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김대웅 기자
2014.01.06 17:15:58
삼성전자 지분 참여에도 우울한 주가 흐름 ''다수''
"삼성 투자 해당기업 가치상승 담보하는 것 아냐"
[이데일리 김대웅 기자] 코스닥 상장사에게 국내 최대기업인 삼성전자의 지분 참여 소식은 흔히 대호재로 인식된다. 하지만 해당 기업들의 실제 주가 흐름은 시장의 기대치와는 적잖은 괴리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6일 금융감독원 및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원익IPS(030530)는 지난달 중순 삼성전자가 전환사채(CB) 전환을 통해 2대주주로 올라섰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향후 삼성과의 전략적 제휴가 강화될 것이라며 중장기적으로 긍정적인 요인이라고 강조했다. 증권가도 삼성과의 파트너십이 강화될 것이라며 일제히 호평을 내놨다.
그러나 시장은 오히려 갸우뚱했다. 지분 확보 소식이 전해진 날 원익IPS의 주가는 장중 11% 넘게 폭락하는 등 불안한 움직임을 보였다. 이후에도 기관 투자가들의 매도가 이어지며 지지부진한 흐름을 이어갔다. 전문가들의 분석과 달리 시장은 주식 전환으로 인한 기존 주주가치의 희석을 우려한 것이다. 그러나 최근 이틀 간은 4분기 실적 기대감 속에 강한 움직임을 보였다.
과거 사례를 봐도 삼성전자가 지분을 취득하며 직접 투자에 나선 코스닥 기업들의 주가 흐름은 기대와 달리 좋지 못한 경우가 적지 않았다. 삼성의 후광 효과를 기대해 단기적으로 반짝 오르는 경우는 있었으나 길게 봐서는 오히려 주가가 흘러내린 경우가 많았다.
신화인터텍(056700)은 삼성전자가 지난 2009년 신주인수권부사채(BW)로 300억원을 투자했다. 이후 CB 인수로 지분을 16%대까지 끌어올리기도 했다. 삼성은 당시 신화인터텍이 LED TV용 휘도 향상 필름을 준비 중이라는 점을 감안해 향후 LED TV 경쟁에서 핵심 부품 공급선을 확보하기 위해 투자를 결정했다. 그러나 2009년 투자 당시 1만원대였던 주가는 하락에 하락을 거듭해 2000원대에 머물고 있다. 지분가치만 놓고 보면 삼성도 크게 물린 셈이다.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장비업체인 에스에프에이(056190)도 그렇다. 삼성전자가 2010년 디와이에셋으로부터 주당 4만2000원에 에스에프에이 지분 10%를 사들였지만 현재 주가는 매입가보다 낮은 수준이다. 당시 증권사들은 일제히 삼성 투자에 따른 시너지를 기대하며 목표가 10만원을 제시하기도 했다. 투자자들의 기대감도 컸지만 현재까지의 결과는 썩 만족스럽지 못하다.
금형전문업체인 에이테크솔루션(071670)의 경우 부침이 심했다. 2009년 삼성이 지분 15.9%를 장외매수하며 등장했고 투자 목적에 대해서도 “에이테크 솔루션과의 협력관계 강화”라고 뚜렷히 밝혔다. 삼성은 주당 1만6550원에 주식을 매입했고 이후 에이테크솔루션의 주가는 삼성과의 시너지 기대감에 3만원 부근까지 치솟기도 했다. 그러나 이같은 흐름은 오래가지 못했다. 다음해부터 주가는 급격하게 꺾였고 현재는 5000원대까지 내려앉은 상태다. 삼성의 매입가를 감안하면 3분의 1 토막이 난 셈이다.
삼성이 SVIC14호 신기술투자조합를 통해 2대주주로 있는 알파칩스(117670)의 주가도 삼성 효과를 보지 못하고 박스권 하단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SVIC14호는 급기야 지난달 알파칩스 보유 지분 가운데 87만여주(10.8%)를 장내매도하며 지분을 크게 줄였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삼성전자의 투자가 곧 해당 기업의 가치 상승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며 “삼성의 투자 소식이 오히려 단기 거품을 만들 수 있기 때문에 기업의 미래가치에 대한 보다 면밀한 분석이 요구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