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주 차량에 깔린 할머니…시민들이 '번쩍' 들어 구했다
by권혜미 기자
2022.11.25 20:37:36
24일 무면허·음주 상태로 돌진한 마티즈
70대 여성 깔려…비명 소리에 시민들 달려와
"하나, 둘 셋!" 구호 외친 뒤 차 들어올려
[이데일리 권혜미 기자] 무면허 음주운전 차량에 깔린 70대 할머니가 함께 차를 들어올린 시민들의 도움으로 무사히 구조됐다.
25일 제주 서귀포경찰서에 따르면 전날 오후 4시 26분쯤 서귀포시 동홍동의 한 골목길을 걷던 70대 여성 A씨가 마티즈 차량에 치였다는 신고가 소방 당국에 접수됐다.
당시 A씨는 마티즈 차의 오른쪽 바퀴 밑에 허리가 깔려 매우 위험한 상황이었다. 이때 인근 복권방 등에 있던 시민들은 A씨의 비명과 담벼락이 무너지는 소리를 듣고 곧바로 사고 현장으로 뛰어갔다.
| 24일 오후 4시26분쯤 제주 서귀포시 동홍동의 한 골목길에서 시민들이 무면허 음주운전 차량에 깔린 A씨(70·여)를 구조하고 있다.(사진=동홍동 주민센터 제공, 뉴스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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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교 중이던 학생들을 포함해 총 10여 명의 시민들은 마지 약속이라도 한듯 “이 차 빼야 해, 잡아주세요”라며 차에 모여들었고, “하나, 둘, 셋!” 구호를 외친 뒤 맨손으로 차량을 들어 올렸다. 다행히 A씨는 무사히 차에서 빠져나올 수 있다.
특히 이 과정에서 당황한 마티즈 운전자 B(72)씨가 다시 시동을 걸고 후진을 하려 했지만, 시민들이 “움직이지 말아라, 움직이면 사람이 더 다친다”고 소리쳐 더 큰 피해를 막기도 했다. 시민들은 B씨를 그대로 운전석에서 나오도록 했다.
신고를 받고 출동한 119구조대가 현장에 도착했을 당시 A씨는 이미 차에서 빠져나온 상태였다. 병원으로 이송돼 현재 치료를 받고 있는 A씨는 다행히 생명엔 이상이 없는 것으로 전해졌다.
한편 조사 결과 운전자 B씨는 과거 면허가 취소돼 현재 무면허 상태였으며, 사고 당시 혈중알코올농도가 ‘면허 취소(0.08% 이상)’ 수치를 훌쩍 넘긴 0.124%였던 것으로 드러났다.
낮술을 하고 만취한 채 운전대를 잡은 B씨는 A씨를 들이받은 것으로도 모자라 사고 현장에 있던 담벼락까지 무너뜨렸다.
정확한 사고 경위를 조사하고 있는 경찰은 B씨를 교통사고처리 특례법 위반 혐의와 도로교통법상 음주운전, 무면허 운전 혐의로 입건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