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기록 관리도 ‘블랙리스트’ 있었다…국가기록원, 특정인사 차별 의혹
by송이라 기자
2018.01.15 14:01:46
국가기록관리혁신 TF 운영 결과
MB·박근혜 정부, 기록관리 전문가 20명 의도적 배제 확인…수사의뢰
"노무현 前 대통령 기록물 유출 논란, MB 당시 靑이 주도"
"기록처분동결제도 도입, 의도적 기록 삭제때 공공기관 책임 강화해야"
| ‘국가기록관리 폐단조사’결과 발표하는 안병우 위원장 사진=연합뉴스 |
|
[이데일리 송이라 기자] 이명박·박근혜 정부에서 국가기록원에 기록관리 전문가 ‘블랙리스트’가 존재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정치 성향이 전 정부와 맞지 않는 20명의 전문가들을 요직에서 고의적으로 배제하거나 차별했다는 것이다. 국가기록관리혁신 태스크포스(TF)는 당시 국가기록원장을 수사의뢰할 것을 권고했다.
또 국가기록관리혁신 태스크포스(TF)는 지난 2008년 노무현 전 대통령이 대통령기록물을 봉하마을로 유출했다는 의혹과 관련해 당시 논란을 주도한 주체가 이명박 정부 대통령실이었고, 2013년 개최한 남북정상회담 대화록 초본 삭제 논란 역시 국가기록 전문가의 증언이 받아들여지지 않은 채 검찰의 논리에만 따른 것이라는 주장했다.
국가기록관리혁신 TF는 15일 이같은 내용이 담긴 활동결과를 공개했다. 국가기록관리혁신 TF는 행정안전부 산하에 민간 전문가 14명으로 구성돼 지난해 9월부터 12월까지 △국가기록원 혁신 △공공기록관리 혁신 △대통령기록관리 혁신 등 3개 분과로 활동했다.
국가기록관리 폐단 조사 결과 우선 이명박·박근혜 정부에서 국가기록원에 기록관리 전문가를 대상으로 한 ‘블랙리스트’가 존재했다는 의혹을 확인했다. 안병우 국가기록관리혁신 TF 위원장은 “2016년에 개최된 세계기록협의회(ICA) 서울총회가 정치화됐다는 사안을 조사하는 과정에서 블랙리스트 존재 의혹의 일단을 확인했다”며 “당시 국가기록원장이 ‘8개 위원회의 문제위원 20명’을 단계 교체 추진하겠다는 장관 보고 문서와 한국 전문가가 국제기구인 동아시아기록협의회(EASTICA) 사무총장으로 선출되는걸 저지했다는 보고 문서를 확인했다”고 밝혔다.
다만 명단의 실제 여부까지는 확인하지 못했다. 즉, 국가기록원에서 행안부 장관에 이러한 내용을 보고한 문서는 확인했지만 실제 20명의 명단까지는 확인하지 못했다는 것이다.
노무현 전 대통령이 대통령기록물을 봉하마을로 유출했다는 논란과 관련 당시 국가기록원이 참여정부 서관 10명을 고발한 사건에 대해서 TF 조사결과 고발을 주도한 주체는 이명박 정부 대통령실 기획관리비서관인 것도 확인했다. 또 검찰이 노무현 전 대통령의 지시에 따라 남북정상회담 대화록 초본을 삭제하고 대통령기록관에 이관하지 않았다며 조명균(현 통일부 장관), 백종천 2명을 불구속 기소한 것과 관련 안 위원장은 “이 사건은 현재 고등법원까지 무죄판결이 났다”며 “당시 기록학계의 주장을 묵살하고 검찰의 논리를 수용했고 전문적이지 못했다”고 주장했다.
아울러 2008년 개관 때부터 고 신영복 교수가 쓴 글씨로 만든 대통령기록관 현판을 단 한 곳의 민원단체의 민원 제기로 바꾸고 일부 위원은 신영복 교수에 인신공격성 발언으로 현판 교체를 주장했다는 점을 확인했다고 덧붙였다.
이에 TF는 국가기록원에 해당 내용들의 진상 규명을 권고하고 특히 기록관리계 블랙리스트에 대해서는 당시 국가기록원장을 수사의뢰할 것을 권고했다. 안 위원장은 “당시 국가기록원장이 특정 인사들의 차별과 배제에 관해 보고했다는 증거를 확보했다”며 “이는 명백한 불법행위이지만 TF 권한의 한계로 진실에 더 이상 다가서지 못한 부분을 수사를 통해 규명해달라”고 요청했다.
TF는 향후 공공기록관리 혁신방안도 내놨다. 우선 세월호 참사처럼 진실 규명이 필요하거나 국민의 삶에 영향을 미칠만한 중대한 사안과 관련된 기록의 처분에 대해서는 좀 더 강화된 평가절차를 적용하자는 취지에서 ‘기록처분동결제도’를 제안했다. 이는 이미 미국과 호주 등에서는 도입하고 있는 제도이기도 하다.
만약 공공기관에서 부주의나 고의, 관행 등으로 기록을 작성하지 않거나 등록하지 않아 국민들의 권리를 침해할 경우 해당 공공기관의 책임을 규명하기 위한 ‘기록정보 부존재 공익침해 심사제도’를 도입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동안 정보공개청구와 기록열람 과정에서 공공기관이 기록정보가 ‘부존재’ 한다고 답할 때 책임을 물을 수 없었던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해서다.
이와 함께 자치분권 시대에 지방기록물관리기관 정상화가 필요하고 디지털환경에서 기록물관리를 체계적으로 할 수 있게 전문적 인력과 조직 강화도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안 위원장은 “우리나라의 최고 기록관리기관인 기록관리원이 어떤 태도를 갖고 견해를 내느냐는 대단히 중요하지만 지금까지 우리 기록원이 제대로 해왔는지 묻는다면 많은 전문가들은 회의적”이라며 “무엇이 문제인지 반드시 밝혀내고 기록관리 혁신을 어떻게 해나갈지 방향을 잡겠다는 생각으로 TF를 이끌어왔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