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태평양서 수소탄 시험"…가능한 방법은?

by김관용 기자
2017.09.22 15:32:00

김정은, 트럼프 '완전파괴' 발언에
"최고의 초강경 대응조치 단행" 위협
리용호 北 외무상 "태평양서 수소탄 실험할 수도"
IRBM 등에 비활성 수소탄 실어 발사 가능성
수소탄, 원자탄보다 고위력…50kt, 200만명 동시 살상

[이데일리 김관용 기자] 북한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완전 파괴’ 발언에 반발해 태평양 해상에서 ‘역대급 수소탄 시험’ 가능성을 내비쳤다.

유엔총회에 참석한 리용호 북한 외무상은 21일(현지시간) 뉴욕 맨해튼 숙소에서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이 공언한 ‘사상 최고의 초강경 대응 조치’에 대한 취재진의 질문에 “아마 역대급 수소탄 시험을 태평양 상에서 하는 것으로 되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리 외무상은 역대급 수소탄 시험이 어떤 것인지 설명하지는 않았지만 지하 핵실험이 아닌 태평양상으로 미사일을 발사해 핵실험을 할 가능성이 제기된다. 중장거리탄도미사일(IRBM)급 이상의 미사일에 수소탄을 탑재해 태평양에 떨어트리는 방식이 될 수 있다. 핵탄두에 핵물질 대신 비활성 물질을 넣을 경우 환경오염 등의 피해없이 시험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냉전 시기 미국을 비롯한 강대국들은 핵탄두를 미사일에 장착해 발사하는 시험을 실제로 수행하기도 했다. 그러나 1960년대 핵확산금지조약(NPT) 체결 이후로는 대부분 지하 핵실험 방식으로 바뀌었다. 특히 대기권 핵실험은 1996년 유엔에서 체결된 포괄적핵실험금지조약(CTBT)에 의해 전면 금지돼 있다. 대기권에서 추가 핵실험을 감행할 경우 북한으로서는 엄청난 부담을 감수해야 한다는 의미다.

이에 따라 리 외무상의 발언이 단순 ‘말폭탄’에 그칠 수 있다. 하지만 김정은이 직접 나선만큼 어떤 형태로든 추가 도발에 나설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김정은은 이날 “트럼프가 세계의 면전에서 나와 국가의 존재 자체를 부정하고 모욕하며 우리 공화국을 없애겠다는 역대 가장 포악한 선전포고를 해온 이상 우리도 그에 상응한 사상 최고의 초강경 대응조치 단행을 심중히 고려할 것”이라고 위협했다.

북한 노동신문이 22일 1면에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유엔 총회 연설에 대응해 발표한 성명 전문을 김정은 위원장이 성명문을 손에 들고 있는 사진과 함께 실었다. [사진=연합뉴스]




수소탄은 고농축 우라늄이나 플루토늄을 쓰는 일반 원자탄을 일종의 기폭장치로 활용하는 방식이다. 연쇄 핵융합 반응을 통해 폭발력을 얻는다.

수소탄은 핵융합 반응을 일으키기 위해 1단계 핵분열무기(원자탄)를 폭발시켜 2단계 핵융합 반응(수소탄)을 촉발시키는 원리다. 2단계 융합반응에서 생성된 중성자는 다시 3단계 핵분열 반응을 가속화해서 위력을 높인다.

수소탄의 전 단계에 해당하는 증폭핵분열탄은 핵융합 반응으로 핵분열의 효율을 높이는 것이다. 순수한 핵분열탄(원자탄)보다 효율이 훨씬 높으면서도 부피나 무게는 비슷한 수준으로 유지할 수 있다.

북한의 지난 4차와 5차 핵실험은 증폭핵분열탄을 실험한 것으로 추정된다. 약간의 핵융합 기술을 가미한 증폭핵분열탄이 수소탄의 전 단계 기술이다. 북한은 지난 4차 핵실험에서 이를 수소탄의 대범주에 포함시켜 1단계 실험을 했다고 주장한바 있다.

북한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이 핵무기연구소를 현지지도했다고 조선중앙통신이 지난 3일 보도한 사진. 김 위원장 뒤에 세워둔 안내판에 북한의 ICBM급 장거리 탄도미사일로 추정되는 ‘화성-14형’의 ‘핵탄두(수소탄)’라고 적혀있다. [사진=연합뉴스]
이어 북한은 지난 3일 실시한 6차 핵실험을 통해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에 탑재할 수소탄에 성공했다고 강조했다. ICBM에 탑재하기 위한 핵무기 소형화를 완성했다는 얘기다. 당시 인공지진의 규모는 5.7에 달해 폭발 위력만으로만 보면 수소탄 실험에 가까운 것으로 평가됐다. 폭발위력이 최소 50킬로톤(kt·1kt은 TNT폭약 1000t의 위력)으로 추정돼 완전한 증폭핵분열탄 위력을 상회했다는 것이다. 초기 수소탄에 해당하는 위력이라는게 군 당국 분석이다.

50kt 위력은 과거 일본 나가사키에 투하된 원자탄보다 2.5배 가량 파괴력이 크다. 2차 세계대전 당시 히로시마와 나가사키에는 각각 15kt급의 원자폭탄 ‘리틀 보이’와 21kt급 ‘패트 맨’이 투하됐다. 이로 인해 히로시마에서 14만 명, 나가사키에서는 7만 명이 숨졌으며 수십만명이 방사능 피해를 입었다. 50kt급 핵폭탄이 서울 용산구 지표면에 떨어지면 시민 200만 명 이상이 순식간에 사망하는 수준으로 알려져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