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원전 정책에 생사 기로선 사업…尹정부들어선 ‘숨통’”[르포]

by강신우 기자
2023.09.19 15:35:17

2023 원전 생태계박람회 가보니
81개 업체, 1000명 참여 ‘역대급’
친원전 정책에 살아나는 중소기업
“원전생태계 활성화, 일자리 창출”

[이데일리 강신우·김형욱 기자] “친(親) 원전 정책으로 원자력발전소뿐만 아니라 원전 내 설비, 기자재 시장도 활성화하는 분위기입니다. 우리 업체도 한국수력원자력(한수원)과의 미팅이 영업활동으로 이어지는 성과를 내고 있어요.”

19일 서울 삼성동 코엑스에서 열린 ‘2023 원전 생태계 박람회’를 찾은 참석자들이 행사장 내 마련된 각 부스를 둘러보고 있다.(사진=강신우 기자)
송규호 에너시스 대표는 19일 서울 삼성동 코엑스에서 열린 ‘2023 원전 생태계 박람회’에 참석해 이데일리와의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했다. 에너시스는 경기도 화성에 있는 벤처기업으로 2017년에 설립됐다. 원전 방사선감시설비 등을 연구개발하고 생산하는 회사로 원전 사업에 필요한 기자재를 만들어 낸다.

송 대표는 지난 정부의 ‘탈원전’ 정책으로 한 때 25억원에 달하던 매출이 6억5000만원까지 바닥을 헤매다 현 정부 들어 겨우 10억원대를 회복했다고 한다. 에너지 정책 방향이 송 대표에게는 목숨줄과 같았던 셈이다. 그는 “탈원전 정책으로 뚝 떨어진 매출이 단기간에 회복될 것으로 기대하진 않는다”며 “다만 친원전 정책으로 원전 내 설비와 기자재를 공급하는 중소기업이 살아나고 수출길도 더 열렸으면 하는 바람”이라고 했다.

19일 서울 삼성동 코엑스에서 열린 ‘2023 원전 생태계 박람회’를 찾은 참석자들이 행사장 내 마련된 각 부스를 둘러보고 있다.(사진=한수원)
산업통상자원부와 한국원자력산업협회, 한수원이 공동 개최한 이날 행사에는 한수원·두산 등 수요기업과 유관 기관 12개, 중소·중견기업 45개 및 대학생·구직자 등 1000명이 참여한 가운데 역대 최대 규모로 열렸다. 이번 행사는 올해로 3회차다. 첫 회 행사인 2022년에는 25개사, 총 581명이 참가했지만 올해는 각각 81개 업체에 1000명으로 대폭 늘었다.

행사장 내 마련된 81개 부스에선 국내 원전 기자재 구매상담, 해외 원전 기자재 수출 상담, 한국-캐나다 원자력산업 기업간(B2B) 미팅, 중소기업 금융지원 상담 등 업체를 위한 프로그램과 전력공기업 및 공공기관 채용상담 등 청년 일자리를 위한 상담도 이어졌다. 각 창구마다 상담을 받고 일자리를 얻으려는 사람들로 북적였다.

구직자 권은주(25·부산대 실내환경디자인과)씨는 “대학 졸업 후 에너지 공기업 취업을 알아보던 중 좋은 일자리박람회가 있다고 해서 찾아왔다”며 “한수원 등 다양한 공기업에 대한 채용정보를 한 자리에서 들을 수 있어서 좋은 기회”라고 했다.



정부는 이 행사 통해 원전 분야의 판로개척 및 수출지원 등을 통해 원전 생태계 활성화를 지원하고 기업과 구직자의 교류 제고 및 일자리 창출에도 기여한다는 방침이다.

한수원은 개회식에서 대규모 일감 공급을 위한 신한울 원전 3·4호기 보조 기기 총 1조9000억원, 수출 일감 총 8000억원 규모의 발주 계획을 발표했다. 황주호 한수원 사장은 “원전 정책의 변화로 어려움을 겪고 있던 기업들이 원전 분야 사업을 유지할 수 있었고 원전 공급망이 활성화될 수 있다”며 “이번 박람회가 원전산업 활성화를 위한 유익한 정보 교류의 장이자 청년 채용을 늘리는 뜻깊은 자리가 되길 기대한다”고 했다.

이날 행사에선 올해 산업부가 발표한 89억원 규모의 ‘원자력 생태계 지원사업’에 참여한 기업들이 위기 극복 및 기술 개발 성공 사례를 발표하기도 했다. 방사선 방호를 위한 각종 계측기기를 개발·생산하는 업체인 에스에프테크놀로지는 작년 제품 양산화와 원자력 분야 사업 다각화를 위해 국고보조금을 지원받아 해수 방사능 측정 관련 사업 2000만원 규모의 실증계약을 체결하고 내년엔 10억원 규모의 공급사업 계약을 앞두고 있다.

앞서 산업부는 원전 기업 역량 강화, 원전 산업 인력 양성, 소형모듈원전(SMR) 산업 생태계 기반 조성 지원 등에 89억원을 투입하겠다고 밝혔다.

천영길 산업부 에너지정책실장은 “최근 전력 여건 변화에 따라 안정적인 전력 수급을 위해 제11차 전력수급기본계획 수립과정에서 신규 원전 검토 등 합리적인 전력 공급 방안이 논의되고 있다”며 “정부는 앞으로도 일감 공급과 금융 지원에 노력하는 한편 미래 경쟁력 확보를 위한 인력 양성, 기술 개발에도 역량을 집중해 나갈 것”이라고 했다.

황주호 한국수력원자력 사장이 서울 삼성동 코엑스에서 열린 ‘2023 원전 생태계 박람회’에서 개회사를 하고 있다.(사진=한수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