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뺑소니 당한 유기견 도와주세요”…사비 털어 구조나선 女 3인방

by최정훈 기자
2018.07.23 11:43:26

서울 갈현동 인근에서 뺑소니 당한 유기견 구조
500만원 상당의 치료비 위해 모금 진행중

서울 은평구 손희정(29·여)
[이데일리 최정훈 기자] “유기견도 생명이잖아요. 단지 다친 한 생명을 구하고 싶었을 뿐이에요.”

서울 은평구에 사는 손희정(29·사진)씨는 “저도 11살과 4살 반려견을 기르는 입장”이라며 “거리를 헤매고 있는 다친 반려견을 그냥 지나칠 수 없었다”고 했다.

손씨는 지난 4일 밤 11시 30분쯤 하얀색 유기견 한 마리가 집 앞을 지나가는 모습을 봤다. 30분 후 그는 그 유기견이 다리를 심하게 절뚝거리며 다시 집 앞을 지나가는 걸 목격했다.

손씨는 “30분 사이에 멀쩡했던 강아지가 다리를 심하게 절뚝거리는 모습을 보고 사고를 당했을 것이란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그는 곧바로 집에 있던 동생에게 집 근처에 다친 유기견이 있으니 같이 찾으러 나가자고 말했다.

자정이 넘은 늦은 시각이었지만 손씨와 동생 손민정(26·여)씨는 다친 개를 찾기 위해 어두운 동네를 한 시간 가량 돌아다녔다. 그때 두 사람은 황은혜(34·여)씨를 만났다.

손씨는 “도로 인근에 사는 황씨도 낑낑거리는 소리를 듣고 나가보니 개가 뺑소니를 당한 뒤 골목으로 들어가는 모습을 보고 따라갔다가 저희랑 만났다”고 전했다.

새벽 2시경 세 사람은 동네의 한 골목에서 다친 유기견을 발견했다. 손씨는 곧바로 119에 신고했다.

강아지를 구조한 119대원들은 아침에 구청에 인계했고 구청은 유기견 보호센터에 다시 인계했다.

손씨는 그 후에도 다친 개의 모습이 자꾸 눈에 밟혔다. 그는 개가 치료를 받았는지 궁금해 유기견 보호센터에 전화했지만 치료가 전혀 이뤄지고 있지 않았다.



손씨는 “유기견 보호센터에선 ‘감기나 타박상 같은 작은 치료만 해줄 수 있고 뺑소니로 골절을 당한 강아지는 치료가 불가능하다’고 했다”고 전했다.

거기다 유기견 보호센터에서는 20일 안에 입양해 치료해줄 사람이 나타나지 않으면 안락사를 시킬 수밖에 없다는 말에 손씨는 유기견을 자비로라도 치료할 결심을 했다.

손씨는 “대형견에 믹스견이고 크게 다친 상황이라 입양할 사람이 없을 거라고 생각했다”며 “우선 치료라도 시키자고 마음먹었다”고 말했다.

손씨와 함께 구조를 도왔던 두 사람이 임시보호자를 자처했다. ‘두부’라는 이름도 지어줬다.

손씨는 우선 두부가 치료를 받을 수 있는 병원을 찾기 시작했다. 하지만 치료해줄 수 있는 병원을 찾기란 쉬운 일이 아니었다.

손씨는 “동물병원에 문의를 했더니 대형견 수술은 불가능하다는 답변을 받았다”며 “반려견 커뮤니티에 글을 올리는 등 수소문 끝에 경기도 광명에 있는 한 동물병원을 찾을 수 있었다”고 말했다.

문제는 비용이었다. 수의사는 개가 어깨 부분을 골절당해 철심을 박는 큰 수술을 받아야 하고 적어도 3개월 동안 입원을 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수술 재료비만 해도 120만원이었고 여기에 대형견 입원비는 하루에 11만원 꼴이라 치료비에 1000만원 이상이 필요했다.

손씨는 “다행히도 수의사 선생님께서 수술 재료비와 최소 입원비를 합쳐 500만원만 받겠다며 사정을 봐주셨다”며 “우선 각자 사비를 모아 재료비만 선불하고 SNS를 통해 모금을 진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손씨는 적지 않은 부담에도 세 사람 모두 후회하지는 않는다고 했다.

손씨는 “그는 이어 “다친 강아지를 만나 이렇게 치료할 수 있었던 것도 운명이라고 생각 한다”며 “최선을 다해 강아지가 완치할 수 있도록 돕고 싶다”고 말했다.

뺑소니 사고를 당해 치료를 받고 있는 유기견 ‘두부’ 사진.(사진=독자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