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설 침체에 철강 슬래그 재활용 줄어…“올해 99.5% 도전”

by김은경 기자
2024.03.14 15:00:24

철강 제조 공정 발생 부산물 90% 차지
지난해 재활용률 94.1%로 전년비 축소
시멘트 원료 석회석 사용 줄여 ‘경제적’
폐기물 아닌 ‘순환자원’…“친환경 기여”

[이데일리 김은경 기자] 국내 철강업계가 철강 제조 부산물인 ‘슬래그’ 99.5% 재활용에 도전한다. 철강사들은 자원을 절약하고 환경을 보전하기 위해 철강 슬래그 재활용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14일 한국철강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에서 발생한 철강 슬래그는 2529만5496톤(t)으로 이 중 94.1%가 재활용됐다. 이는 포스코와 현대제철, 동국제강 등 철강 슬래그를 배출하는 사업자 중 연간 조강생산량이 10만t 이상인 14개 기업 18개 사업장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다.

철을 만들 때 생기는 부산물인 슬래그.(사진=포스코경영연구원)
철강 슬래그는 철을 생산하기 위해 원료로 사용되는 철광석·유연탄·석회석 등이 고온에서 녹아 쇳물과 분리된 후 얻어지는 자원으로 전체 부산물의 약 90%를 차지한다. 이는 고로에서 발생한 고로 슬래그와 전로·전기로에서 발생하는 제강 슬래그로 나뉘는데 주로 건설 현장에 사용된다.

철강 슬래그 재활용률은 지난 2020~2021년 100%를 달성했으나 건설 경기 부진으로 2022년 96.7%를 기록한 데 이어 지난해 94.1%까지 떨어졌다. 철강업계는 올해 2513만2477t의 철강 슬래그가 생길 것으로 전망하면서 재활용률을 99.5%까지 끌어올린다는 목표를 세웠다.

고로 슬래그는 주로 시멘트 원료로 재활용된다. 지난해 국내에서 재활용된 고로 슬래그 1397만t 가운데 88.5%인 1236만t이 시멘트 원료로 사용됐다. 시멘트 주원료이자 천연자원인 석회석 대신 고로 슬래그를 사용하면 석회석 사용량을 약 45% 줄일 수 있어서 경제적이다.



일반적으로 시멘트 1t을 생산하면 1t의 이산화탄소가 배출되는데, 슬래그를 활용하면 석회석 열분해와 연료 연소에 의한 이산화탄소 발생량을 최대 60%까지 줄일 수 있다. 석회석 소성 공정에 필요한 에너지도 약 40% 줄어든다.

제강 슬래그는 성·복토용(흙을 쌓는 용도)이나 도로용으로 사용된다. 지난해 국내에서 재활용된 제강 슬래그 985만t 중 444만t(45.1%)은 성·복토용으로, 263만t(26.7%)은 도로용으로 재활용됐다. 이는 산이나 강에서 얻은 자갈이나 모래 같은 천연 골재의 사용을 줄이는 효과가 있다. 천연 골재와 특성이 비슷한 슬래그 골재를 사용하면 석산 등 환경 개발을 줄이고 골재 채취·가공 공정 등에 쓰이는 에너지도 절약할 수 있다.

최근 철강 업체들은 전 세계적인 친환경 바람에 따라 철강 슬래그 재활용 사업을 적극적으로 추진하고 있다. 협회에 따르면 세아베스틸은 올해 상반기 내 45억원을 들여 전기로와 정련 슬래그 분리 시스템을 위한 구축 공사를 진행해 재활용 설비를 개선할 계획이다.

업계 관계자는 “철강 슬래그는 물리·화학적 성질이 우수한 친환경 자원으로 천연자원 절약과 환경 보전에 기여하는 바가 크다”며 “철강 슬래그는 이제 폐기물이 아닌 순환자원으로 인정받아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