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용공여 없는 선불 전자지급 수단, 신용카드와 동일 기능 아냐"

by김국배 기자
2022.08.25 15:07:48

허준범 핀테크산업협회 변호사, 동일 규제 적용 부적절 주장
"동일기능 동일규제론, 당국 자의적 판단 개입 여지 커"
"전가의 보도처럼 규제 신설 명분으로 쓰여"

[이데일리 김국배 기자] “근본적인 차이는 신용카드는 여신 기능을 제공한다. 하지만, 선불전자지급 수단은 오히려 자기 돈을 카카오페이 (연결)계좌에 충전하고 신용 공여 자체가 없다. 동일 기능이 아니다.”

한국핀테크산업협회 정책지원 팀장을 맡고 있는 허준범 변호사는 25일 서울 서초구에 위치한 한국인터넷기업협회 대회의실에서 열린 ‘굿인터넷클럽’ 행사에서 이같이 주장했다. 최근 금융당국은 네이버페이·카카오페이 같은 선불전자지급 수단을 신용카드와 유사한 서비스로 묶어 동일 규제를 적용하려고 하고 있다.

허준범 한국핀테크산업협회 정책지원 팀장


금융위원회가 입법 예고한 ‘금융소비자 보호에 관한 법률(금소법) 시행령 및 감독규정 개정안’에는 서비스 변경 6개월 전 고지, 설명 의무 부과 등의 내용이 포함돼 있다. 이에 핀테크 업계는 반발하고 있다.



허 변호사도 이날 간편결제는 신용카드와 달리 “신용 공여 자체가 없다”며 동일한 기능으로 보기 어렵다고 주장했다. 또 “네이버페이, 카카오페이를 이용할 때 신용카드처럼 연회비를 납부하지 않는다”면서 “신용카드는 많게는 수백만원의 연회비를 지급하고 상응하는 부가 서비스를 받고자 하는 양 당사자 간의 의사 합치가 있기 때문에 (서비스 중단 6개월 전 고지 의무 등이) 납득 가능한 것”이라고 했다.

그는 “동일기능 동일규제론 자체가 구체적인 사안에 적용하려면 들어맞지 않는 경우가 많은데 전가의 보도처럼 규제 신설 명분으로 쓰이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극단적인 예로 자동차와 우마차가 동일하게 운송 수단으로 기능한다고 동일규제를 적용한다고 가정해보자. 우마차에 환경영향평가를 할 수 있나. 우마차에는 운전 면허를 발급할 수도 없다”면서 “동일기능 동일규제론은 당국의 기계적, 자의적 판단이 개입할 여지가 크다”고 했다.

또 “동일기능 동일규제론 자체가 기존 금융회사들이 기득권을 지키는 데 악용되고 있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며 “어떤 게 같고, 다른지 이성적으로 바라보고 투자자 보호, 금융시장의 건전성, 내부 통제 등 다양한 각도에서 동일 규제 도입의 필요성을 검토해야 하며 이 과정에서 규제 대상인 핀테크 기업들의 의견에도 좀더 귀를 귀울일 필요가 있다”고 했다.

허 변호사는 “무비판적으로 동일기능 동일규제론을 답습하고, 규제 신설에 있어 ‘동일기능 동일규제만 적용하면 무조건 오케이’라는 자세는 새로운 혁신을 계속해서 가로막는 논리”라며 “혁신이라는 것은 원래 동일 기능을 어떻게 소비자에게 더 편리하고 소비자 친화적으로 제공할 것이냐는 고민에서 시작하기 때문에 모든 혁신 서비스는 기존 서비스와 일정 부분 동일한 서비스를 수행할 수밖에 없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