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황병서 기자
2024.09.12 12:00:00
‘청소년 도박 및 대리입금 설문조사’ 결과 발표
3개월간 중·고교생 1만685명 온라인 설문 참여
도박 경험률 1.5%에도 친구 목격율은 10% 달해
경찰 “맞춤형 예방 및 치유 프로그램 운영 강화”
[이데일리 황병서 기자] 중·고교 시기에 남자 학생이 바카라를 통해 불법 온라인 도박에 쉽게 빠지고 있다는 설문조사 결과가 나왔다. 청소년 중에서 본인이 불법 온라인 도박을 경험해봤다는 비율은 1.5%에 불과했지만, 친구 등이 하는 것을 목격한 비율이 10%에 달한다는 점에서 또래 사이에서 온라인 불법 도박 문화가 빠르게 번지고 있는 것으로 해석된다.
서울경찰청과 서울시 자치경찰위원회는 12일 이 같은 내용이 담긴 ‘청소년 도박 및 대리입금 설문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이 설문조사는 최근 심각한 사회문제로 떠오른 청소년 도박 및 대리입금 문제의 정확한 실태 파악과 대응전략을 수립하기 위해서 시행됐다. 조사는 QR 코드를 통해 교사가 조·종례시간을 활용해 온라인 설문 형식으로 약 3개월간 진행됐으며, 총 1만 685명(남학생 49%·여학생51%)가 참여했다.
설문조사 결과 본인이 불법 온라인 도박을 경험했다고 응답한 청소년은 전체 1만 685명 중 157명(1.5%)에 불과했다. 다만, 친구나 지인이 도박한 것을 목격한 청소년은 1069명(10%)을 기록해, 도박 경험률과 목격률이 10% 차이가 나는 것으로 나타났다. 불법 온라인 도박 참여 비율은 남학생 86%, 여학생 14%를 기록했다. 시작 시기는 중학생 때가 50%로 가장 많았다. 이어 고등학생 때가 22%, 초등학생 때가 15%로 그 뒤를 이었다. 도박 유형으로는 바카라 등 온라인 불법카지노가 55%로 가장 많았다. 온라인 즉석 게임이 9%, 불법 스포츠 토토가 8%를 기록했다.
도박을 시작하게 된 계기는 친구·지인의 권유가 38%로 가장 높았다. 이어 친구 등이 이익을 얻는 것을 보고 난 후로 응답한 비율이 30%, 인터넷 도박광고를 본 경험이 9%로 뒤를 이었다. 도박 자금 및 빚 마련 방법은 용돈 또는 부모님의 빚 변제가 57%로 가장 많았고, 친구 등 지인 간의 금전거래 16%, 아르바이트 등을 통한 방법이 10%로 뒤를 이었다.
일부 응답자인 4% 비율이 금품갈취·중고거래 사기 등 불법적인 방법을 통해 자금을 마련했다고 응답했다. 도박을 계속 하는 이유로는 용돈을 벌기 위해가 40%로 가장 많았다. 돈을 따는 것에 대한 쾌감이 18%, 주위 친구들이 다해서가 8%로 그 뒤를 이었다. 도박으로 생긴 문제점은 △채무압박(15%) △부모와의 갈등(10%) △정서적 위축 및 두려움(12%) 등이 있었다. 도박을 그만두고 싶어하는 단절의지도 74%에 달했다.
대리입금 관련 설문조사 결과도 있었다. 대리입금이란 7일 이내의 단기간에 10만원 이하의 소액, 20~50%에 달하는 고금리의 자금을 융통하는 수법으로 청소년들 사이에서 심각한 사회적 문제로 꼽히고 있다.
설문조사에 따르면 대리입금을 직접 경험한 응답자는 65명(6.9%), 목격한 응답자는 236명(25%)으로 집계됐다. 이용 경로는 지인 권유가 57%, 온라인상 대리입금 광고가 23%에 달했다. 대리입금자로는 주변 지인이 63%,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한 모르는 제3자(17%), 대출업자(9%)로 나타났다. 대리입금을 경험한 응답자 중 지각비·수고비 등 한도를 초과하는 이자 요구(37%), 과도한 개인정보 요구(29%), 돈을 갚지 못해 폭행·협박 등 불법 추심을 당한 경우(12%)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에 경찰에 신고한 청소년 응답자는 32%에 불과했고, 불법사금융 신고채널을 모른다고 응답한 비율도 79%에 달했다.
경찰은 도박 근절을 위한 엄중한 처벌도 중요하지만 맞춤형 예방교육도 중요하다고 판단해 적극적으로 전개할 예정이다. 중·고교 남학생 등을 대상으로 가장 손쉽게 접하는 바카라 등에 대한 예방 교육을 집중 전개한다. 대리입금의 경우 과도한 이자를 요구받거나 불법 추심을 당한 경우 명백한 불법행위로서 관련기관 신고 등 대응 방법에 대해서도 교육할 예정이다. 중독 청소년에 대한 치유 활동도 강화한다. 이를 위해 더욱 많은 치유프로그램을 제공하기 위한 출장 교육을 확대하고 SPO(학교전담경찰관) 전문성도 강화한다는 방침이다. 청소년 도박은 절대 이길 수 없는 범죄라는 인식 전환을 위해 진행 중인 ‘청소년 도박근절 릴레이 챌리지’ 운영 기간도 10월 17일까지 1개월 연장한다.
김봉식 서울경찰청장은 “맞춤형 예방과 중독 청소년에 대한 치유, 또래 문화 개선을 위한 인식 전환 등 입체적 종합적 접근이 필요하다는 것을 인식하는 계기가 됐다”며 “서울시교육청 및 한국도박문제예방치유원 등 유관기관과 적극적인 협력을 강화할 예정”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