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시 동기와 공모…감사원, 文정부 태양광 사업 비리 적발

by권오석 기자
2023.06.13 17:03:06

`신재생에너지 사업 추진실태` 감사 결과 보고
산자부 전직 공무원 및 자치단체장 등 13명 수사요청

[이데일리 권오석 기자] 감사원이 전임 문재인 정부 시기에 진행된 대규모 신재생에너지 발전 사업 중 일부에서 특혜·비리 의혹을 확인하고 산업통상자원부 전직 공무원 및 자치단체장 등 13명을 검찰에 수사요청했다고 13일 밝혔다. 이들은 직권남용, 사기, 보조금법 위반 등 혐의를 받고 있다.

충남 태안 태양광 사업 부지. (사진=감사원)
감사원은 이날 “신재생 사업과 밀접한 기관의 공직자, 자치단체장 등이 민간업체와 공모해 인허가·계약상 특혜를 제공한 사례와 함께, 허위서류 등을 통해 사업권을 편법으로 취득하거나 국고보조금을 부당 교부받은 사례 등을 확인했다”고 발표했다.

앞서 감사원 지난해 10월부터 올해 2월까지 `신재생에너지 사업 추진실태` 감사를 실시했다. 이 과정에서 신재생 업무와 밀접해 이해충돌 가능성이 높은 기관에 소속된 임직원들이 태양광 사업 참여를 금지하고 있는 내부 규정을 위반하거나 겸직허가 등을 받지 않은 채 태양광 사업(본인 또는 가족명의 차용)을 부당 영위하는 사례를 확인했다. 여기에는 공공기관 8곳의 250여명 임직원이 연루된 것으로 확인됐다.

감사원이 적발한 사례는 각양각색이었다. 일례로, 산업통상자원부 직원들이 민간업체에 유리하도록 부당하게 법령 유권해석을 제공하고, 퇴직 후에는 해당 업체에 재취업한 경우가 있었다.

국내 최대 규모의 태양광 사업(300㎿ 규모)을 추진한 충남 태안군에서 모 업체는 사업부지의 약 3분의 1이 목장용지(초지) 전용이라 태양광 사업 허가를 받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었다.



이에 해당 업체 관계자는 2018년 12월 산자부 A과장의 소개로 담당 과장인 B를 만나 태양광 사업이 가능하도록 토지 용도를 변경해 달라며 청탁했다. A와 B는 행시 동기였다. 이에 2019년 1월 B과장과 그의 부하직원 사무관 C는 `중요 산업시설`로 유권해석해 주기로 했다. 그러나 2018년 12월에 이미 중요 산업시설에서 태양광을 제외하는 것으로 산지관리법이 개정된 상태였다. 즉 법적 효력이 없는 유권해석을 근거로 태안군이 초지 전용을 허가하게 만들었다는 것이다. 사무관 C는 B과장의 지시를 부담스러워 했으나, 상사의 지시를 무시할 수 없었고 승진도 얼마 남지 않은 상태여서 부정을 저질렀다고 전해졌다. 결국 해당 초지는 잡종지로 용도가 바뀌었다

나아가 사무관 C는 2019년 9월 국회로부터 유권해석 관련 소명을 요구받자, 산지관리법이 아닌 `산업입지 및 개발에 관한 법률`을 근거로 중요 산업시설로 판단했다는 내용의 답변 자료를 제출했다. A과장은 2019년 4월 퇴직 후 2020년 11월 해당 업체의 대표로 취임했고, 그의 행시 동기인 B과장도 같은 날 사직 후 태양광 시공업체 전무로 재취업했다.

이외에도 감사원은 자치단체장이 입찰공고상 계약조건에 미달하는 부적격 지역업체와 계약을 체결하도록 특혜를 제공한 정황도 포착했다. 강임준 군산시장의 경우, 자신과 고교 동문회장단을 함께 한 인물이 대표로 있는 특정 업체와 조속히 계약을 체결하도록 부하직원들에 지시했다. 그러나 해당 업체는 신용등급 A- 이상 시공사의 연대보증 조건을 맞추기 어려운 상황이었고 결국 충족시키지 못했다.

그러자 강 시장은 당초 대출금리(고정금리 3.2%)보다 최소 1.8%포인트 높은 조건으로 다른 금융사와 자금 조달약정을 다시 맺었다. 대출금리가 높아지면서 군산시는 향후 15년간 110억원을 더 내야 하는 등 손해가 불가피해졌다는 게 감사원 지적이다.

감사원은 비리행위에 조력한 민간업체 대표 및 직원 등 25명에 대해서도 수사참고사항으로 송부했다. 감사원 관계자는 “정부의 관리 소홀 등을 틈타 우대 혜택을 노린 일부 사업자들의 위법·부당 사례 등이 확인되어 내부 검토 중”이라며 “최종 감사결과는 감사위원회의 심의·의결을 거쳐 확정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