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립대, 시예산 삭감에도 ‘반값등록금’ 유지 가닥

by김형환 기자
2023.01.12 15:22:30

등록금 인상시 정부 지원 감소로 손해
총장 후보자 7인도 “등록금 인상 반대”
학생·교수도 “반값 등록금 유지해야”

[이데일리 김형환 기자] 올해 예산 100억원 삭감에도 서울시립대는 반값등록금 정책을 유지하는 방향으로 가닥을 잡았다.

12일 이데일리의 취재를 종합하면 서울시립대는 이달 20일 등록금심의위원회(등심위)를 열고 등록금 동결을 결정할 예정이다. 등록금을 인상할 경우 국가 재정(국가장학금) 지원이 감소, 사실상 손해를 보는 상황이고 차기 총장을 비롯해 다수의 구성원이 등록금 인상에 반대하고 있어서다.

서울시립대 전경. (사진=시립대 제공)
앞서 지난달 16일 서울시의회는 올해 서울시립대 예산을 원안(577억원)에서 100억을 삭감한 477억원으로 확정했다. 시의회 다수를 차지하는 국민의힘은 “박원순 전 시장이 만든 서울시립대 반값등록금 정책이 대학 경쟁력을 약화시켰다”고 지적했다. 반값등록금 정책 이후 영국 대학평가기관 QS가 선정한 세계 대학 순위가 2012년 500위권에서 지난해 800위권으로 추락했다는 게 이들의 주장이다.

이에 서울시립대는 반발하고 있다. 지난달 28일 부총장을 포함해 처장급 총 7명이 예산 삭감을 막지 못한 점에 대한 책임을 지고 사표를 제출했다. 시립대 총학생회는 지난달 23일부터 ‘지원금 삭감 반대’ 서명운동을 진행하고 그 결과를 오는 10일 시의회에 제출할 예정이다. 서순탁 시립대 총장은 “개교 이래 지원금이 이처럼 대폭 삭감된 것은 처음이라 감당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그럼에도 불구, 시립대는 반값등록금 정책 유지로 가닥을 잡았다. 오는 3월부터 임기를 시작하는 차기 총장 후보자 7명 모두 등록금 인상에 반대하는 의사를 밝혔기 때문이다. 서 현 총장의 임기는 오는 2월 28일까지로 올해 등록금 최종 결정은 서 총장이 내리지만, 오는 올해 1학기부터 임기가 시작되는 차기 총장의 의견을 받아들여 결정할 것이라는 게 대학 관계자들의 전언이다.



차기 총장 후보자 7인뿐만 아니라 학생·교수 등 학내 구성원들도 인상 반대 의사를 표하고 있다. 등심위 학생 위원인 김범진 서울시립대 총학생회장은 “학생들은 등록금 인상에 반대한다는 뜻을 확실히 밝힌다”며 “등록금을 올리면 지금 시의회를 향한 원성은 대학 본부로 향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시립대 교수회 회장인 한인섭 환경공학부 교수 역시 “등록금 인상에는 반대하는 입장”이라고 말했다.

무엇보다도 등록금 인상 이후 오히려 재정수입에서 손해를 보는 구조이기 때문에 등록금 인상 가능성은 높지 않다. 현재 교육부는 등록금 인상 대학에 국가장학금 2유형 지원 중단이란 불이익을 주고 있다. 정부가 학생에게 직접 지급하는 국가장학금 1유형과 달리 2유형은 대학별 등록금 인상 여부에 따라 정부가 대학에 지원하는 예산이다. 여기에 등록금 상한제로 합법적 인상에는 한계가 있다. 현행 고등교육법은 최근 3년치 평균 소비자물가상승률의 1.5배까지만 등록금 인상을 가능토록 규정하고 있다.

최근 3개년 물가상승률 평균은 2.7% 수준으로 대학들은 등록금을 최대 4.05%까지 인상할 수 있다. 시립대 올해 등록생을 추정해 계산하면 등록금 최대 인상 시 약 7~8억원의 등록금 수입이 생긴다. 반면 등록금을 동결하면 시립대 학생들은 약 18억원(작년 기준) 국가장학금 지원을 받을 수 있다. 이 때문에 사실상 약 10억원의 손해가 나오는 상황이라 굳이 등록금 인상이 필요한가란 회의론이 나오고 있다.

시의회의 예산 삭감에도 등록금 동결로 가닥을 잡은 시립대는 긴축재정으로 학교를 운영하겠다는 입장이다. 학교 관계자는 “학교 시설비 등을 줄이는 등 긴축 방안을 마련 중”이라며 “최대한 학생들에게 지장이 없도록 예산을 재조정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다만 학생들은 재정 부족으로 인한 교육의 질 저하를 우려하고 있다. 김범진 총학생회장은 “아무래도 수업의 질 하락이나 학생 지원 등이 악화될 것이라는 우려가 있다”며 “학교 측에 학생 교육비나 실습 자재비 등을 최대한 유지해달라고 강하게 요청했다”고 말했다. 서울시립대 등록금은 이달 20일 열릴 등심위에서 최종 결정될 예정이다. 등심위는 사립학교법에 따라 예·결산 심사와 등록금 인상 등을 결정하는 기구로 학생·교수 대표 등으로 구성된다.