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내년 총선에 서울 출마하나

by선상원 기자
2015.10.23 17:51:18

서초구을 검토, 지난 대선 때 48% 득표해
학교 후배 지역위원장과 험지 아닌 것 부담
김기영 위원장 “오신다면 경선, 결과 승복”
문 대표측 “전혀 검토한 바 없다. 먼 얘기”

[이데일리 선상원 기자] 당의 총선 승리에 도움이 된다면 어떤 지역도 피하지 않겠다고 한 문재인 새정치민주연합 대표가 부산이 아닌 서울 출마를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문 대표는 10·28 재보궐선거 후 부산 사상구 지역위원장직을 사퇴할 것으로 전해져 사실상 사상 출마 가능성은 차단한 상태다. 당내 일부에서는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 지역구인 영도나 김영삼 전 대통령과 노무현 전 대통령의 지역구였던 중구·동구나 북구·강서을구, 서구 등이 대안으로 거론되고 있다.

지난 19대 총선 때 문 대표가 사상구에 출마해 낙동강 벨트를 형성하며 부산·경남지역 선거를 이끌었지만 성과가 신통치 않았다는 점이 부담이다. 또 낙동강 벨트에 묶이면서 당의 요청에도 불구하고 수도권 초박빙 지역에 대한 지원유세를 한 번도 하지 못했다는 것도 뼈아프다.

문 대표 측근은 “문 대표가 혼자 부산에 내려가서 출마하는 것이 무슨 의미가 있겠느냐. 부산에 내려간다면 전략지역에 사람을 셋팅해서 내려가야 한다. 부산을 전선으로 삼겠다는 것인데, 그게 전략적으로 맞는지 안 맞는지 판단이 안 서 있는 상태다. 일단 부정적인 것이 많다”고 전했다.

대신 서울 강남 등 수도권 열세지역 출마가 거론되고 있다. 일부 측근들은 선택지에서 배제했던 서울 강남 출마를 고려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거론되는 지역은 서울 서초구을이다. 박근혜 대통령의 경제교사 역할을 했던 강석훈 새누리당 의원 지역구로, 현재 문 대표의 경희대학교 후배인 김기영 변호사가 지역위원장을 맡고 있다.

서울 강남벨트에 위치한 서초구는 새누리당 텃밭이다. 지난 2012년 대선 때 박 대통령은 서초구서 58.60%를 득표했다. 강남구(60.14%)에 이어 두 번째로 득표율이 높았다.

다만, 서초구 갑과 을이 다르다. 내년 총선 불출마를 선언한 김회선 의원 지역구인 서초구갑은 새누리당 절대 강세지역이다. 이에 반해 서초구을은 야당 지지세가 만만치 않다. 지난 대선 때 문 대표가 48%를 득표했다. 박 대통령에게 3~4% 포인트 밖에 뒤지지 않았다. 또 최근 양재 1동과 내곡동에 보금자리주택지구가 들어서면서 1만명 가량이 새로 입주했다. 야당 지지 성향이 강한 유권자들이 늘어난 것이다. 서초구을은 강남구·송파구보다는 오히려 강동구에 가깝다. 야당 입장에서는 해볼 만한 지역으로 바뀐 셈이다.



서울 강남지역 한 대의원은 “서초을은 김덕룡 전 의원이 4선을 했던 곳으로, 김 전 의원이 민주당 간판을 달고 당선됐던 곳이다. 김영삼 전 대통령이 3당 합당을 하면서 그때부터 여당으로 바뀌었지, 원래는 야당 표밭이었다. 당에서 실세나 명망가 있는 사람이 내려오면 된다. 문 대표가 나오면 무조건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당선 가능성은 높은 곳이지만, 현 지역위원장이 문 대표 후배이고 험지가 아니라 쉬운 곳을 골라 온다는 비판을 피할 수 없다는 점이 부담이다. 김 위원장은 1년 넘게 꾸준히 활동하며 당 조직을 새롭게 구축하고 당원 배가 운동을 벌여왔다. 김 위원장이 전략공천을 반대하며 경선을 주장하면 이를 정리하는 것도 쉽지 않다.

김 위원장은 “(문 대표가 서초을로 온다는 얘기를) 요즈음 많이 듣는다. 오신다고 하면 좋다. 전략공천은 안된다. 경선해서 그 결과에 승복하겠다. 이길 자신이 있다. 서초갑으로 왔으면 좋겠다. 거기에는 나올 사람이 없다”고 말했다.

당은 전혀 검토한 바가 없다고 선을 그었다. 당 관계자는 “(서초을 출마) 그런 얘기는 그쪽 이해관계에 있는 사람들이 얘기하는 것이다. 그렇게 사고하지 않는다. 전반적으로 선거구도나 전선, 어디가 전략지역인지, 이런 것을 우선적으로 놓고, 당 대표인데 한 사람이 아니다. 전반적인 구도나 이런 것을 한 다음에 대표의 포지셔닝을 제안한다. 그래야 명분도 있다. (서초을 출마 등은) 한참 먼 얘기”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