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업상속공제 개편’ 기업과 깊은 '괴리감’… 강호갑 회장 “실속없는 제스처”

by김정유 기자
2019.06.12 13:00:00

중견련 주최 ‘기업승계 활성화 토론회’서 불만 토해내
여당 의원 “좋지 않느냐” 언급에 강 회장 “절대 아니다”
공제대상 확대 및 한도 상향 등 지속적으로 국회 요구키로

강호갑 한국중견기업연합회장이 12일 서울 마포 상장회사회관에서 열린 ‘경제활력 제고를 위한 기업승계 활성화 토론회’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사진=한국중견기업연합회)
[이데일리 김정유 기자] “강호갑 회장님 등 기업인 분들이 (가업상속지원세제 개편안과 관련해) 불만이라고 얘기하셨는데 사실은 속으론 좋아하시는 것 아닙니까?”(김병욱 더불어민주당 의원)

“절대 아닙니다.”(강호갑 한국중견기업연합회장)

12일 서울 마포구 상장회사회관에서 열린 ‘경제활력 제고를 위한 기업승계 활성화 토론회’ 에서 김 의원과 강 회장 사이에서 오고간 대화다.

김 의원은 지난 11일 당정협의를 통해 발표된 ‘경제활력 제고를 위한 가업상속지원세제 개편방안’과 관련해 민주당내에서 구성된 TF 팀으로 활동해 왔다. “속으론 좋아하실 것”이라는 김 의원의 발언에 국내 중견기업계를 대표하는 강 회장은 ‘절대’라는 단어를 사용하며 단호하게 부정했다. 이번 개편안과 관련해 정부여당과 기업간 괴리감이 크다는 것을 여실히 보여주는 대목이다.

강 회장은 이날 인사말을 통해서도 이번 개편안에 대해 신랄히 비판했다. 그는 “이번에도 역시나 공제대상 및 한도 확대는 제외된 채 몇몇 대목만 개선되는 것으로 한정됐다”며 “매출액 규모로 상속에 제한을 둔다면 어느 누가 기업을 키우겠느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최근 기업하기 어려운 상황이 이어지면서 외국계 사모펀드들이 중견기업들에게 M&A 유혹을 펼쳐온다고도 했다. 강 회장은 “중견련 회장을 맡은 지 7년째인데, 최근 외국계 로펌 대표들이 자꾸 러브콜을 한다”며 “사모펀드들로부터 유혹을 끊임없이 받고 있는데, 우리 기업인들이 경영을 하는 자부심을 가질 수 있도록 도와달라”고 호소했다. 이어 “규모에 의한 차별화, 부의 대물림이란 부정적인 정서를 언제까지 가슴에 안고 가야하는지 모르겠다”며 “기업인들에게 절대 뺏지 말아야하는 가치가 2가지 있는데, 하나는 불굴의 기업가정신, 둘째는 지속성장의 가능성이다. 계속 기업이 이어질 수 있어야 한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강 회장은 이번 개편안에 대해 “기업 지속성과 성장 가치를 전적으로 외면한 실속없는 제스처에 불과하다”며 “기업 철학과 전통, 경영권 자체가 휘청이는데 성장을 위한 혁신 투자, 일자리 창출을 도모하겠나”고 지적했다.



정부여당이 발표한 이번 개편안은 가업승계공제 사후관리 기간을 기존 10년에서 7년으로 줄였고 가업상속 후 업종변경 범위도 표준산업분류상 소분류에서 대분류로 확대했다. 하지만 중견기업들이 요구했던 매출액 기준 및 공제한도 확대는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강 회장 등 기업인들이 “효율성이 없는 개편”이라고 주장하는 이유다.

김병욱 민주당 의원은 이번 개편안에 많은 개선이 있었다고 주장했다. 김 의원은 “지금까지 공제 건수가 91건에 불과했는데 업종유지 조건 개선이 우선적으로 해법인 것으로 봤다”며 “표준산업분류상 대분류까지 확대한 것이 이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또한 김 의원은 기업승계에 대한 다소 부정적인 인식도 나타내기도 했다. 그는 “현재 기업승계는 자녀에게 물려주는 게 전제인데, 능력이 안 되는 자녀들에게 무조건적으로 기업을 승계하는 것이 경제활력을 위해 도움이 될 건지 의문”이라며 “기업승계가 100% 옳은 것이냐라는 고민이 있다. 오히려 M&A 등이 활발히 이뤄지는 게 더 긍정적이라는 부분도 있는데, 기업승계에 대한 부작용도 함께 고민해야 할 것”이라고 언급했다.

강 회장은 “전 세계 많은 경쟁국이 기업승계를 전폭 지원하고 있는데도 불구하고 ‘부의 대물림’이란 후진적인 프레임에 갇혀 원활한 기업승계가 이뤄지지 못하는 우리 현실이 안타깝다”며 “향후 국회 법안 처리 과정에서 공제 대상 확대, 공제액 한도 상향, 최대주주 보유주식에 대한 할증평가 폐지, 사전 증여 확대 등이 반영될 수 있도록 각계와의 소통을 한층 강화할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이날 토론회에선 조병선 중견기업연구원장이 주제발표를 통해 가업상속공제 제도의 실효성을 높여야 한다고 주장했다. 조 원장은 OECD 최고 수준인 70%의 상속세율을 부여하다 2005년 이를 전면 폐지, 고용·재정 위기를 타개한 스웨덴의 사례를 소개했다. 그는 “2014년~2017년 공제제도의 평균 활용 건수가 사후 상속 76건, 사전 증여 121건에 불과한 것은 과도한 적용 요건, 협소한 대상 기업 범위 탓”이라며 “대상기업을 대폭 확대하고 공익재단, 신탁제도 등 다양한 승계방안 도입을 통해 제도의 실표성을 높여야 한다”고 밝혔다.

이동기 서울대 교수가 좌장을 맡은 패널 토론에선 오문성 한영여자대학교 교수는 “공제제도 실효성을 높이기 위해선 피상속인 및 상속인 요건, 사후관리 요건을 대폭 완화해야 한다”고 주장했고, 박훈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재정세제위원장은 “국가가 상속세로 세수를 확보하는 것보다 상속세 감면, 이연으로 얻는 경제적 성과가 크다는 것을 먼저 입증해야 한다”고 언급했다. 김용민 진금융조세연구원 대표도 “국제적 추세를 감안해 상속세율을 단계적으로 인하하고, 최대주주 할증평가제도 폐지 등의 방안을 적극 모색해야 한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