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펀드 위험등급 제대로 알려라”…금감원, 증권사 무더기 제재

by이은정 기자
2023.06.20 17:42:59

금감원, 18곳 증권사 펀드 위험등급 관련 적정성 검사
적합성·적정성·설명의무 위반 따라 연내 첫 제재키로
증권사, 업무 절차 강화·모니터링 시스템 도입 추진

[이데일리 이은정 기자] 금융감독당국이 변경된 펀드 위험등급을 일반투자자들에게 정확하게 알리지 않고 판매한 증권사들을 제재할 전망이다. 판매사들은 펀드 위험등급 관련 위규 재발 방지를 위해 부랴부랴 시스템 개선에 나섰다.

서울 여의도 금융감독원. (사진=이데일리 DB)
20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금융감독원은 18개 증권사를 대상으로 ‘펀드 위험등급 분류 및 판매 업무의 적정성 점검’을 위한 수시검사를 최근 마치고, 위규 증권사에 대해 제재에 나선다. 제재 부과 시점은 연내를 목표로 하고 있다. 관련한 증권사에 대한 검사·제재는 이번이 최초다. 증권사와 함께 펀드를 판매하는 은행에 대해선 작년부터 제재 부과를 시작했다.

이번 검사의 위규 기준은 자산운용사가 펀드 위험등급을 변경했을 때 판매사인 증권사가 이를 적시에 반영하지 못하고 고객에게 판매한 경우다. 이와 관련해 금감원은 증권사의 금융소비자보호법(금소법)·자본시장법상 적정성, 적합성, 설명의무 위반 여부를 살폈다.

앞서 금감원은 펀드 위험등급 오(誤)분류로 일반투자자 고객 투자성향 등급과 맞지 않게 거래된 전체 건을 대상으로 검사를 실시했다. 예컨대 운용사가 책정한 펀드 위험등급별로 판매사 고객 투자성향이 △1~2등급은 공격투자형 △3등급은 적극투자형 △4등급은 위험중립형 등으로 분류되는데, 등급 변경 사항을 반영하지 않아 고객 투자성향에 맞지 않는 상품을 판매한 경우다.

검사 대상 기간은 2016년 7월부터 2023년 3월이다. 금감원은 2016년 7월 공모펀드에 위험등급을 10년 만에 5단계에서 6단계로 세분화하고, 새로운 펀드 위험등급을 적용했다. 이어 현황 파악을 위해 2021년 관련 자료를 수집하며 조사에 착수했다. 작년에는 위반 사항이 있다고 판단된 증권사의 감사부에 내부 감사를 요구했다.

향후 금감원의 제재 부과 절차는 △검사의견서 통보 △자체 결정 예비 제재 통보 △금융위원회와 제재심의위원회 개최를 통해 최종 결정 후 제재 통보로 진행될 예정이다.



금감원 관계자는 “펀드 위험등급 변경 관련 증권사 자체 감사 결과 자본시장법과 금소법 상 적합성·적정성·설명의무 위반 사례가 다수 확인돼 올해 처음 수시검사에 나서게 됐다”며 “검사 이후 조치안 작성을 앞두고 있는 단계로, 관련 부서 협의를 통해 증권사별 제재 유형에 대해 심도 있게 검토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전반적인 제재 윤곽이 잡히더라도 강도에 따라 금감원의 경고 조치에 그치거나, 과징금·과태료 등 처분으로 금융위를 거칠 수 있어 증권사별 제재 부과 시점은 달라질 수 있다”고 덧붙였다.

일부 증권사들은 업무 절차 강화와 함께 시스템 개선에 나섰다. 판매하고 있는 펀드의 상세 변경 내역을 제공받기 위해 펀드평가사인 KG제로인과 한국펀드평가의 위험등급 모니터링 시스템 등을 도입하고 있다.

앞서 금감원은 지난 3월 금융투자협회 펀드공시팀, 증권사들과 세미나를 열고 펀드 위험등급 변경 프로세스 개선을 논의했다. 한국투자증권, 미래에셋증권(006800) 등 일부 증권사는 금감원의 검사 이전에 내부 감사를 통해 문제를 자체 적발, 개선한 사항을 공유했다.

올 4분기부터는 은행·증권사가 펀드 위험등급을 산정한다. 금융위는 은행·증권사 등 금융회사가 투자성 상품의 위험등급 산정 기준으로 삼을 수 있는 ‘투자성 상품 위험등급 산정 가이드라인’을 올 초 마련했다. 투자 상품 판매 과정에서 판매사들의 책임을 강화하기 위함이다.

금감원 관계자는 “펀드 위험등급 변경 유사 문제가 발생하지 않도록 하기 위해 판매사에 펀드 신고서 내용의 빠른 반영 등 관련 시스템 개선이 필요한 부분에 대한 공감대가 형성됐다”며 “제재는 개선 여부와 별개로 진행되는 것”이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