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TT처럼 될까, AI 검색, 韓 IT 시장 파란 예고[김현아의 IT세상읽기]

by김현아 기자
2024.08.26 15:33:26

에이닷, 퍼플렉시티 앱보다 많은 정보
AI 검색, 환각 여전
통신이용자 정보 제공시 고지 몰라
AI 검색→AI에이전트는 추세
시장 판도 변하는 중

[이데일리 김현아 IT전문기자] 미국의 인공지능(AI)기반 검색 기업 퍼플렉시티(Perplexity)가 한국 시장에 본격 상륙했습니다. SK텔레콤(017670)은 26일 자사의 AI 개인 비서 ‘에이닷(A. Dot)’을 업데이트하며 퍼플렉시티를 통합한다고 발표했습니다. 그동안 퍼플렉시티 앱을 설치하면 사용할 수 있었으나, 이제는 에이닷에 통합돼 한국 현실에 맞는 보다 향상된 서비스가 제공될 전망입니다.

SK텔레콤은 한국어에 특화된 AI 검색 기능을 퍼플렉시티와 공동으로 개발하고 있으며, 양사의 기술력을 결합해 최적의 AI 검색 서비스를 제공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퍼플렉시티 같은 AI 검색이 현재와 같은 포털 검색을 넘어설까요? 2016년 1월 한국 시장에 진입한 넷플릭스는 초기에 ‘찻잔 속의 태풍’이라는 평가를 받았으나, 현재는 지상파 방송은 물론 유료방송인 IPTV까지 위협하는 국내 최대의 미디어플랫폼으로 자리매김했습니다.

퍼플렉시티 로고. 로이터연합뉴스


퍼플렉시티는 2022년에 오픈AI 출신 아라빈드 스리니바스와 메타 출신 데니스 야라츠가 설립한 AI 검색 엔진 기업입니다. 설립된 지 얼마 되지 않았지만, 기업 가치는 이미 10억 달러(약 1조 3273억원)를 넘어섰습니다. 올해 1분기에는 월간 활성 사용자수(MAU)가 1500만 명을 기록하는 등 빠른 성장세를 보이고 있습니다.

주요 투자자로는 아마존닷컴 창립자이자 회장 제프 베이조스, 엔비디아, SK텔레콤, 소프트뱅크, 그리고 월가의 유명 헤지펀드 매니저 스탠리 드러켄밀러가 있습니다. SK텔레콤은 1천만 달러(약 140억원)를 투자했습니다. 현재 퍼플렉시티는 기업 가치를 25억 달러에서 30억 달러 사이로 상향 조정할 수 있는 대규모 자금 조달 라운드를 진행 중입니다.

▲‘에이닷’ 멀티 LLM 에이전트에서 퍼플렉시티를 선택하고 검색한 화면. ‘T멤버십 8월 혜택은’이라고 물으니, 1. 제휴 브랜드 혜택 2. T Day 혜택 3. 글로벌 여행 혜택 4. VIP PIC 혜택 5. 포인트 적립 및 사용 순으로 정리해 보여주고, 다른 AI답변 비교도 가능했다.
▲퍼플렉시티 앱에서 직접 검색한 화면. ‘T멤버십 8월 혜택은’이라고 물으니, 브랜드별 혜택을 보여줬지만, ‘에이닷’ 검색때보다 답변이 부실했다.
오늘(26일)부터 ‘퍼플렉시티’ 앱과 ‘에이닷’ 앱에서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습니다. 두 앱 모두 무료로 제공되지만, ‘에이닷’에서는 하루에 50회로 사용이 제한됩니다.

그런데 SK텔레콤과 제휴하여 제공되는 ‘에이닷’ 앱에서는 더 많은 정보를 제공받을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T멤버십 8월 혜택은?’이라는 질문에 대해 ‘에이닷’은 제휴 브랜드별 혜택, T데이 혜택, 글로벌 여행 혜택, VIP 혜택, 포인트 적립 정보까지 상세히 검색해 제공합니다. 출처로는 SKT 뉴스룸, 네이버 블로그 등이 포함돼 있습니다.

반면, ‘퍼플렉시티’ 앱에서는 SKT 강릉 직영점 포스터 등과 같은 브랜드별 혜택만을 보여주는 수준이었습니다.

두 앱 모두 퍼플렉시티의 장점 중 하나인 추가 예상 질문 기능을 제공하고 있습니다. 예를 들어, ‘T멤버십 8월 혜택 외에 추가 혜택이 있나요?’, ‘T멤버십 8월 혜택 중 가장 인기 있는 것은 무엇인가요?’와 같은 질문들을 지원합니다.

그래서 ‘에이닷’ 서비스는 SK텔레콤의 내부 정보를 학습시켜 파인튜닝(미세 조정)한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듭니다.



하지만 ‘퍼플렉시티’ 서비스에서는 여전히 부정확한 정보가 발견됐습니다.

‘퍼플렉시티’ 앱에 ‘통신자료 요청 시 이용자에게 고지되나요?’라고 문의하자, ‘통신자료 제공 요청 시 이용자에게 사전에 고지되지 않는다’고 답했습니다.

‘에이닷’ 멀티 LLM 에이전트에서 퍼플렉시티를 선택한 뒤 같은 질문을 하니, ‘제가 알지 못하는 내용입니다’라는 답변을 받았습니다.

모두 틀린 내용입니다. 지난해 12월 국회는 전기통신사업법을 개정하여 수사기관이 통신자료(통신이용자정보·이용자 성명, 주민등록번호, 주소와 전화번호, 아이디, 가입 및 해지일 등)를 요청할 경우, 이용자에게 30일 이내에 통지할 의무를 부여했습니다. 이는 이용자의 개인정보 보호를 강화하기 위한 조치였습니다.

전문가들은 현재의 포털 검색 방식, 즉 키워드를 입력하면 관련 웹 문서를 그대로 보여주는 형태는 점차 AI 비서로 대체될 것이라고 입을 모으고 있습니다.

미래의 검색 서비스는 웹 문서를 직접 보여주고 클릭하는 방식이 아니라, AI가 이를 읽고 분석하여 정리된 답변을 제공하는 방식으로 발전할 겁니다. 이러한 변화에 맞춰 구글, MS빙,네이버는 물론, SK텔레콤도 퍼플렉시티와 협력해 한국어에 적합한 AI 검색 기술을 고도화하고 있는 셈입니다.

기자로서는 다소 씁쓸한 상황입니다. 그동안 포털 검색을 통해 독자와 소통하던 기회가 AI 비서의 부상으로 사라질 위기에 처해 있습니다. 이로 인해 언론사는 AI 학습 데이터 제공자로 역할이 전환될 가능성이 큽니다. 게다가 현재의 AI 검색 시스템은 출처를 작게 표시하거나 거의 드러내지 않기 때문에, 원자료(뉴스)의 중요성이 간과될 우려도 있습니다.

이 상황은 OTT 시대의 방송사와 넷플릭스 간 관계와 유사하게 보입니다. 방송사들은 넷플릭스에 콘텐츠를 공급하는 것이 중심이 되었고, 그 결과 자체 플랫폼의 경쟁력과 실시간 방송의 중요성은 감소했습니다. 실제로 넷플릭스의 지난해 국내 매출은 8233억 원으로, MBC(8429억 원)와 SBS(9961억 원)의 방송사업 매출과 유사한 수준이었습니다.

언론 스스로 신뢰성 있는 AI 뉴스 비서로 자리잡는 것만이 새로운 생존 전략이 될까요? 여러 생각이 듭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