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유가 90달러 넘어가면 韓 성장률 1.9%…물가는 2.8%(종합)
by최정희 기자
2023.11.30 13:30:00
한은, 11월 수정 경제전망 발표
올 성장률 1.4% 유지·물가 3.6%로 0.1%p 상향
내년 성장률 2.1%로 0.1%p 내리고 물가 2.6%로 0.2%p 상향
"내년 수출·설비투자 개선되나 내수 회복 모멘텀 약화"
"물가, 11월중 상당폭 낮아지고 내년 상반기 3% 내외"
[이데일리 최정희 기자] 한국은행은 올해 경제성장률을 1.4%로 유지하고 내년엔 2.1%로 석 달 전(2.2%)보다 0.1%포인트 하향 조정했다. 물가상승률은 올해와 내년 3.6%, 2.6%로 종전보다 0.1~0.2%포인트 상향했다.
그러나 내년에 중동 등 지정학적 불안이 커져 국제유가가 배럴당 90달러를 넘어서게 될 경우 내년 성장률은 1.9%로 떨어지고 물가는 2.8%로 올라 스태그플레이션(경기침체 속 물가 상승) 현상이 심화될 것으로 예측했다.
한은은 30일 ‘수정 경제전망’을 통해 올해 경제성장률을 1.4%로 석 달 전 전망을 그대로 유지했다. 내년엔 2.1%로 올해보다는 성장률이 높아져 잠재성장률 수준을 회복하지만 석 달 전 2.2% 성장에서 0.1%포인트 하향 조정했다.
한은은 “내년 경제는 수출, 설비투자를 중심으로 개선 흐름을 이어가겠으나 내수 회복 모멘텀이 약화돼 지난 전망을 소폭 하회할 것으로 예상한다”고 밝혔다.
세계 경제는 올해 2.9%에서 내년 2.8%로 성장세가 둔화되지만 세계 교역신장률은 0.8%에서 3.4%로 껑충 뛴다. 상품 교역이 점차 회복될 것으로 예측했다. 한은은 “세계 교역은 당분간 부진한 모습을 보이다가 IT경기 개선, 주요국의 신성장산업 및 공급망 재배치 관련 투자 증가 등으로 상품 교역을 중심으로 점차 회복될 것”이라고 말했다.
특히 주요 교역국들의 성장세가 상향 조정됐다. 중국의 올해와 내년 성장률은 각각 5.2%, 4.6%로 석 달 전(5.0%, 4.5%)보다 높아졌고 미국 역시 2.4%, 1.3%로 종전 전망치(1.9%, 0.8%)보다 높아졌다.
이에 재화 수출 증가율은 올해 2.3%, 내년 3.3%로 종전 전망치(0.7%, 3.1%)를 상회할 전망이다. 설비투자는 올해 0.3% 감소하지만 내년엔 4.1% 증가할 것으로 예측했다. 반면 민간소비는 올해와 내년 모두 1.9%씩 성장해 석 달 전 전망(2.0%, 2.2%)을 하회한다. 재화수입은 올해 -0.2% 감소하다 내년 2.4% 증가한다. 이는 석 달 전 -0.8% 감소했다가 5.4% 반등한다는 전망에서 크게 조정된 것이다. 건설투자도 주거용 건물 신규수주 및 착공 위축으로 부진할 전망이다. 건설투자는 올해 2.7% 증가한 뒤 내년 1.8% 감소가 예상되고 있다.
물가상승률은 앞으로 둔화 흐름을 보일 것이라고 예측했지만 일제히 종전 전망치보다 상향 조정했다. 올해와 내년 물가는 각각 3.6%, 2.6%로 종전 전망(3.5%, 2.4%)보다 0.1%포인트, 0.2%포인트 높였다. 식료품 및 에너지 제외 근원물가는 올해 3.5%, 내년 2.3%로 이 역시 0.1%포인트, 0.2%포인트 상향 조정했다.
이와 관련 한은은 “앞으로 물가상승률은 11월중 상당폭 낮아질 것으로 전망되고 유가가 다시 크게 상승하지 않는다면 내년에는 상반기중 3% 내외로 점차 둔화되겠으며 연간 2.6%를 나타낼 것”이라고 말했다.
국제유가 전망도 상향 조정했다. 브렌트유 기준으로 올해 전제치를 83달러로 1달러 높였고 하반기는 86달러로 2달러 상향했다. 내년 전제치도 85달러로 2달러 높였다. 글로벌 경기 둔화에 따른 수요 둔화는 하방 요인이나 산유국 감산, 중동 등 지정학적 리스크는 상방 요인이라 향후 불확실성이 높은 상황이다.
이날엔 2025년 성장률과 물가도 처음 제시됐는데 각각 2.3%, 2.1%로 예측됐다. 근원물가는 2.0%로 전망했다.
한은은 향후 전망경로상의 불확실성이 크다며 시나리오별 전망도 제시했다. 지정학적 불안에 두바이유가 내년 평균 92달러(기본 전망 84달러), 내후년 86달러(79달러)로 오를 경우 내년 성장률은 1.9%로 낮아지고 물가상승률은 2.8%로 높아질 것으로 전망됐다.
반면 반도체 등 글로벌 제조업 경기가 빠르게 반등해 세계 경제성장률이 내년 3.0%(기본 전망 2.8%), 내후년 3.2%(3.0%)로 오르고 국제유가가 각각 87달러, 82달러로 상향될 경우 내년 우리나라 성장률은 2.3%, 물가는 2.8%로 높아질 전망이다.
한편 한은은 올해와 내년 경상후지 흑자규모가 각각 300억달러, 490억달러가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석 달 전보다 30억달러씩 상향 조정된 것이다. 내후년엔 590억달러까지 올라갈 전망이다. 경상수지는 올 하반기 중 수입 감소세가 지속되는 가운데 수출이 개선돼 상반기보다 흑자 규모가 상당폭 확대됐다. 국내총생산(GDP) 대비 경상수지 흑자비율은 올해 1%대 후반에서 내년 2%대 후반으로 높아진다.
취업자 수는 올해 34만명에서 내년 24만명으로 둔화될 전망이다. 다만 이는 여성, 고령층 중심으로 노동공급이 지속, 석 달 전 29만명, 19만명에서 상향 조정된 것이다. 내후년엔 18만명으로 증가폭이 줄어든다. 실업률은 올해 2.7%에서 내년과 내후년 2.9%로 소폭 올라갈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