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갈된 동해가스전에 이산화탄소 묻는다…국내 첫 CCS 실증사업 ‘속도’

by김형욱 기자
2023.07.13 15:02:19

정부 2.4조원 예산 투입 추진하고,
석유공사-현대건설 기본설계 시작
2025~2030년 연 120만t 저장 실증

[이데일리 김형욱 기자] 정부와 업계가 온실가스 배출량을 줄이고자 고갈된 동해가스전에 이산화탄소를 묻는 국내 첫 탄소 포집·저장(CCS) 실증사업에 속도를 내고 있다.

정부가 2030년까지 국내 전체 온실가스 배출량(2018년 기준 7억2760만t)의 1.5%에 이르는 1120만톤(t)의 온실가스를 탄소 포집·활용·저장(CCUS)를 통해 줄인다는 계획을 세워놓은 가운데, 국내에선 전례 없는 CCS를 통한 온실가스 감축이 현실화할지 관심을 끈다.

산업통상자원부가 추진 중인 동해가스전 활용 이산화탄소 포집·저장(CCS) 실증사업 개념도. (그림=산업부)
동해가스전 운영 공기업인 한국석유공사는 지난 12일 현대건설(000720)과 동해가스전 활용 CCS 실증사업 사전 기본설계(Pre-FEED) 수행을 위한 계약을 맺었다고 밝혔다. 정부 차원의 CCS 실증사업 추진을 앞두고 업계가 이에 대한 사전 준비에 착수한 것이다.

정부와 업계는 기후온난화를 비롯한 기후위기에 대응해 온실가스를 감축하자는 전 세계적 움직임에 맞춰 다양한 사업을 펼치고 있다. 이 과정에서 나온 게 CCUS다. 철강·화학 등 온실가스 다배출 사업장에서 나온 이산화탄소를 모아 천연가스를 추출하고 빈 가스전에 저장하거나(CCS), 산업 용도로 활용(CCU)하는 개념이다. 국내에선 아직 생소한 개념이지만 전 세계적으론 30여 곳의 CCS에서 연 4500만t의 탄소를 저장하고 있다.



우리 정부·업계도 10여 년 전부터 관련 기술개발과 소규모 실증사업을 추진해 오다가 지난 2021년 이를 본격화했다. 한국CCUS추진단을 설립하고 CCUS 기술혁신 로드맵을 만들었다. 또 2025~2030년에 걸쳐 고갈된 동해가스전에 연 120만t의 이산화탄소를 저장하기 위한 실증 사업 채비에 나섰다. 울산 남동쪽 58㎞ 해역에 있는 동해가스전은 1998년 발견돼 2004년 생산을 시작해 소량의 천연가스를 생산해왔으나 2021년 완전히 고갈돼 빈 채로 남겨져 있다. 추진 과정에서 연 40만t 규모의 실증사업 규모를 세 배 키웠다.

주무부처인 산업통상자원부는 이 사업 추진을 위해 필요한 약 2조4000억원의 예산을 확보하고자 지난달 예비타당성(예타) 조사를 신청했고 7월 말부터 본격적인 조사가 이뤄진다. 석유공사와 현대건설은 이번 협약에 따라 예타 조사에 필요한 기본설계를 수행한다. 이산화탄소를 이곳으로 수송하고 저장하는 데 필요한 각종 인프라와 각각의 인프라의 규격과 개념, 이에 필요한 장비, 비용 등을 산출한다. 석유공사는 이곳을 운영·관리하는 주체로서 이곳에서 축적한 경험과 데이터가 있고 현대건설은 해외 CCS 개발 프로젝트 참여 경험이 있다.

[이데일리 문승용 기자]
석유공사와 현대건설은 이번 기본설계 수행을 토대로 예타 조사를 지원하는 것은 물론 이 사업이 예타를 통과해 실제 추진됐을 때 성공리에 착수한다는 계획이다. 유럽연합(EU)을 중심으로 철강·화학 등에 대한 온실가스 무역장벽이 강화하고 있는 만큼, 이 실증사업이 성공리에 진행된다면 전 지구 차원의 기후위기에 대응하는 것은 물론 국가 차원의 산업 경쟁력도 높일 수 있게 된다. 석유공사 관계자는 “이번 계약으로 동해가스전 CCS 실증사업 추진을 위한 첫 걸엄을 내딛었다”며 “주어진 과업을 차질 없이 수행해 사업 성공의 초석을 다질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