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장비 사재기 하는 中…"공급과잉 우려"
by정다슬 기자
2024.09.05 12:17:33
美, 중국 겨냥 반도체 장비 수입제한에도
中 장비수입은 규제 이후 오히려 늘어나
한·미·일·대만 4개국보다 상반기 더 사들여
"中, 美규제강화 우려에 장비 비축 확대"
| 4월 29일 중국 동부 장쑤성 화이안의 반도체 칩 공장에서 한 직원이 일하고 있다. (사진=AFP)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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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정다슬 기자] 올해 상반기 중국의 반도체 제조장비에 대한 지출이 한국·미국·일본·대만을 합친 것보다 많았다. 반도체 시장에도 중국발 ‘공급과잉’ 문제가 생기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글로벌 반도체 산업 협회인 SEMI의 데이터에 따르면 중국은 상반기 반도체 제조장비를 조달하는데 249억 3000만달러(33조 2566억원)를 썼다. 이는 같은 기간 한국·미국·일본·대만이 지출한 236억 8000만달러보다 많은 금액이다.
2022년 10월 미국이 중국에 첨단반도체와 관련한 기술과 장비를 수출하는 것을 제한하는 규제를 도입한 이후, 중국의 반도체 제조장비 지출이 오히려 늘어났다.
SEMI에 따르면 중국의 반도체 제조장비 지출은 2022년 280억달러였으나 2023년 366억달러로 급증했다. 올해는 350억달러가 넘어설 것으로 예상된다.
일본과 네덜란드 역시 지난해 7월, 9월부터 중국에 대해 첨단 반도체 제조장비 수출 통제를 강화한 상태다.
그럼에도 네덜란드 ASML 매출에서 중국이 차지하는 비중은 2022년 4분기 17%에서 올해 2분기 49%로 2배 이상 증가했다. 도쿄일랙트론과 스크린홀딩스 역시 2분기 전체 매출의 40% 이상이 중국에서 나왔으며 그 규모가 커질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싱가포르 국립대 수석 강사이자 한리히 재단의 연구원인 알렉스 카프리는 “대선을 앞둔 미국 정부가 중국을 겨냥해 더욱 강력한 반도체 제재 조치를 추가적으로 취하기 전에 반도체 제조장비를 비축하려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클라크 쳉 SEMI 수석 디렉터는 CNBC에 중국의 사재기는 올해 하반기까지 이어질 것이며 내년에는 이 추세가 둔화할 것이라고 밝혔다.
전문가들은 중국의 반도체 과잉투자가 전기차(EV), 태양광패널, 철강처럼 반도체 가격을 하락시킬 가능성을 주시하고 있다. 다만 이는 20나노급의 범용 반도체에 한정될 전망이다. 카프리는 “더욱 진보적이고 강력한 반도체에 대해서는 중국은 아직 갈 길이 멀다”면서 “그들은 그것을 만드는 방법을 알아내려고 하고 있지만, 이는 거의 불가능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