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타강사'의 힘?…강남 3구 서울대 진학률 3배 끌어올려
by장영은 기자
2024.08.27 14:36:03
한은, '입시경쟁 과열로 인한 사회문제 대응방안' 발표
학생 잠재력과 실제 서울대 진학률 비교해보니
서울-비서울 차이 크고 서울서도 '학군지' 차이 뚜렷
[이데일리 장영은 기자] ‘좋은 대학을 가기 위해선 일단 강남으로 가야 한다’ 자녀 교육에 관심이 높은 학부모들 사이에서는 일종의 공식처럼 생각되는 명제다. 적어도 서울대 진학률을 놓고 봤을 때는 타당성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
27일 한국은행이 발간한 BoK 이슈노트 ‘입시경쟁 과열로 인한 사회문제와 대응방안’에 따르면 지난 2018년 기준 서울 거주 학생들의 잠재력 기준 가상 진학률은 0.44%로 비서울(0.4%)보다 0.04%포인트 높은 데 그쳤다. 반면 실제 서울대 진학률은 서울 출신이 0.85%로 비서울 출신의 0.33%보다 0.52%포인트 높았다.
여기서 학생들의 잠재력은 지역별 소득분포를 바탕으로 학생의 잠재력 분포를 간접적으로 추정하는 방법을 사용했다. 우선 한국은행 가계부채 데이터베이스를 바탕으로 전국 시군구별로 학부모 연령대인 40대의 소득분포를 추산했다. 여기에 기존 연구에서 밝혀진 부모의 소득과 지능 간의 상관계수, 부모의 지능과 자녀의 지능 간의 상관계수를 결합해 학생의 지능 분포를 냈다는 것이 한은측 설명이다.
이 분석을 보면 서울과 비서울 간 서울대 진학률 격차 중 약 8%만이 학생 잠재력 차이로 설명되고, 나머지 92%는 거주지역 효과로 분석됐다. 거주지역 효과는 부모 경제력과 사교육 환경 등을 포괄하는 개념으로 쓰였다.
서울에서도 소위 명문고와 사교육 인프라가 좋아 ‘학군지’로 불리는 서울 강남 3구(강남·서초·송파)를 따로 떼어서 보면 지역에 따른 격차가 더 컸다. 강남 3구의 학생 잠재력 기준 진학률 추정치는 0.5%였지만, 실제 진학률은 1.5%를 웃돌았다. 강남 3구와 비서울 지역 중 한 곳(N구)의 서울대 진학률을 비교해보면 잠재력 기준 서울대 진학률은 각각 0.50%와 0.39%로 1.3배 차이가 나지만, 실제 진학률은 각각 1.53%와 0.16%로 강남 3구 학생의 진학률이 9.6배였다.
보고서의 공동 저자인 이동원 한은 경제연구원 미시제도연구실장은 “서울과 비서울 지역 간 서울대 진학률 격차에 거주지역 효과가 큰 영향을 미치는 이유는 서울이 우수한 사교육 환경 덕분에 소득수준에 비해서도 좋은 입시성과를 올리고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학생 잠재력에 비해 서울대 진학률이 높은 ‘초과진학률’과 전국 시군구별 소득수준 간의 관계를 분석한 결과 월 소득수준이 100만원 높은 지역일수록 초과진학률이 0.41%포인트 상승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부모의 소득이 높아질수록 자녀가 서울대에 진학할 가능성이 커지는 현상이 확인됐다는 뜻이다.
또 소득 수준 외에 사교육 인프라도 서울대 진학률에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다. 소득 수준이 비슷한 A구와 강남·서초구를 비교한 결과 강남·서초구의 서울대 진학률이 훨씬 높았다. 서울 내에서는 강남·서초구 외에도 많은 자치구가 소득수준과 초과진학률 간 관계를 나타내는 회귀선보다 위에 있었다. 이 실장은 “부모의 경제력뿐 아니라 학원 인프라 등 사교육 환경의 차이도 서울과 비서울 간 서울대 진학률 격차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점을 보여준다”고 했다.
한은은 이날 서울대 국가미래전략원과 공동으로 서울 관악구 서울대 우석경제관에 ‘지역균형발전 정책과 교육 정책의 패러다임 변화’라는 주제로 심포지엄을 개최했다. 한은은 과도한 교육열이 사회구조적 문제를 야기하고 있다고 지적하면서 현 입시제도를 개편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지역별 학생 수를 반영해 대학 신입생을 뽑는 ‘지역별 비례선발제’가 대안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제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