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 칼럼]'부동산3법' 처리, 늦어도 너무 늦었다

by조철현 기자
2014.12.17 15:01:26

[이데일리 조철현 사회부동산부 부장] “부동산 법안이 통과하면 꺼져가는 주택시장의 불씨가 살아날 수 있을까요?”

요즘 지인들에게서 가장 많이 받은 질문이다. 부동산 규제 완화 법안 처리에 대한 시장의 기대감이 느껴진다. 사실 요즘 부동산시장의 시선은 온통 국회로 쏠리고 있다. 집을 파는 사람이나 집을 사는 사람이나 한결같이 ‘국회 바라기’ 신세다.

주택시장의 최대 관심사는 단연 이른바 ‘부동산 3법’의 임시국회 내 처리 여부다. 부동산 3법은 △주택법 개정안(분양가 상한제 탄력 적용) △재건축 초과이익 환수제 폐지법 △도시 및 주거환경 정비법 개정안(주택 보유 수만큼 재건축 주택 분양 허용) 등이다. 박근혜 대통령이 국무회의 등을 통해 여러 차례 국회 처리를 요구한 법안들이기도 하다.

새누리당과 새정치민주연합은 최근 당 대표와 원내대표로 구성된 ‘2+2 회동’을 통해 오는 29일 열리는 본회의에서 부동산 관련 주요 법안을 최대한 처리키로 의견을 모았으나 통과 여부는 미지수다. 쟁점 법안의 각론에서 여야가 여전히 이견을 보이고 있어서다.

정부와 여당은 부동산 3법이 국회를 통과해야 주택 매매시장이 정상화되고 치솟는 전셋값도 잡을 수 있다고 강조한다. 반면 야당은 부동산 3법과 ‘임대차 계약갱신청구권’(임대차 계약기간 완료 전에 세입자가 집주인에게 계약 갱신을 요구할 수 있는 권리) 도입을 연계 처리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국토부는 “이 제도가 시행되면 전셋값이 단기 급등하는 부작용이 우려된다”며 수용할 수 없다는 입장이지만 야당의 협력이 필요한 상황에서 ‘빅딜론’도 솔솔 나오고 있다.



문제는 임시국회가 제대로 진행될 수 있겠느냐는 것이다. 정치권을 강타한 ‘비선 실세 국정 개입’ 의혹 파문은 국회 법안 심사의 발목을 잡을 게 불 보듯 뻔한 상황이다. 또 여야간 공무원연금법 입장 차가 현격한데다 ‘사자방’(4대강·자원외교·방위산업 비리)에 대한 야당의 국정조사 요구도 원활한 법안 처리를 가로막는 요인이 되고 있다.

이러다보니 부동산 3법이 올해 국회에서 처리되지 못할 것이라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정부가 부동산 활성화 대책을 내놓고도 관련 법이 국회에 발목이 잡혀 시행에 옮기지 못하는 상황이 올 수 있다는 것이다.

부동산 법안이 국회에서 낮잠을 자는 사이 부동산시장은 급속도로 얼어붙고 있다. 부동산114에 따르면 서울 아파트값은 지난주 하락세로 돌아섰다. 주택 거래도 뚝 끊겼다. 서울부동산정보광장 통계를 보면 지난달 서울 아파트 매매 거래량은 총 8190건으로 10월 1만891건에 비해 24.8% 줄었다. 2009년 이후 5년만에 가장 큰 감소 폭이다. 최경환 경제팀 출범 이후 살아날 듯하던 주택 경기가 다시 침체 국면으로 빠져드는 양상이다. 반면 전셋값은 연일 상승 행진이다. 그나마 나왔던 전세 물건도 자취를 감췄다. 이 때문에 한쪽에서는 ‘하우스 푸어’가 신음하고, 다른 쪽에서는 ‘전세 난민’이 속출하고 있다.

부동산은 심리다. 부동산시장이 살아나야 주식시장과 내수시장으로 온기가 퍼져 나가고 소비도 살아난다. 가계 부채 문제 역시 선순환 사이클로 접어들 수 있다. 그런데 법안 처리 지연으로 정부 대책이 제때 시행되지 않으면서 정책에 대한 신뢰는 땅에 떨어지고 있다. 아무리 좋은 정책이라도 타이밍을 놓치면 기대한 만큼 효과를 보기가 어렵다.

꺼져가는 시장의 불씨를 다시 살리느냐, 영영 죽이느냐는 국회의 손에 달렸다. 이제 국회가 응답할 차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