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박철근 기자
2014.08.07 15:50:13
[이데일리 박철근 기자] “제 개인적인 문제라면 진작 그만뒀을 겁니다. 하지만 1800여명의 회사 임직원과 8만여 명의 협력사 직원의 생사가 걸린 부분이라 끝까지 희망을 놓지 않고 있습니다.”
최근 만난 팬택 고위 관계자의 말이다.
지난달 31일 가까스로 기업구조개선작업(워크아웃)이 재개된 스마트폰 제조업체 팬택이 법정관리 위기에 놓이는 어처구니없는 상황이 발생했다.
이동통신 3사가 팬택 제품의 추가 구매를 거부하면서 신규자금 유입이 어려워졌기 때문이다. 팬택은 신규자금이 유입되지 않으면 회사 임직원 급여 지급은 차치하더라도 협력사에 대금 결제를 할 수 없게 된다. 이렇게 되면 팬택만 바라보고 있던 550 곳의 협력사들은 줄도산이라는 최악의 상황으로 치닫게 될 수 있다.
한 때 벤처 1세대의 신화로 불리며 국내 휴대전화 산업 발전의 일익을 담당했던 팬택을 이렇게 만든 건 누굴까.
1차적인 책임은 당연히 팬택에 있다. 치열한 경쟁이 펼쳐지는 정보기술(IT) 산업 환경에서 생존할 수 있는 경쟁력을 갖추지 못한 데에 대한 비난은 피할 수 없다.
하지만 더 큰 책임은 위기에 빠진 팬택을 구해주는 시늉만 한 채권단과 이통사라는 생각을 지울 수가 없다.
많은 진통 끝에 팬택 회생 지원이라는 공감대를 형성해 워크아웃을 재개했지만 이후에는 채권단과 이통사들은 저마다의 논리를 펼치며 팬택 문제에서 한 발 물러서 있다. 마치 물에 빠진 사람이 죽지 않도록 머리만 건져주고 정작 헤엄쳐서 나올 수 있도록 구명줄은 던져주지 않는 모습이다.
팬택 내부에서도 최근 상황에 대해 “이럴거면 왜 워크아웃 재개를 결정했는지 모르겠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차라리 일찌감치 법정관리에 들어간다면 팬택의 경쟁력에 매력을 느낀 기업들이 인수의향을 보일 수도 있었다는 논리다.
팬택의 목숨줄을 쥐고 있는 두 ‘갑(甲)’은 여전히 자신들의 논리만 주장하고 상대방에게 책임을 떠넘기며 시간만 흘러가게 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결국 또 시일이 임박해서야 아량을 베푸는 듯한 모습을 보일지도 모른다고들 한다. 정말 팬택이 회생의 가능성이 없는 곳이라면 무의미한 생명연장 치료는 그만둬야 한다.
하지만 작금의 채권단과 이통사의 모습은 진심으로 팬택의 회생을 바랐던 것인지 의심이 들 수밖에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