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원금·퇴직금이 떠받친 가계소득…저소득층 삶은 더 팍팍해졌다

by이명철 기자
2020.05.21 12:00:00

1Q 가구당 월평균 소득 535.8만…전년대비 3.7%↑
사회수혜금·퇴직수당 늘어…코로나19로 지출은 감소
5분위 배율 5.18→5.41배 확대, 소주성 성과 요원

[세종=이데일리 이명철 기자] 코로나19로 팍팍해진 가계살림을 정부·지자체 지원과 퇴직 수당 등이 보전한 것으로 나타났다. 가계소득은 소폭 증가했는데 소비 위축으로 지출이 크게 줄어 흑자폭이 커지는 역설적인 상황이 벌어졌다. 저소득층의 근로소득이 줄면서 고소득층과 소득 격차가 더 벌어지는 등 분배지표는 더 악화됐다.

21일 통계청이 발표한 2020년 1분기 가계동향조사에 따르면 1분기 가구당 월평균 소득은 535만8000원으로 3.7%(전년동기대비) 증가했다. 실질소득은 2.5% 늘었다.

경상소득은 2.4% 증가한 520만8000원이다. 공적연금·기초연금 등 정부 지원인 이전소득은 69만6000원으로 4.7% 늘어 근로소득(1.8%)과 사업소득(2.2%)보다 증가폭이 컸다.

이전소득 중 개인간 주고받는 용돈 같은 사적이전(24만4000원)은 8.2% 감소한 반면 공적이전(45만2000원)이 13.4% 증가했다. 공적이전에는 공적연금·기초연금·사회수혜금·연말정산환급금 등이 포함되는데 코로나19로 지자체들의 긴급 지원금 지급 등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풀이된다.

강신욱 통계청장은 “지자체 지원금 등은 사회수혜금 항목으로 조사돼 1분기 조사에 반영됐다”며 “5월 지급하는 재난지원금도 받는 즉시 공적이전소득인 사회수혜금으로 포착된다”고 설명했다.

비경상소득은 15만1000원으로 79.8% 급증했다. 여기에는 경조소득이나 퇴직수당, 실비보험 지급 등이 포함되는데 코로나19에 따른 고용시장 위축에 퇴직 관련 수당 증가가 영향을 미쳤다. 정구현 통계청 가계수지동향과장은 “코로나19 영향에 희망퇴직이나 조기퇴직 등으로 실직한 사람이 늘면서 퇴직수당이 증가한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월평균 소비지출은 287만8000원으로 6.0% 감소했다. 실질소비지출은 7.1% 줄었다. 전체 소득 증가폭보다 가계 소비지출 감소폭이 더 컸다. 가계 흑자액(처분가능소득에서 소비지출을 뺀 금액)은 38.4% 증가한 141만3000원을 기록했다. 쓰는 돈이 줄면서 가계에 남아있는 돈이 늘어난 셈이다.

소득 증가폭보다 소비지출 감소폭이 큰 이유에 대해 코로나19에 따른 외출 제한 등으로 소비지출은 바로 영향을 미쳤지만 소득의 경우 1분기 경기 침체에 따른 둔화가 크게 반영되지 않았다고 통계청은 설명했다.



장기적인 경기 둔화에 코로나19까지 겹치면서 저소득층의 소득 여건은 나아지지 않고 있다. 1분기 소득 하위 20%(1분위)의 월평균 소득은149만8000원으로 1년 전과 같았다. 5분위는 같은기간 6.3% 증가한 1115만8000원을 기록했으며 2~4분위도 0.7~3.7% 증가했다.

1~3분위의 경우 근로소득이 3.3~4.2% 줄었다. 3분위와 1분위 근로자 비중이 각각 61.0%, 31.3%로 10.1포인트, 0.8%포인트 낮아진 검을 감안하면 코로나19에 따른 일자리 감소 등의 여파가 저소득층에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고소득층인 5분위의 소득이 크게 오르면서 분배 지표는 더 악화됐다. 처분가능소득(소득에서 비소비지출을 뺀 금액)의 1분위대비 5분의 배율은 5.41배로 0.23배포인트 상승했다.

5분위 배율은 문재인 대통령 취임 직전인 2017년 1분기 5.35배에서 오히려 소폭 올랐다. 전체 소득에서 1분위가 차지하는 비중도 같은기간 6.1%에서 5.6%로 낮아졌다.

이번 정부 들어 저소득층의 소득 증가를 통한 경제 성장인 ‘소득주도성장’을 추진하고 있지만 여전히 소득의 분배 여건 개선은 요원한 것이다. 1분위의 공적이전소득은 올해 1분기 51만5000원으로 1년새 10.4%(4만8000원) 늘어난 것을 볼 때 여전히 저소득층 소득은 정부 지원에 기대고 있는 상황이다.

정부는 코로나19 영향으로 2분기에도 분배 악화가 지속될 것에 대비해 고용·사회 안전망 강화에 들어갈 방침이다.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소득여건 악화의 영향을 크게 받는 저소득층 보호를 위한 정책 지원에 역점을 둘 계획”이라며 “하반기 경제정책방향, 한국판 뉴딜 등을 통해 조속한 경기회복과 일자리 창출에 총력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가구당 월평균 소득 및 지출 동향. 통계청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