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처럼..한국 기업들, 바이오의약품 세계 1위 노린다
by천승현 기자
2015.12.21 12:00:00
삼성바이오로직스, 3공장 건설..세계최대규모 생산시설 확보
삼성바이오에피스, 바이오시밀러 개발 사업 순항
셀트리온과 선의의 경쟁..'동반 시너지 효과' 기대
[이데일리 천승현 기자] 삼성의 바이오의약품 사업이 생산과 연구 부문에서 각각 속도를 내고 있다. 생산을 담당하는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세계 최대 규모의 바이오의약품 생산전문기업(CMO) 도약 채비를 마쳤다. 연구 사업을 맡는 삼성바이오에피스는 바이오시밀러(바이오복제약) 성과를 속속 내놓으며 국내외 시장을 정조준했다. 셀트리온과 함께 한국 기업들의 세계 시장 공략도 가시화하고 있다는 평가다.
21일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인천송도경제자유구역내 본사에서 제3공장 기공식을 열었다. 오는 2017년 준공 예정인 3공장은 총 8500억원이 투자된다. 설비 규모는 18만ℓ에 달한다. 기존에 구축한 1·2공장과 함께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전 세계 바이오의약품 CMO 기업 중 최대 규모인 36만ℓ의 생산시설을 갖추게 된다. 3개 공장 건설에만 모두 약 2조원이 들어간다.
김태한 삼성바이오로직스 대표는 “2025년에는 전 세계 바이오의약품 CMO 기업 중 생산능력·매출·이익 등 모든 부문에서 압도적인 1위를 기록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내다봤다. 미국 식품의약품국(FDA)으로부터 검증받은 높은 품질 관리 수준에 원가 경쟁력도 가세하면 충분히 다국적제약기업들과 견줄 수 있다는 자신감이다.
삼성의 바이오의약품 사업이 본 궤도에 오르기 시작하면서 향후 셀트리온과 함께 한국 기업들이 본격적으로 글로벌 무대에서도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다는 낙관적인 전망도 나온다.
삼성의 바이오의약품 사업은 셀트리온(068270)이 걸어온 길의 ‘압축형’이다. 셀트리온은 바이오의약품 CMO 사업을 통해 초기 자본을 마련한 이후 2009년부터 바이오시밀러 개발에 뛰어들었다. 셀트리온은 CMO 사업을 통해 2007년부터 3년 동안 2928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셀트리온은 지난 2012년 세계 최초로 항체 바이오시밀러 ‘램시마’의 국내 허가를 받았고 유럽, 일본 등 70개국에도 진출했다. 내년 상반기에는 세계 최대 시장인 미국 허가도 예상된다.
이에 반해 삼성은 지난 2010년 5월 바이오의약품을 신수종 사업으로 발표한 이후 막대한 자금력을 바탕으로 5년 동안 빠른 속도로 사업을 정상궤도에 올려놨다.
삼성의 바이오의약품 사업은 생산과 개발 부문을 분리·운영하는 방식이다. 삼성바이오로직스가 바이오의약품의 생산을 담당하고 삼성바이오에피스는 바이오시밀러의 연구개발을 진행 중이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삼성물산(028260)이 최대주주다. 삼성바이오에피스는 삼성바이오로직스(90.3%)와 미국 바이오젠(9.7%)이 설립한 합작법인이다.
지금까지 삼성은 삼성바이오로직스와 삼성바이오에피스에 총 1조1784억원을 투자했다. 추가 투자 가능성도 열려 있다. 삼성바이오로직스 관계자는 “향후 추가 재원 확보는 증자나 상장 등 다양한 방안을 검토 중이다”고 말했다.
풍부한 자금력을 바탕으로 삼성바이오로직스가 바이오의약품 생산 사업에서 글로벌 1위로 도약하고, 삼성바이오에피스는 바이오시밀러 사업에서 글로벌 경쟁력을 확보하겠다는 ‘투 트랙 전략’이다.
삼성바이오에피스는 이미 바이오시밀러 2종의 유럽 허가를 신청한데 이어 4종의 바이오시밀러도 임상시험을 진행 중이다. 글로벌 3대 자가면역질환치료제로 평가받는 ‘휴미라’, ‘엔브렐’, ‘레미케이드’ 등을 모두 개발에 뛰어들 정도로 왕성한 활동을 보이고 있다. 현재 개발이 진행 중인 6개를 포함해 총 13개의 바이오시밀러를 개발하겠다는 목표다.
국내에서도 이달부터 첫 바이오시밀러 ‘브렌시스’의 판매를 시작했고, 최근 두 번째 바이오시밀러 ‘랜플렉시스’의 시판허가를 받았다.
글로벌 바이오시밀러 시장에서도 셀트리온과 삼성바이오에피스 모두 선두권을 형성 중이다. 연간 10조원 규모의 ‘레미케이드’ 바이오시밀러 개발은 세계적으로 셀트리온이 가장 빠르고 삼성바이오에피스가 2위를 기록 중이다. ‘엔브렐’의 바이오시밀러는 삼성바이오에피스가 세계에서 가장 앞선 행보다.
정윤택 한국보건산업진흥원 제약산업지원단장은 “셀트리온과 삼성바이오로직스의 생산 규모를 합치면 한국이 전 세계에서 가장 많은 생산능력을 보유하게 된다”면서 “셀트리온과 삼성바이오에피스의 바이오시밀러 사업도 세계적으로 빠른 행보를 구축, 양사간 선의의 경쟁을 통한 동반 시너지 효과가 기대된다”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