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박수익 기자
2013.08.05 20:24:17
[이데일리 박수익 이도형 기자] 파행과 중단이 반복되며 무산 우려를 낳았던 국정원의 국정조사 기관보고가 5일 실시됐다. 난항을 거듭한 국정원 국정조사를 상징하듯 여야는 국정원의 대선개입 의혹 등 주요 쟁점에 대한 현격한 입장차를 드러냈다.
양당은 국정원 댓글 사건에 대해 ‘제2의 김대업 사건’(새누리당)과 ‘대선 부정선거 사건’(민주당)으로 규정지으며 날카로운 대립각을 세웠다. 이 과정에서 남재준 국정원장은 “노무현 전 대통령이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주장에 동조했기 때문에 NLL 포기가 맞다”는 기존 주장을 재차 강조했다.
여야는 기관보고 시작부터 부딪쳤다. 민주당 소속인 신기남 국조특위 위원장이 오전 모두발언에서 미(美) 월스트리트 저널의 “한국의 국정원은 정치적 앞잡이가 돼서 당파적 분열을 키우는데 권력을 이용하고 있다”는 내용과 “한국에서는 정보기관이 비밀누설자”라는 내용의 기사를 인용하며 남재준 국정원장을 비판하자, 새누리당 의원들이 즉각 반발했다.
특위 새누리당 간사인 권성동 의원은 의사진행발언을 신청해 “마치 검찰의 기소 내용이 확정된 것을 전제로 말씀하신 부분, 대선 개입의혹인 것처럼 표현한 점에 대해 깊은 유감을 표시한다”며 항의했다. 민주당 간사인 정청래 의원은 “신 위원장의 말씀은 박근혜 정부 검찰의 공소장에 나와 있는 내용을 말했을 뿐”이라며 반박했다.
여야 합의에 따라 국정원 기관보고는 신 위원장의 모두 발언 외에 남 원장의 인사발언, 양당 간사 및 지목 1인의 기조발언만 공개했다. 최초 발언에 나선 권성동 의원은 이번 사건을 “민주당이 대선 승리를 위해 국정원 전·현직 직원을 매관매직하여 일으킨 정치공작으로서 제2의 김대업 사건”이라고 주장했다.
김태흠 새누리당 의원도 이번 국정조사를 “태어나 말았어야 할 ‘사생아’”라고 규정하면서 “검찰의 기소와 사법부 판단이 끝나지 않은 사안에 대해 국정조사를 실시해 삼권분립을 훼손했다는 비난을 면키 어렵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민주당은 지난 대선을 ‘부정 선거’로 규정하며 맹공을 퍼부었다. 정청래 의원은 “만약 미국 CIA에서 불법적으로 대선에 개입하고 FBI에서 허위수사를 발표함으로써 미국 대통령 선거를 왜곡했다면 과연 미국의 대통령이 견딜 수 있었겠나”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박영선 의원도 비판 어조를 강하게 유지했다.
박 의원은 남 원장을 향해 “무소불위의 권력으로 마음만 먹으면 무엇이든 할 수 있다는 국정원의 오만함은 대한민국이 민주주의 국가임을 부정하는 것”이라고 지적하고, 남 원장이 NLL 대화록을 공개한 것과 관련해서도 “국민에게 백색테러를 자행하고 있다. 국가적 수치”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그러면서 박 대통령의 사과와 남 원장의 해임도 요구했다.
한편 남재준 원장은 이날 공개된 모두발언에서 “국정원 수장으로서 지난 대선 때 진위를 떠나 저희 직원이 연루된 사건으로 국민께 심려를 끼쳐 드려 송구스럽다”고 말했다.
남 원장은 이어진 비공개보고에서는 “노무현 전 대통령이 김정일의 발언에 동조했기 때문에 NLL을 포기한 것이 맞다”는 기존 입장을 재차 강조했다고, 국조특위 양당 간사가 전했다.
남 원장은 또 “NLL 대화록은 본인의 독자적 판단에 의한 것이고, 검찰의 국정원 압수수색에는 동의했지만 메인서버는 수색당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남 원장은 국정원 여직원의 ‘감금이냐 잠금이냐’ 논란과 관련 ‘통로를 확보해주겠다는 경찰의 제안에도 스스로 안 나온 것 아니냐’는 김민기 민주당 의원의 질의에 확답을 하지 못하고 “다시 파악해서 보고하겠다”고 답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