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태원 회장 재판, 풀리지 않는 의문점 4가지

by김현아 기자
2013.06.25 17:01:09

[이데일리 김현아 기자] 최태원 SK(003600) 회장 형제의 회삿돈 횡령 혐의 재판이 8월 중순 선고를 앞둔 가운데 항소심에서 열 차례의 공판이 진행됐음에도 풀리지 않는 의문이 있다. 최 회장은 1심 재판에서 SK 계열사를 동원해 불필요한 펀드를 만들고 펀드 자금 중 450억 원을 개인 재산 증식을 위해 횡령한 혐의로 징역 4년을 선고받았다. SK텔레콤(017670), SK C&C(034730) 등이 2008년 10월부터 12월 새 베넥스인베스트먼트가 구상 중이던 펀드 결성 전에 돈을 선입금했으며, 이 중 450억 원이 김준홍 전 베넥스 사장 계좌에서 김원홍 씨(최태원 회장 형제 선물옵션투자관리인·전 SK해운 고문) 계좌로 불법 송금됐다는 게 사건의 골자다.

최 회장은 왜 수년 동안 김원홍 씨에게 선물옵션투자를 맡겼을까. 최 회장은 1998년 최종현 회장 별세 이후 SK그룹의 경영권을 지키기 위해 김 씨를 만난 것으로 전해졌다. 그룹 관계자는 “당시 그룹 경영권을 유지하려면 3조 원의 돈이 필요했는데, SK C&C 주식을 팔아 지주회사(SK㈜) 주식을 사려면 2조 원이 부족했던 것으로 안다”며 “김 씨를 통해 선물옵션 투자를 해서 현금을 마련할 필요가 있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원홍 씨는 증권 업계에서 높은 수익률 덕분에 ‘부채도사’라는 별명을 얻었으며, 최 회장은 손길승 씨 소개로 만났다.

재판부는 김준홍 씨 증언을 기초로 최 회장이 펀드를 빨리 만들어 횡령하려 했다고 보고 있다. 증거로 2008년 10월 27일 최 회장이 김준홍 씨를 만나 “펀드 하고 있다며? 10월 말까지 되나?”라고 물은 사실을 들고 있다.

그러나 최 회장과 김원홍 씨와의 친분을 고려했을 때, 최 회장이 펀드 결성을 독촉한 것은 김원홍 씨가 김준홍 씨를 도와주라는 부탁 때문에 생길 수 있는 오해 상황을 피하기 위해서였을 가능성도 배제할수 없다. 최 회장 변호인은 “전에 추진한 샨다와 SK텔레콤의 벤처캐피탈(VC) 투자 갈등을 고려했을 때 충분히 이런 말이 나왔을 수 있다”며 “(김준홍 씨 주장대로 선입금을 위한 것이었다면) 정식 펀드 결성 시점을 앞당기라고 할 필요가 없었던 것 아닌가”라고 변호했다.



김준홍 씨는 “2011년 세무조사를 받은 이후 김원홍 씨가 전화를 걸어와 ‘최 회장은 펀드 돈 중 일부가 송금된 사실을 모른다’고 말했다”고 증언했다. 최 회장을 만났을 때 최 회장과 김원홍 씨 사이에 펀드 결성을 통한 투자금 마련 이야기가 오간 것으로 생각했다고도 증언했다.

횡령 의도를 갖고 펀드를 만들고 선지급하게 했다면 송금 사실을 몰랐을 수 있을까. 전제든 결론이든 둘 중 하나는 거짓일 수 있다.

김준홍 씨는 450억 원 횡령 사건에서 최 회장 동생인 최재원 수석 부회장이 불법 송금에 관여했다고 증언했다. 2008년 미국 출장에서 귀국한 것은 ‘SK C&C 주식 담보없이 투자금을 마련하라’는 최 부회장의 독촉 때문이었다고도 했다. 그런데 최 부회장이 처음부터 관여했다면, 최 부회장이 대표이사로 있던 SK E&S에서는 왜 선지급이 이뤄지지 않았을까.

문용선 재판장은 “항소심이란 게 원심에서의 유죄를 전제로 이뤄지고 구속 만기일에 걸려 변호인 측에서는 변론을 충분히 못 할 우려가 있지만, 재판장은 마음이 조급하다”고 말했다.

하지만 재판이 오로지 김준홍 씨 입에 의존하고 거래 상대방인 김원홍 씨가 증인으로 출석하지 않으면서 의혹만 커지고 있다. 항소심 막바지에서도 헷갈린다면 보통 문제가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