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학자들 "주 최대 69시간제 등 근로시간 유연화 필요"
by최정희 기자
2023.05.17 14:58:02
한국경제학회 주관 '근로시간 정책' 설문 결과
주 52시간은 경직…69시간은 '장시간 노동 제한장치' 부족
"주 연장근로 12시간, 월 단위 52시간으로 관리해야" 다수
[이데일리 최정희 기자] 대다수 경제학자들은 현행 주 52시간제가 경직돼 있어 이를 유연하게 개편해야 한다는 데 공감대를 형성했다. 정부가 추진하는 주69시간제의 정책 방향에 대해선 공감했으나, 장시간 노동이 남용될 경우 이를 막을 장치가 부족하고 의견 수렴 과정이 매끄럽지 못했다고 평가했다.
주 12시간의 단일 연장근로 체제를 월, 분기, 연 단위로 다양화하는 방안에 대해선 월 52시간(=12시간×4.3주)으로 변경해 관리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의견이 다수였다.
| 이정식 고용노동부 장관(오른쪽)이 8일 오후 세종시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노동개혁 추진 점검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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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경제학회가 96명의 경제토론 패널위원을 대상으로 ‘근로시간 정책’에 대해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46명의 응답자 중 37%(17명)는 정부가 추진하는 69시간제가 차질 없이 진행돼야 한다고 답했다. 30%는 “근로시간 유연화를 더욱 확대할 필요성이 있지만 최대 69시간은 너무 길다”고 평가했다.
절반 이상의 경제학자들이 근로시간 유연화에 찬성하는 것은 현행 주 52시간제가 너무 경직돼 있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응답자의 절반 이상인 54%는 주52시간제가 업종, 직무, 경기변동과 무관하게 적용되고 있어 근로시간 산정 단위 기간을 월, 분기, 연 단위로 확대하는 등 업무의 특수성을 반영할 필요가 있다고 답했다. 33%는 주52시간제가 경직돼 있지만 제한적으로 예외를 인정하는 정도면 충분하다고 답했다.
이런 의견을 반영해 응답자의 37%는 현재의 정부안 또는 이와 유사한 근로시간 유연화 제도를 시행해야 한다고 응답했다. 24%는 현행법으로도 가능한 유연근로시간 제도를 적극 활용하도록 유도해야 한다고 답했다. 13% 가량만 현행 주52시간 상한제를 정착시켜야 한다고 주장했다.
다만 정부의 69시간제가 갖는 문제점도 있다고 평가했다. 응답자의 39%는 장시간 노동의 남용을 막는 보완 장치가 부족하다고 우려했다. 69시간은 하루 24시간에서 11시간의 보장된 휴식권을 제외할 경우 13시간을 노동하게 되는데 근로기준법상 4시간 단위로 30분씩 휴식시간을 줘야 해 1시반 정도 휴식권이 보장된다.
그 결과 하루 일할 수 있는 총량은 11시간 30분이고, 이를 주 6일(일주일 노동시 하루 휴식권 보장)로 곱해 주당 69시간을 최대 노동시간으로 산정한 것이다. 휴식권을 누리지 못하는 근로 환경이 다수이기 때문에 장시간 노동에 따른 폐해를 막기 어려울 것이라는 우려가 제기된다. 35%의 응답자들은 주69시간은 어디까지나 예외적인 경우이기 때문에 내용은 문제가 없지만 정부가 정책 프레임을 제대로 잡지 못하는 등 의견수렴 과정 자체가 매끄럽지 못했다고 평가했다.
주 52시간제의 경직성과 주 최대 69시간제의 장시간 노동 폐해 등을 고려해 응답자의 33%는 연장 근로 시간 단위를 ‘월 52시간’으로 관리해야 한다는 의견을 냈다. 1주 12시간인 현행 연장근로 관리 단위를 월, 분기, 반기, 연 단위로 다양화할 경우 어느 방안이 활용도가 가장 높을지를 묻는 질문에 대한 답변이다.
월 52시간제를 시행할 경우 주 단위로는 52시간을 넘길 수 있지만, 산술적으로 주 69시간은 넘지 못하게 된다. 26%는 ‘어떤 방안이 좋을지 판단하기 어렵다’고 응답했다. 다음으로 분기 140시간을 선택하는 응답자 비중이 20%로 집계됐다. 주 12시간 현행 유지와 연 440시간을 택한 의견도 각각 9%씩이었다. 분기, 연 단위로 갈수록 노동시간이 더 짧아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