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호석유 지분 35%가 담보…`어정쩡한` 사재출연

by신성우 기자
2009.12.30 19:32:23

박삼구 명예회장 등 일가지분 46% 중 대부분이 현재 담보잡혀
一家 전체 동참도 불투명…그룹 경영권 행사에도 별 영향 없어

[이데일리 신성우 원정희기자] 금호아시아나그룹이 금호산업 및 금호타이 워크아웃 추진 등 경영정상화 계획을 발표하면서 오너 일가의 사재출연 약속이 개운치 않은 뒷말을 남기고 있다.

30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박삼구 명예회장 등 오너 일가의 계열사 지분은 금호석유(011780)화학 46.8% 및 금호산업 8.18% 수준이다.

지난 29일 종가 기준으로 금호석유 2600억원, 금호산업(002990) 389억원 등 총 3000억원 정도다. 가장 돈되는 계열사 주식이 금호석유인 셈이다.

금호석유는 박삼구 명예회장 5.3%를 비롯, 아들 세창씨 6.66%, 박찬구 전 금호석유화학 회장 9.44%, 아들 준경씨 9.03%, 고(故) 박인천 창업주의 차남 고 박정구 회장의 아들 철완씨 11.96%, 고 박성용 명예회장의 아들 재영씨 4.45% 등을 보유하고 있다. 금호산업은 박 명예회장 2.14%, 재영씨 1%, 철완씨 3.59%, 세창씨 1.45% 등이다.

반면 금호석유는 금호그룹의 지주회사다. 박 명예회장 일가는 금호그룹의 지주회사인 금호석유를 통해 지배기반을 갖춰놓고 있다는 의미다.

아울러 금호산업과 금호타이어(073240)를 워크아웃으로 떼어낸다 해도 금호석유를 비롯, 아시아나항공, 대한통운 등 다른 핵심계열사들에 대한 막강한 경영권을 행사할 수 있다.

따라서 금호석유 지분이 가장 돈이 되지만 사실상 유일한 지배기반을 내놓을리는 만무하다.



금호그룹은 이날 경영정상화 방안을 발표하면서 오너 일가가 보유한 계열사 주식을 채권단에 담보로 제공하고 처분을 위임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오너 일가의 금호석유 지분은 박 명예회장 1.6% 등 35.1%에 달하는 지분이 현재 담보로 잡혀있다. 추가로 내놓을 게 별로 없다는 의미다.

아울러 박 명예회장과 경영권 분쟁을 일으켰던 동생 박찬구 전 회장의 보유주식과 창업주 3세들의 지분에 대해서는 구체적인 입장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게다가 채권단이 오너 일가의 반발을 무릅쓰고 처분권을 행사할 지도 극히 미지수다. 또한 박 명예회장이 주식을 담보로 잡혀도 의결권을 행사하는 데는 별 지장이 없을 것으로 보인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채권단에 처분권을 주기는 했지만 오너 일가가 경영권을 행사하는 데 필요한 의결권은 위임돼 있지 않은 것으로 안다"고 발했다.

채권단 고위 관계자는 "금호그룹 오너들이 가진 재산은 계열사 주식인데 이미 담보로 잡혀있는 것들이 많다"며 "사재출연은 그룹 구조조정 모양새를 갖추기 위한 것으로 보면 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