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자 18% 육박한 리볼빙…금리경쟁 유도하면 낮아질까

by정두리 기자
2023.09.12 16:36:08

리볼빙 이자 최고 18% 육박…잔액은 7.3조 돌파 ‘위험수위’
당국 공시 강화키로…“조달금리·저신용자 평균금리도 공개”
“취지 좋지만 보완도 필요…조달비용 리스크도 해결돼야”

[이데일리 김일환 기자]
[이데일리 정두리 기자] 다중 채무자가 주로 이용하는 카드론·현금서비스 등 카드대출과 결제성 리볼빙 잔액이 늘어나며 가계부실의 ‘뇌관’이 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는 가운데 금융당국이 고금리로 내몰리고 있는 서민들을 위해 ‘카드대출·결제성 리볼빙’ 금리 비교공시를 강화하기로 해 그 효과에 이목이 쏠린다. 소비자들에게 금리 정보를 적기에 제공해 선택권을 보장하고, 카드사 별로는 자율적인 금리 경쟁을 유도한다는 ‘두 마리 토끼’ 잡기 포석이다. 다만 일각에서는 조달비용 리스크가 여전히 큰 카드사 입장에서는 비교 공시를 통한 금리 인하 경쟁은 제한적일 것이라 평가가 나온다.

금융감독원과 여신금융협회는 신용카드업계와 함께 TF를 구성해 카드대출·리볼빙 금리 비교공시 강화방안을 마련했다고 12일 밝혔다.

카드대출과 결제성 리볼빙은 소비자들이 편리하게 이용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는 반면, 은행 등 여타 대출상품에 비해 금리가 상대적으로 높은 편이다. 특히 최근 리볼빙 이자는 18%에 육박하며 중저신용 차주의 이자 부담이 만만치 않다.

여신금융협회에 따르면 국내 전업카드사(신한·삼성·KB국민·현대·롯데·우리·하나카드)의 지난 7월 말 결제성 리볼빙 평균 수수료율은 15.43~17.80%이다. 이들의 평균 수수료율은 최근 5개월 간(△4월 15.6~17.9% △5월 15.52~17.88% △6월 15.41~17.84% △7월 15.43~17.80%) 법정 최고금리(20%)에 가까운 연 18%대를 바라보고 있다.

카드론 금리는 15%대를 향하고 있다. 카드론 금리는 7월 말 기준 하나카드가 14.60%로 가장 높았으며, 삼성카드(14.50%), 롯데카드(14.36%), KB국민카드(14.30%) 등 14%를 넘었다.

리볼빙 및 카드대출 이월잔액도 증가세다. 지난 7월 말 리볼빙 잔액은 7조3090억원으로 1분기 말과 비교하면 1893억원 늘었다. 같은 기간 현금서비스 잔액은 6조4078억원으로 1분기말(6조1809억원) 대비 2268억원 늘었으며, 카드론 잔액은 35조3952억원으로 2개월 전보다 5483억원 증가했다.

이에 금감원은 리볼빙 금리 인하 경쟁을 촉진하고 불완전판매를 줄이기 위해 ‘신용카드상품 공시 시스템’을 오는 20일부터 시행키로 했다.



신용카드상품 공시 시스템에서는 회사별 카드대출·리볼빙의 평균 금리를 볼 수 있는 요약 화면을 통해 카드대출·리볼빙 금리를 확인할 수 있다. 자신이 원하는 카드사들의 △현금서비스 △카드론 △리볼빙 금리를 한 눈에 비교할 수 있게 된 것이다.

또한 기존에는 금리 세부내역의 공시 기준을 카드사별 내부 등급을 공시목적으로 표준화한 ‘표준등급’을 사용했는데, 그간 소비자는 본인의 등급을 알 수 없었다. 하지만 이번 개선으로 공시 기준을 ‘신용점수’로 변경했으며, 이를 통해 평균금리의 세부 구성요소인 기준가격(할인 전 금리)과 조정금리(마케팅 할인금리 등)까지 확인이 가능해진다. 카드사들의 주요 조달 수단인 카드채 금리 항목도 추가돼 이를 확인할 수 있다.

가령 신용점수가 830점인 고객은 자신의 신용점수 구간(801~900점)에 따른 카드사별 금리를 명확히 확인할 수 있으며, 금리 상세보기를 통해 카드사의 기준가격과 조정금리, 운영가격, 조달금리까지 한번에 파악이 가능하다. 소비자들이 저신용자에 대한 평균금리를 쉽게 비교할 수 있도록 신용점수 700점 이하인 회원에 대한 평균 취급금리도 추가로 공시한다.

금감원 관계자는 “전에는 보여주지 않았던 조달금리나 저신용자에 대한 평균 금리를 추가함으로써 소비자들이 금리 비교를 보다 면밀히 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면서 “상대적으로 저렴한 금리를 찾게 된다면 개별 카들사들이 자율적인 금리 경쟁에 나설 수 있는 이점도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를 두고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점수 구간별 금리공시가 평균의 함정으로 인해 개별 소비자가 각 금융사에서 적용받을 실제 금리와 차이가 있을 수 있다는 것이다. 카드사 한 관계자는 “금융소비자에게 금융사의 금리책정 근거를 보여줌으로써 소비자의 알권리를 충족시킬 수 있지만, 점수 구간별 평균금리 공시가 개별 소비자가 적용받을 실제 금리와 차이가 클 수도 있다는 점에서 또 다른 민원발생 가능성이 우려된다”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여전채 금리가 오름세를 지속하면서 조달비용 리스크가 커진 카드사 입장에서는 비교 공시를 통한 자율적인 금리 경쟁은 제한적일 것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지난 11일 기준 AA+ 등급 여전채 3년물 금리는 4.581%로 집계됐다. 이는 올해 들어 가장 높은 수준이며, 지난 3월 말 당시 해당 금리가 3.951%였던 것과 비교하면 6개월 여 만에 0.6%포인트 이상 상승한 것이다.

서지용 상명대 경영학부 교수는 “카드사들이 조달 금리가 높은데 운용금리를 지나치게 낮출 수는 없는 상황”이라면서 “비교 공시가 금리 경쟁을 유도하려면 정부가 여전채 금리가 낮게 형성될 수 있도록 여전채 매입 등 시장 조성에도 나설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