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술 마시면 운전 못해”…상습범, 음주운전 방지장치 의무화

by황병서 기자
2023.10.06 17:31:29

국회 본회의서 관련법 통과
5년 내 음주운전 경력 2회 이상 상습범 대상
차 시동 걸기 전 호흡 검사해 알코올 검출 않아야 시동 걸려
“법 공포 후 1년간 하위법령 정비, 시범 운영 거쳐 시행”

[이데일리 황병서 기자] 앞으로 음주운전 전력이 있는 운전자는 ‘음주운전 방지장치’ 부착을 조건부로 운전면허를 취득해야 한다. 이 장치는 자동차에 시동을 걸기 전 호흡을 검사해 알코올이 검출되지 않은 경우에만 시동이 걸리게 하는 방식이다.

교통경찰들이 대낮에 음주운전 단속을 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6일 경찰청은 음주운전 재범을 방지하고 무고한 인명 피해가 발생하지 않도록 상습 음주운전자에게 음주운전 방지장치 부착을 의무화하는 내용의 도로교통법 개정안이 이날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고 밝혔다. 앞서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 등 지난 5월 이러한 내용이 담긴 도로교통법 일부개정법률안을 발의한 바 있다.

우선 음주운전 방지장치란 음주운전 근절을 위해 도입하는 제도로, 자동차에 시동을 걸기 전 호흡을 검사해 알코올이 검출되지 않은 경우에만 시동이 걸리게 하는 장치다. 미국, 호주, 캐나다, 유럽 등 해외 주요국에서 이미 도입해 시행하고 있다. 음주운전 감소에 상당한 효과가 있는 것으로 보고되고 있다고 경찰청은 설명했다.

음주운전으로 운전면허가 취소된 후 다시 면허를 취득하려는 사람은 일정 기간 내 음주운전 방지장치 부착 ‘조건부 면허’를 취득해야 하는 방식이다. 대상자는 해당 기간 내 반드시 음주운전 방지장치가 설치된 차량만을 운전해야 하는 의무를 부담하게 된다.

5년 내 음주운전 경력이 2회 이상인 상습 운전자가 대상이다. 이러한 조건을 내건 이유는 음주운전 재범자 중 5년 내 2회 이상의 비율이 가장 높기 때문이다. 실제 경찰청의 ‘최근 5년간 음주사고·음주운전 단속 및 재범 현황’에 따르면 5년간 음주단속 재범의 비율은 약 40%를 웃돌았다. 초범은 상습성을 단언하기 어려워서 비례의 원칙상 과도한 규제에 해당할 수 있어 재범에 한정해 의무화했다고 경찰청은 설명했다.



음주운전으로 면허가 취소되면 최대 5년까지 운전면허 취득 결격기간을 적용받는데, 결격기간 종료 후 같은 기간 동안 설치해야 한다. 예를 들어 음주운전 2회로 결격기간 2년을 적용받은 사람은 2년의 결격기간 종료 후 2년 동안은 음주운전 장치가 설치된 차량만을 운전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음주 재범자의 ‘운전면허 결격기간’은 행위 및 그 결과의 중대성에 따라 2~5년까지 다르게 규정하고 있다. 이를 반영해 설치 기간도 동일하게 산정했다고 경찰청은 설명했다. 예를 들어 음주 뺑소니·사망사고는 결격기간이 5년인 만큼 결격기간 후 5년간 방지장치를 부착해야 한다.

장착 대상자가 장치가 없는 경우에는 무면허 운전에 준하는 처벌을 받고, 조건부 운전면허는 면허 취소 처분을 받게 된다. 장착 대상자를 대신해 호흡측정 등의 방법으로 시동을 걸어주는 행위, 무단으로 장치를 해체·조작하는 행위, 그러한 차량을 운전하는 행위도 처벌 대상이다. 연 2회 정기적으로 정상작동 여부 및 운행기록을 제출해 제도가 실효성 있게 운영되도록 할 예정이라고 경찰청은 설명했다.

경찰 관계자는 “법 공포 이후 1년 동안 하위법령 정비 및 시스템 개발, 시범 운영 등을 거쳐 시행할 예정”이라며 “실제 장치를 장착하고 운전하게 되는 시점은 시행 직후 음주운전 재범으로 적발돼 최소 2년간의 결격기간이 지난 이후가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