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견그룹 83곳 오너일가, 주식담보 대출 1.5조 육박

by김응열 기자
2023.10.18 14:34:37

CEO스코어, 중견그룹 대상 조사…1위 롯데관광개발그룹
한미약품·파라다이스 등도 10위권에…”지배력 약화 우려”

[이데일리 김응열 기자] 중견그룹 83곳의 오너 일가가 보유 주식을 담보로 제공하고 받은 대출 금액이 1조5000억원에 육박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18일 기업데이터연구소 CEO스코어가 상반기 말 기준 공정자산이 2조원 이상인 중견그룹 103곳 중 상장 계열사가 1개 이상인 83곳을 조사한 결과 지난달 말 오너 일가의 주식담보 대출금액(계열관계사 담보제공 제외)은 1조4787억원으로 나타났다. 주식담보 대출금액 공시가 의무화된 2020년 12월에는 1조1256억원이었는데 이보다 31.4% 늘어난 수치다.

(사진=CEO스코어)
개별 그룹 오너 일가의 주식담보 비율이 가장 높은 곳은 롯데관광개발(LT)그룹으로 94.9%에 달했다. 2020년 말에는 85.1%였으나 3년여 새 9.8%포인트 증가했다. 김기병 롯데관광개발 회장의 주식담보 비율이 97.5%였고 김 회장의 배우자인 신정희 동화면세점 대표가 100%였다. 자녀인 김한준 롯데관광개발 대표와 김한성 동화면세점 대표도 각각 100%, 65.7%로 조사됐다.

LT 그룹 외에도 오너 일가가 보유 주식의 절반 이상을 담보로 제공한 곳은 한미약품(85.9%), 코스맥스비티아이(75.7%), NICE(74.2%), 한국콜마(70%), 조선내화(55.7%), 파라다이스(52.4%), 동아쏘시오(52%) 등이다.

이중 한미약품과 조선내화, 파라다이스, 동아쏘시오 등 4곳은 지난 2020년 주식담보 비율이 50%를 밑돌았다. 그러나 3년 사이 절반을 넘겼다.



이외에 풍산(19.6%포인트↑)과 이지홀딩스(16.5%포인트↑), 화승(15.0%포인트↑), 동아쏘시오(14.9%포인트↑) 등도 10%포인트 이상 상승했다.

CEO스코어는 “오너 일가 보유 주식에 대한 담보 비중이 높다는 것은 해당 기업 오너 일가의 지배력이 공고하지 못할 수 있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중견그룹 오너일가 중 주식담보 대출 규모가 가장 많은 곳은 한미약품으로 나타났다. 임종윤 한미약품 사장이 1678억원으로 1위를 차지했고 송영숙 한미약품 회장이 1317억원으로 뒤를 이었다. 720억원을 대출받은 임종훈 한미사이언스 사장과 임주현 한미약품 사장(680억원)도 각각 6위와 7위에 올랐다.

이외에 이화경 오리온그룹 부회장(938억원), 강정석 동아쏘시오홀딩스 회장(894억원), 현정은 현대 회장(524억원), 방시혁 하이브 의장(495억원)도 주식담보 대출금액 10위권에 포함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