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김경은 기자
2024.08.12 15:55:33
스타트업얼라이언스, 플랫폼 정책 방향 토론회
“티메프 사태는 경영 실패…교각살우 안돼”
“알리·테무 진입하는데 국내 플랫폼만 규제”
국회에 온플법 7건 발의…“이중규제 될 것”
코스포도 반대 성명 “정부·국회 신중해야”
[이데일리 김경은 기자] 티메프 사태로 플랫폼 규제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커지는 가운데 스타트업계가 반발했다. 플랫폼에 대한 지나친 규제가 신산업 위축은 물론 국내 기업의 글로벌 경쟁력 저하, 소비자 후생 감소 등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게 업계 주장이다.
12일 서울 강남구 스타트업얼라이언스에서 열린 ‘혁신 생태계 성장과 보호를 위한 플랫폼 정책 방향 토론회’에서는 온플법을 둘러싼 벤처·스타트업계과 학계의 우려가 쏟아졌다. 이날 토론회는 티메프 사태 이후 온플법 제정 논의가 확산함에 따라 관련 필요성을 짚어보기 위해 스타트업얼라이언스와 디지털경제포럼이 공동 주최했다.
온플법은 대규모 온라인 플랫폼의 불공정행위 제재를 골자로 한 법안으로 2020~2021년 제정 움직임이 일었으나 업계의 반발과 부작용 우려로 논의가 중단됐다. 하지만 티메프 사태를 계기로 온플법 제정 필요성이 다시 대두되고 있다. 22대 국회에도 유사한 내용을 담은 온플법이 7건 발의됐다.
이번 토론회 참석자들은 온플법이 플랫폼 산업의 성장을 저해할 수 있다고 한목소리를 냈다. 플랫폼 산업 특성상 자본력이 부족한 초기·신산업 스타트업이 많고 시장 선점을 위해 손해를 감수하는 대규모 투자가 불가피한데 이러한 특수성을 고려하지 않는다면 산업 발전이 어렵다는 지적이다.
특히 온플법을 국내 기업에만 적용해 세계 시장 경쟁에서 뒤처질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됐다.
모정훈 연세대 교수는 “이커머스 시장만 봐도 알리, 테무 등 중국 이커머스(C커머스)가 들어오며 시장이 급변하고 있는데 이들을 규제하는 건 기술적으로 어려운 측면이 있다”고 꼬집었다.
정주연 스타트업얼라이언스 전문위원도 “알리, 테무는 국내 이커머스 시장에서 각각 2·4위 사업자(이용자수 기준)임에도 이들의 매출액 등 정확한 지표 파악이 어렵다”며 “해외기업에 대한 법 집행 가능성이 희박하기에 규제로 인한 피해는 국내 기업에 돌아갈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김현경 서울과기대 IT정책전문대학원 교수는 “현재 국회에 발의된 온플법은 유럽연합(EU)의 디지털시장법(DMA)를 벤치마킹한 것”이라며 “EU와 우리나라는 시장 상황이 다르다”고 지적했다. 이어 “지난해 기준 글로벌 100대 플랫폼 중 EU의 비중은 2.2%밖에 되지 않는다”며 “토종 플랫폼이 없고 미국 플랫폼 기업이 자국 시장을 지배하다 보니 강력한 규제 법안들이 나온 것”이라고 설명했다.
전문가들은 22대 국회에 발의된 온플법의 법적 결함도 조목조목 짚었다. 국회 발의안은 대부분 일정 규모 이상의 온라인 플랫폼 사업자를 지정해 계약 내용과 방식, 효력을 규제하고 특정 불공정거래행위를 금지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하지만 플랫폼 시장이 급변한다는 점을 고려하면 시장지배적 사업자를 현시점에서 특정하기 어렵고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공정거래법) 등 사후 규제법안이 있기 때문에 이들 기업을 사전 규제하는 건 이중 규제가 된다는 게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정 전문위원은 “현행 공정거래법은 시장지배적 사업자의 남용 행위에 대해 금지하고 있고 이를 위반할 경우 과징금 부과 및 시정조치를 하고 있다”며 “온플법 찬성론자들이 주장하듯 플랫폼 사업자들이 지위를 남용해 수수료 등을 과도하게 올렸다면 현행 법률을 통해 규제 여부를 다툴 문제이지 이중 규제를 해선 안 된다”고 비판했다.
업계와 학계에선 온플법 제정 논의가 급물살 타는 것을 우려하며 정부와 국회에 신중한 검토를 당부하고 있다.
코리아스타트업포럼도 전날 성명을 내고 “정부와 국회는 스타트업 생태계의 특수성을 이해할 필요가 있다”며 “국가 신산업 경쟁력 확보를 위해서라도 혁신이 계속될 수 있도록 일관되고도 신중한 정책이 필요하다”고 요청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