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에서]세계 1위 ‘틱톡’, 한국에선 오늘이 처음인듯
by노재웅 기자
2021.09.02 15:41:21
출시 5년 만에 한국서 첫 기자간담회 개최
세계 10억명 쓰는 대세지만 처음 출시한 날처럼
어떻게 틱톡을 즐기는지 A to Z 설명해
캠페인 영상선 할아버지 등장해 “뭐혀 아 틱톡혀?”
10대 위주 한국 이용자, 전 연령으로 확대 전략
| 닉 트랜 틱톡 글로벌 마케팅 총괄이 2일 오전 온라인으로 열린 틱톡 기자간담회에서 발표를 하고 있다. 틱톡 제공 |
|
[이데일리 노재웅 기자] “글로벌에서 크게 성장하고 있는 틱톡. 그런데 한국에서는 여전히 ‘어떻게 하는지 모르겠다’ ‘내 주변에서는 사용하지 않는다’는 말을 듣습니다.”
2일 틱톡이 2017년 국내 출시 이후 처음으로 한국 기자들을 초청해 공식 간담회를 연 자리에서, 틱톡코리아의 백선아 마케팅 총괄이 무대 첫 인사로 꺼낸 말이다. 21세기 문화의 아이콘이라고 자신들을 소개한 뒤 이어간 말로는 어색하다.
그런데 그도 그럴 것이 2016년 세계 최초로 숏폼(15초~1분 이내) 영상 플랫폼 선보이며 시장을 개척한 틱톡은 현재 전 세계 사용인구가 10억명을 넘어섰다. 스냅챗이나 트위터보다 많은 사용자로, 소셜 미디어 대세 중의 대세인 셈이다. 미국 블룸버그는 올해 기준 틱톡을 소유한 바이트댄스의 기업가치를 넷플릭스를 넘어선 2500억달러(한화 약 290조원)로 추산했다.
이처럼 세계무대에서 승승장구 중인 틱톡이지만, 한국에선 오늘이 마치 서비스를 처음 출시한 날인 것마냥 기자들 앞에 틱톡을 선보였다.
기자들부터 틱톡이 무엇인지, 어떻게 쓰는 것인지 잘 모르는 경우가 태반일 것이라는 생각에 원래는 오프라인에서 직접 틱톡을 써 보게 하는 체험행사를 열고 싶었지만,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인해 온라인으로 영상 설명회밖에 가지지 못한 것을 틱톡은 매우 아쉬워했다.
대신 30분가량의 긴 시간을 할애해 틱톡을 모르는 사람은 틱톡을 어떻게 즐기면 되는지를 여러 상징적인 영상을 나열하며 보여줬다.
스케이트 보드를 타며 크랜베리 주스를 마시는 한 중년 남자의 15초짜리 짧은 틱톡 영상의 조회수가 무려 4500만회를 넘겼고, 그가 마신 크렌베리 주스 브랜드 오션 스프레이가 미국 전역에서 품귀 현상이 벌어진 일. 틱톡에 게시한 유명한 뱃노래 ‘The Wellerman’을 부르는 영상이 900만회 이상의 조회수를 기록하면서 차트 1위 아티스트가 된 스코틀랜드 우편 배달부 네이선 에반스의 사례 등이 대표적이다.
이 영상들의 공통점은 인플루언서가 아닌 일반인도 누구나 쉽게 콘텐츠를 올릴 수 있고, 그것을 통해 새로운 직업을 창출하거나 새로운 문화를 확산시키고, 돈을 벌 수도 있다는 걸 보여준다. 아울러 유튜브나 인스타그램처럼 팔로워수를 기반으로 성장하는 여타 플랫폼들과 달리 틱톡은 영상 1개 만으로도 단숨에 스타가 될 수 있음을 강조하고 있다.
닉 트랜 틱톡 글로벌 마케팅 총괄은 “틱톡은 즐겁게 시간을 보낼 수 있는 공간이며, 이를 즐기는 커뮤니티는 틱톡의 심장이자 영혼”이라며 “이 커뮤니티 덕분에 나의 열정을 새로운 직업으로, 또는 비즈니스로 구현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틱톡은 일반인도 누구나 하루아침에 자고 일어나면 스타가 될 수 있는 이유를 자신들의 피드 알고리즘으로 설명했다. 백 총괄은 “팔로워수가 적으면 콘텐츠 노출이 어려운 여타 플랫폼들과 달리 틱톡은 검색이 아니라 추천에 기반한 피드 알고리즘을 갖고 있기 때문에, 별도의 홍보 없이도 콘텐츠만으로 빠른 구독자 확산이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 한국 틱톡 캠페인 ‘그냥 너답게 즐기는 거야’. 틱톡 제공 |
|
긴 시간 동안 열거된 영상과 설명으로 틱톡이 어떻게 글로벌에서 대세로 자리매김했는지는 잘 알게 됐다. 그리고 다시 반문하게 된다. ‘그래서 한국은 어떻게 공략할 겁니까?’라고.
틱톡은 ‘그냥 너답게 즐기는 거야’라는 제목의 1분짜리 캠페인 영상을 그에 대한 답으로 공개했다.
할아버지가 등장해 틱톡을 보고 있는 인기가수 송민호에게 “뭐혀? 틱톡혀?”라고 물으며 시작하는 이 영상은 이날 간담회에서 기자들에게 보여준 것들처럼, 어떻게 틱톡을 사용하면 되는지를 다양하게 담아냈다.
틱톡은 이 영상을 유튜브와 네이버를 비롯해 여러 방송 광고로 뿌려 한국 소비자에게 ‘틱톡’이라는 이름과 사용법을 알릴 계획이다. 마케팅 비용을 늘려 광고를 뿌리는 일은 단순하지만 가장 빠른 길이다.
하지만 이들이 간과하고 있는 것이 있으니, 어느 나라 플랫폼인지는 별 상관없이 사용하는 10대들과 달리 ‘꼰대 같은 어른(?)’들은 ‘개인정보 이슈’나 ‘반중정서’에 민감하게 반응한다는 것이다.
아쉽게도 틱톡은 이날 이에 대한 뚜렷한 답을 들고 나오지 못했다. 한국 사용자들의 데이터는 중국이 아니라 미국에서 보관한다는 1차원적인 답변이 전부였다. 여기에 대한 돌파구가 없다면, 앞으로도 틱톡은 10대들의 전유물에 머물 수밖에 없게 된다. 한국에서의 진짜 캠페인은 스타 마케팅이 아닌 국민 정서에서 찾아야 하는 틱톡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