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신예 스마트폰 돌풍 무섭다…삼성, 샤오미에 中 시장 1위 내줘

by박철근 기자
2014.08.05 16:16:13

QHD 디스플레이·최소 두께·카메라 등 기술력도 높아
샤오미·오포 등 인도 진출…신흥시장서도 강세 전망

[이데일리 박철근 기자] 중국 스마트폰 업체들의 성장세가 무섭다. 이는 세계 1위 자리를 굳건히 지키고 있는 삼성전자(005930)나 ‘G 시리즈’를 기반으로 스마트폰 사업의 부활을 꿈꾸고 있는 LG전자(066570) 등 국내 스마트폰 업체에 위협 요인으로 다가오고 있다.

특히 레노버, 화웨이, ZTE 등 기존 업체들뿐만 아니라 최근에는 샤오미, 비보, 우포 등 소위 2세대 스마트폰 제조사까지 앞선 기술력과 소프트웨어 경쟁력을 바탕으로 세계 스마트폰 시장에서 돌풍의 핵으로 부상하고 있다.

◇‘설마’ 했던 우려가 ‘현실’로

5일 시장조사업체 캐널리스에 따르면 샤오미는 지난 2분기 중국 시장에서 1499만 대의 스마트폰을 판매, 14%의 시장점유율로 삼성전자(1323만대, 12%)를 밀어내고 스마트폰 판매 1위를 기록했다. 지난 2012년부터 중국 스마트폰 시장 1위를 지키고 있던 삼성전자가 9분기 만에 1위 자리를 내준 셈이다.

그동안 중국 업체가 무섭게 성장하면서 삼성전자가 추월당할 우려가 있다는 전망은 지속적으로 제기됐다. 하지만 지난해 같은 기간 5%대의 시장점유율에 불과했던 샤오미가 1년 만에 삼성전자를 제치고 중국 시장에서 1위를 차지한 것은 충격적이라는 게 업계 평가다.

배은준 LG경제연구원 책임연구원은 “세계 최대 스마트폰 시장으로 자리매김한 중국은 어제의 중소기업을 오늘의 글로벌 기업으로 길러내는 인큐베이터가 되고 있다”며 “샤오미가 불과 4년 만에 글로벌 기업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고 있는 것이 대표적인 사례”라고 설명했다.

◇중국 제품 ‘싸구려’만은 아냐

중국 스마트폰 업체들이 세계 최대 규모인 내수 시장과 가격 경쟁력을 바탕으로 성장하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단순히 중국산 스마트폰이 단순히 싸다는 이유만으로 판매량을 늘리고 있는 것은 아니다. 최근 들어서는 중국 제품이 기술적으로도 가장 앞선 경우가 나타나고 있기 때문이다.

LG전자의 최신 스마트폰 ‘G3’의 큰 특징 중 하나는 풀HD 대비 2배 선명한 쿼드HD(QHD) 디스플레이를 탑재했다는 점이다. 삼성전자도 갤럭시S5 광대역 LTE-A 모델에 QHD 디스플레이를 탑재했고, 내달 선보일 갤럭시노트4에도 QHD 디스플레이를 탑재할 예정이다.

하지만 QHD 디스플레이를 탑재한 최초의 스마트폰은 G3가 아닌 중국의 ‘비보’가 지난해 말 출시한 ‘X플레이3S’이라는 제품이다. 국내 기업보다 약 6개월 먼저 앞선 기술을 선보인 것.



또 ‘오포’는 2012년 500만 화소의 전면 카메라를 탑재한 ‘유라이크(Ulike)2’를 출시했다. 주요 프리미엄 스마트폰의 전면 카메라 화소가 100만~200만 화소인 점을 고려하면 미래 시장을 앞서 내다본 셈이다. 아울러 세계에서 가장 얇은 스마트폰도 중국 지오니의 ‘엘리페 5.5’라는 모델로 두께가 5.5mm에 불과하다.

김종기 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최근 스마트폰 시장의 양대 산맥인 삼성과 애플은 혁신속도가 둔화됐다”며 “하지만 중국 업체들은 나름대로 혁신제품을 출시하며 급성장하고 있다”고 말했다.

레이 쥔 샤오미 최고경영자(CEO)가 지난달 중국 베이징에서 열린 스마트폰 신제품 ‘Mi4’ 발표장에서 제품에 관해 설명하고 있다. 신화=뉴시스
◇중국 신흥 스마트폰업체 주목해야

전문가들은 삼성전자를 맹주 자리에서 끌어내린 기업이 레노버, 화웨이와 같은 기존 업체가 아닌 ‘샤오미’라는 신흥 업체라는 점에 주목했다.

배 책임연구원은 “중국의 신흥 스마트폰업체들은 세계 최대 스마트폰 시장인 중국을 바탕으로 제품의 세분화 전략으로 성장했다”며 “중국에서 실현한 규모의 경제는 해외진출을 위한 기반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특히 중국 업체들은 가격에 민감한 특성을 지닌 신흥시장을 중국 현지에서 이미 겪었다는 장점이 있다”며 “샤오미가 홍콩, 대만, 싱가포르에 이어 미국·중국과 함께 세계 3대 스마트폰 시장인 인도에 진출했고, 오포와 비보도 인도에 진출해 이곳에서의 경쟁이 치열할 전망”이라고 덧붙였다.

샤오미가 수익을 내는 방식도 눈여겨볼 대목이다. 김지현 KAIST 정보미디어경영대 교수는 지난달 강원 평창에서 열린 ‘전경련 CEO 하계 포럼’에서 “샤오미는 애플처럼 제품을 판매하고 아마존처럼 돈을 버는 구조”라고 말했다. 소비자들이 샤오미폰에 탑재된 서비스를 이용케 해서 매출을 올리는 식이다. 김 교수는 삼성전자 등 전통 제조업체도 서비스 분야를 강화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인도에서도 역시 자국업체의 강세가 눈에 띄게 나타나고 있다. 홍콩의 시장조사업체 카운터포인트리서치에 따르면 올해 2분기 인도 휴대전화 시장에서 마이크로맥스는 16.6%의 점유율을 기록해 삼성전자(14.4%), 노키아(10.9%)를 제치고 1위를 차지했다.

업계 관계자는 “선진 스마트폰 시장이 포화된 상태에서 앞으로 스마트폰 경쟁의 주요 무대는 중국, 인도와 같은 신흥국”이라며 “삼성과 LG가 스마트폰 경쟁에서 뒤처지지 않기 위해서는 중국의 신흥 스마트폰 업체의 전략을 분석해 기술과 마케팅의 차별화가 필요할 것”이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