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김영환 기자
2014.08.07 15:51:01
한솔로지스틱스, 지난해 주식매수청구권 행사 위해 지주사 '걸림돌'
한솔그룹, 돌다리도 두들겨보고 건넌다..한솔제지만 지주사 전환
[이데일리 김영환 기자] 한솔그룹이 다시금 지주사 전환을 시도한다. 지난해 지주사 설립을 추진했다가 실패했던 한솔그룹은 실질적 지주사인 한솔제지(004150)를 투자회사와 사업회사로 분할하는 방식으로 지주사로의 체제 변환을 꾀할 예정이다.
한솔제지는 7일 이사회를 열고 투자회사와 사업회사를 0.62대 0.38 비율로 분할하고 투자회사를 내년 1월 1일 지주회사 한솔홀딩스(가칭)로 전환하기로 결정했다. 이에 따라오는 11월 28일 열릴 예정인 임시 주주총회에서 분할 안건을 상정하고 이와 관련된 사항을 의결할 계획이다.
한솔그룹 측은 “지주회사 체제로 전환을 추진하는 것은 순환출자 구조 해소 등 정부 정책에 적극 부응하는 한편, 투명하고 선진화된 지배구조 확립을 통해 기업가치 상승과 주주가치 제고를 도모하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지주사를 설립하면 세제 혜택을 주는 조세특례제한법은 오는 2015년말까지만 적용이 된다. 지주사 전환을 통해 세제 혜택을 얻기 위해서는 시간적 여유가 없는 상태인 셈이다. 한솔그룹이 한솔제지만 지주사 체제로 전환하는 것은 우선 첫 단추를 꿸 수 있는 방편이라는 시각이 공감을 얻는 이유다.
한솔그룹은 실질적 지주사인 한솔제지에 대한 대주주 지분율이 17%에 불과해 지주사 전환이 시급하다. 이인희 한솔그룹 고문과 특수관계인 한솔문화재단이 합쳐 3.82%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이 고문의 3남인 조동길 한솔그룹 회장이 3.34%의 지분을 갖고 있다. 계열사 지분을 모두 아울러도 17.79%에 그친다. 한솔그룹이 지주사 한솔홀딩스로 지분을 모으면 보다 안정적인 지배구조를 만들 수 있다.
한솔제지는 부실 계열사를 껴앉고 있어 온전한 평가를 받지 못했다. 이에 따라 지주사 체제로 전환돼 부실 계열사가 정리되면 실적을 제대로 평가받을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한솔로지스틱스(009180)(옛 한솔CSN)는 한솔그룹 순환출자의 주요 축이다. 한솔제지만의 지주사 전환은 불완전한 체제가 될 수밖에 없지만 한솔로지스틱스를 제외하고 지주사 전환을 추진하는 것은 과거 전력 때문이다.
지난해 한솔로지스틱스, 당시 한솔CSN 주주들은 주식매수청구권 행사를 이유로 지주사 설립에 반대하거나 기권표를 던졌다. 한솔제지는 주주총회에서 회사 분할과 합병에 대한 승인을 받았지만 한솔CSN은 분할에는 찬성하면서도 합병에는 반대를 했던 것.
올해 지주사 전환을 재추진하는 한솔그룹 입장에서는 혹시 모를 두번의 실패에 대비해 가장 확실한 카드인 한솔제지의 지주사 전환을 우선 꾀한 것으로 풀이된다. 다만 한솔로지스틱스를 제외하고 지주사 체제를 갖춘다고 하더라도 지주사인 한솔홀딩스 지분을 한솔로지스틱스가 보유하고 있기 때문에 교통정리는 필요하다. 한솔그룹 측도 2015년 내에 한솔로지스틱스에 대한 지분 정리를 거쳐 지주사 체제를 연착륙시킨다는 목표다.
손세훈 우리투자증권 연구원은 “100% 완벽한 지주사 체제는 아니지만 한솔그룹이 그만큼 지주사 전환에 대한 확고한 의지를 보인 것”이라며 “구체적인 계획을 밝히지는 않았지만 내년까지는 지주사 체제로 최종 변환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