 학습 데이터화돼 있으면, 현장에 출동하는 경찰관은 만반의 준비를 하고 갈 수 있었을 것”이라며 “최초의 신고와 현장이 너무 다른 경우가 많기 때문에 어느 정도의 위험 상황인지를 판단할 수 있는 정보를 경찰관들에게 주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시스템은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 주관으로 진행됐으며 과학기술정부통신부 산하 정보통신기획평가원(IITP)이 예산 지원 및 사업관리를 맡았다. 참여기관은 고려대를 비롯해 IT업체(씨이엔코퍼레이션·아이와즈·모비젠)가 뛰어들었으며, 현장 경찰관가 IT연구자 등이 현장검증에 나선다.
다만 아직 한계점도 존재한다. 112신고 유형의 자동분류는 기존 데이터와 가장 근접한 유형 을 제시하는데, 기존 데이터와 가장 유사한 선택일 뿐 최선의 선택은 아닐 수 있어 일부 개선도 필요한 상황이다. 사용자의 노하우가 담긴 매뉴얼 제공 협조가 필수다.
현재 ‘범죄 위험 대응 AI시스템’ 실무진은 시스템을 보완하기 위해 경찰청·시도청 300명 규모의 경찰관을 대상으로 시범운영에 돌입했다.
경찰 관계자는 “설문조사 과정을 거친 이후 내년 교육용으로 시범운영을 한 이후 2023년에는 실무용으로 사용할 수 있게 하는 것이 목표”라면서 “경찰의 현장 대응력을 한층 높여줄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