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체 한번 없는데 반토막" 카드 한도 하향에 시끌

by김국배 기자
2023.08.11 18:02:13

주요 카드사들 지난달 문자 통보
일부 이용자들 온라인 커뮤니티에 글 올려
"당일 조정 문자 받아 황당"…카드사 "주기적 점검"

[이데일리 김국배 기자] “최근 대출도 없고 연체 한번 한 적 없는데 신용카드 한도 하향 문자 받았어요.”

최근 재테크 커뮤니티에는 신용카드 한도 하향 통보를 받았다는 이용자 글들이 여럿 올라왔다. 한 이용자는 “카드 월 한도가 3000만원에서 1800만원으로 줄었다”며 “연체도 없는데 당일 조정된다는 문자를 받아 황당하다”고 썼다.



11일 카드 업계에 따르면 신한·삼성·KB국민카드 등 주요 카드사들이 지난달 일부 회원들에게 한도를 하향하겠다는 문자를 보냈다. 카드사들은 주기적으로 이용자의 한도를 점검해 이용 실적이나 연체 여부 등을 살피고 한도를 조정하는 것은 과거부터 늘상 하던 일이다.

하지만 일부 이용자들 사이에선 납득하기 어렵다거나, 한도 점검이 이전에 비해 다소 깐깐해진 것 같다는 ‘볼멘소리’가 끊이지 않고 나온다. 신용점수가 그대로이고, 연체가 발생하지 않았는데도 대출 건수 등만으로 한도가 줄어들고 있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한 카드사 관계자는 “특별히 한도를 줄인 적은 없다. 케이스별로 다르겠지만, 한도 소진율이 적으면 한도를 줄이는 경우가 있다”며 “전체 한도 관리를 하니 쓰지 않는 고객 한도는 줄이고 많이 쓰는 고객 한도는 늘려 효율성을 높이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를 두고 업계에선 금리 상승기 원리금 부담이 늘어난 이용자들의 부실률을 관리하는 영향이 아니겠느냐는 해석이 나온다. 여기에 카드사들의 ‘형편’이 어려워진 탓도 있다. 실제로 여신전문금융채권(여전채)를 발행해 돈을 끌어오는 카드사들은 여전채 금리가 올라 조달 비용 부담이 커지면서 무이자 할부 같은 혜택을 꾸준히 줄여왔다.

주요 카드사들의 상반기 순이익도 모두 줄어든 상태다. 신한카드는 상반기 순이익이 3169억원으로 1년 전보다 23.2% 감소했고, 삼성카드(2906억원)와 국민카드(1929억원)도 각각 8%, 21.5% 줄었다.

그래서인지 한도 하향 뿐 아니라 최근 카드사를 향한 소비자 민원은 급증하는 추세다. 고금리 여파로 수익성이 악화되자, 소위 ‘혜자카드(혜택이 좋은 카드)’를 단종시키고 서비스 혜택을 줄인다는 이유다. 여신금융협회 조사 결과 7개 전업 카드사의 지난 2분기 민원 건수는 2368건으로 직전 분기 대비 51.6%(806건) 증가했다. 특히 카드사의 일방적인 정책 변경으로 분할 결제가 제한돼 소비자 권익이 침해됐다는 민원이 많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