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 “위안부 판결, 수용불가”, 강창일 “의미 커…韓日정상화 노력할 것”

by김미경 기자
2021.01.08 14:03:44

8일 위안부 판결 날, 강 주일대사 공식 임명
"막중한 책무, 마음도 어깨도 무겁다"
日정부, 판결 직후 즉각 반발·주일한국대사 초치
한일 악화일로 예상에 "정치적 지혜 필요"
일본통·네트워크…관계 실타래 풀 과제 안아

[이데일리 김미경 기자] ‘일본통’인 강창일 신임 주일본대사가 이달께 곧 부임한다. 외교부는 8일 보도자료를 내고 강창일(69) 전 국회의원을 주일대사에 공식 임명했다고 발표했다. 이는 지난해 11월 청와대가 강 대사의 내정을 발표한 지 두 달여 만이다.

청와대는 강 대사 내정 당시 “대일 전문성과 경험, 오랜 기간 쌓아온 고위급 네트워크를 바탕으로 경색된 한일관계의 실타래를 풀고, 미래지향적인 양국 관계로 나아가는 계기를 마련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문재인 대통령이 일본 스가 내각 출범을 맞아 경색된 한일관계를 풀어가려는 의지를 담은 인사로 풀이했다.

강창일 주일대사는 이날 연합뉴스 및 뉴시스와의 언론 통화를 통해 “난마처럼 꼬여있는 한일관계를 정상화해야 하는 막중한 책무를 갖고 있어서 마음도, 어깨도 무겁다”면서도 “양국 관계 정상화를 위해 혼신의 노력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8일 공식 임명된 강창일 주일한국대사(사진=연합뉴스).
공교롭게도 이날 마침 서울중앙지방법원은 고(故) 배춘희 할머니 등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12명이 일본 정부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 소송에 대해 원고 승소 판결을 내렸다. 2015년 12월 소송 절차가 시작된 지 5년 여만에 나온 결론이다.

재판부는 “‘위안부’ 제도 운영이 당시 일본제국에 의해 계획적이고 조직적으로 자행된 반인도적 범죄 행위”라며 이는 국제법을 위반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또 “한 국가는 다른 나라의 법원에서 재판 대상이 되지 않는다”는 국제법상 ‘주권 면제’의 원칙을, 이번 사건에서까지 인정할 순 없다고도 했다.

일본 정부는 판결 직후 남관표 주일한국대사를 초치하며 즉각 반발했다. 외무성에 따르면 이키바 다케오 외무차관은 “(한국 법원이) 국제법상의 주권면제 원칙을 부정하고, 원고의 소송을 인정하는 판결을 낸 것은 매우 유감”이라며 “일본 정부로서 결코 받아들일 수 없다”고 강력 항의했다. 또 이키바 차관은 남 대사에게 국제법 위반을 시정하기 위한 적절한 조치를 취하도록 요구했다.



이번 판결로 한일관계에 큰 파장이 예상된다. 한일 간 간극이 더 좁혀지기 힘들 것으로 보이는 가운데 악화일로가 예상된다.

강 대사는 이날 한국 법원이 일본 정부의 위안부 피해자 배상 책임을 인정한 것에 대해 “삼권분립 때문에 사법부 판결에 대해 평가하기 그렇지만, 이 판결이 가진 의미는 매우 크다”고 말했다. 강 대사는 이어 “이 판결로 한일관계 정상화가 더 어려워질 수 있지만 이런 문제까지 포함해서 정치적으로 풀어나가는 지혜가 필요하다”며 “그래서 더 어깨가 무겁다”고 했다.

강 대사는 17대부터 20대 국회까지 4선 의원을 지냈으며 정치권의 대표적인 일본통으로 꼽힌다. 도쿄대에서 동양사학 전공으로 석·박사 학위를 받았고, 2019년 일본 정부의 수출규제 당시 한일의원연맹 회장 신분으로 청와대와 교감하며 의원외교를 이끌기도 했다.

일본 우익 신문 등이 그의 과거 발언을 문제 삼으면서 한때 일본 정부의 아그레망(외교 사절 파견에 대한 주재국의 동의)이 늦어지는 게 아니냐는 우려가 있었지만, 지난해 말 동의를 받았다.

주한 일본대사로 내정된 아이보시 고이치(相星孝一) 주이스라엘 일본대사도 이르면 이달 말 부임할 것으로 예상되면서 새해에 양국 대사 모두 바뀌게 됐다.

한편 일본 정부는 지금까지 이 원칙을 내세워 위안부 소송 심리에 출석도 하지 않았다. 일본 정부는 한일 간의 청구권 문제는 1965년 한일 청구권 협정으로 ‘완전히 그리고 최종적으로 해결 된’이라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일본 외무성이 8일 한국 법원의 위안부 피해자 판결과 관련해 남관표 주일 한국 대사(가운데)를 초치해 항의했다. 사진은 이날 오전 남 대사가 도쿄 지요다(千代田)구에 위치한 외무성에서 나오고 있는 모습(사진=마이니치신문 홈페이지 캡쳐/뉴시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