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대미문 美 증시 어디로…"더 오른다" vs "최악 거품"

by김정남 기자
2021.08.31 14:33:10

1년5개월 만에 100% 넘게 폭등한 美 증시
연준 긴축, 델타 확산 등 악재에도 고공행진
강세론 "생산성 높일 기술 혁명 이제 시작"
약세론 "전례 없는 역대급 거품 끼어 있다"

제롬 파월 미국 연방준비제도(Fed) 의장. (사진=AFP 제공)


[뉴욕=이데일리 김정남 특파원 김보겸 기자] 미국 증시가 전대미문의 급등세를 보이면서 갑론을박이 심화하고 있다. “추가 상승”을 외치는 강세론자와 “조정 임박”을 외치는 약세론자가 맞서고 있다.

30일(현지시간) 마켓포인트에 따르면 뉴욕증권거래소에서 대형주 중심의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 지수는 팬데믹 직후인 지난해 3월 23일 당시 2237.40으로 저점을 찍은 뒤 이날(4528.79)까지 102.41% 폭등했다. 1년5개월 만에 두 배 넘게 뛴 것이다. 전례를 찾기 어려운 상승세다. 이번달 들어서만 신고점을 12거래일간 경신했다.

같은 기간 기술주 중심의 나스닥 지수는 122.52% 올랐다. 현재 사상 최고점에 있다. △연방준비제도(Fed)의 긴축 가능성 △빠른 델타 변이 확산 △중동의 지정학적 위험 등 악재들이 쏟아지고 있지만, 아랑곳하지 않고 있다.

상황이 이렇자 월가 내에서는 추후 증시 방향을 둘러싼 논쟁이 격화하고 있다. 근래 힘을 더 받는 쪽은 추가 강세론이다. 주요 기관 중 하나인 웰스파고는 최근 연말 S&P 지수 목표치를 3850에서 4825로 무려 925포인트 상향 조정했다. 월가 내 최고치다. 지금보다 300포인트는 더 오를 수 있다는 것이다. 그 뒤를 이어 골드만삭스와 오펜하이머는 각각 4700으로 제시했다.

가장 큰 이유는 실적 호조, 특히 생산성이 높은 기술주의 고공행진이다. 웨드부시증권은 “기술주가 연말까지 10% 가까이 더 오를 것”이라며 애플, 마이크로소프트(MS) 등을 거론했다. 애플은 이날 역대 최초로 시가총액은 2조5000억달러를 돌파했는데, 이는 다음달 출시를 앞둔 아이폰13에 위성통신을 활용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 덕이다. 위성통신을 사용하면 4G·5G 기지국이 없어 통신이 잡히지 않는 곳에서 긴급 문자 혹은 전화 통화를 할 수 있다.



다이엘 아이브스 웨드부시 연구원은 “디지털 혁신은 여전히 초기”라며 빅테크주를 높이 샀다. 월가 거물인 야데니리서치의 에드 야데니 대표는 배런스와 만나 “1990년대 초부터 이어진 기술 혁명은 엄청난 생산성 향상을 일궈 냈다”며 “우리는 또다른 생산성 붐의 초기 단계에 있다”고 말했다. 기업의 실적 호조가 높아진 주식 가치를 정당화할 수 있다는 의미다.

낮은 금리 역시 기술주의 우상향에 한몫하고 있다. 연준에 따르면 인플레이션을 감안한 실질금리를 나타내는 10년 만기 물가연동국채(TIPS) 금리는 -1.08%(지난 28일 기준)다. 역대 최저 수준이다. 기업 혹은 개인이 돈을 빌리는데 드는 실질적인 이자 부담이 마이너스라는 뜻이다.

다만 약세론자의 목소리가 작은 건 아니다. 너무 높아진 레벨로 인해 각종 지표에서 조정 신호가 나타나고 있기 때문이다. ‘버핏 지표’가 대표적이다. 버핏 지표는 거래 주식의 총가치를 국내총생산(GDP)으로 나눈 비율이다. 지난 26일 기준 수치는 238%로 역사상 가장 높다. 통상 100% 이상이면 거품이 낀 것으로 보는데, 이를 훌쩍 상회했다. 150% 남짓했던 닷컴 버블 때와 비교할 수 없을 정도다.

미국 개인투자자협회(AAII)의 주간 투자자심리지수 설문조사는 요즘 이상신호가 감지되고 있다. 7월 둘째주 이후 추후 6개월 강세장을 점치는 투자자는 7주 연속 30%대를 기록했다. 8월 넷째주(39.56%)를 제외하면 장기 평균(38.03%)을 밑돌았다. 지난해 11월 이후 줄곧 40~50%대를 보였던 흐름과는 달라졌다. 증시가 연일 신고점을 갈아치우고 있음에도 개미의 불안감은 커지고 있다는 해석이 가능하다.

마이크 윌슨 모건스탠리 최고투자책임자(CIO)는 “인플레이션 상승, 델타 변이 정점 등을 고려할 때 연준이 통화정책을 정상화해야 한다는 압박을 느낄 것”이라며 “금리가 높아지면 주식 밸류에이션은 낮아지는 것”이라고 했다. 그는 그러면서 증시가 조만간 10% 조정 받을 수 있다고 경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